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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 에어팟 특가 프로모션, 소비자 우롱?…청와대 국민청원 글 쇄도
기사입력| 2018-10-23 08:11:48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최근 진행한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 반값 판매 프로모션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버 접속 장애가 속출했고, 결제 단계에서 상품 품절에 따른 구매 취소가 되는 등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온라인 상에서는 위메프가 에어팟을 이용해 자사몰을 홍보하기 위한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을 펼쳤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위메프 대국만 사기극을 처벌해주세요', '소비자를 우롱하는 위메프 불매운동합시다' 등의 청원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를 위한 행사가 역풍이 된 셈이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사람이 몰려 서버장애가 발생한 만큼 구매를 하지 못한 것을 위메프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동정론도 나오긴 하지만 이벤트를 하면서 사전에 접속이 몰릴 것을 대비하지 못한 위메프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지 못해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가 잘못이 아니라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벤트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이날 오전 0시에 에어팟 총 800개를 9만9000원에 판매하는 반값특가 기획전을 진행했다. 지난 21일 오후 9시부터 22일 0시까지 세 시간 동안 '사전입장' 이벤트를 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URL로 접속한 이용자들에게 500개, 나머지 300개는 세 차례(0시, 오전 10시, 오후 8시)에 걸쳐 각각 100개씩 판매했다.
에어팟은 애플의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다. 2016년 출시된 이후 편리성을 인정받으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 특유의 화이트 이어폰 디자인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점 등도 높게 평가 받으며 내년 에어팟2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17만~18만원 수준에서 별다른 할인 없이 거래되고 있는 품목이다. 위메프의 에어팟 반값 특기 기획전이 시작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위메프는 특가 행사를 진행했다가 서버 접속 장애로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에어팟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위메프 구매 페이지가 접속되지 않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탓이다.
프리랜서 윤모씨(38)는 "위메프가 지난주부터 에어팟 반값 특가 할인 기획전을 SNS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며 "22일 0시와 오전 10시 제품 구매를 시도했지만 서버 접속 자체가 되지 않았고, 여러 번 재시도 끝에 접속이 됐다고 해도 '품절' 문구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45)는 "중학생 아이들이 위메프 에어팟 특가로 제품을 구매해달라고 하도 졸라 구입을 하려 했지만 결제단계에서 화면이 멈춘 뒤 '품절로 구매 취소'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10시 이후에는 이전에 없던 특가 판매 옵션에 16만원대의 제품이 등장하는 등 소비자를 우롱하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에어팟 특가 기획전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이 '위메프 대국민 사기극 처벌해주세요', '국민을 농락한 위메프 서버 조사가 시급합니다', '국민 우롱한 위메프 엄중히 조사 바랍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위메프 불매운동합시다' 등 위메프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냈고, 위메프 에어팟 특가 관련 페이지 Q&A에는 2000여개 가량의 불만 댓글이 달렸다.
위메프 측은 일단 에어팟 특가 기획전이 서버 접속 장애 등으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에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허위마케팅이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위메프 측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트래픽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다"며 "서버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소비자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실제 구매는 어렵게 만든 허위 마케팅이란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도 위메프가 허위마케팅은 벌이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 내역 등 확인이 가능한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기획전 진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자사몰 띄우기 일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자칫 소셜커머스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직장인 조모씨(50)는 "위메프는 매월 22일 2시간마다 반값 특가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는 우롱당하는 느낌일 것"이라며 "게다가 막상 사려면 경쟁이 치열해 사지 못한 사람도 우롱당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는 위메프를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는 지난해 매월 00데이를 시행, 각 숫자에 해당하는 최소금액인 00원·000원·0000원으로 제품을 판매할 당시 서버 접속 장애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며 "허위 마케팅은 아니겠지만 이용자 증가에 따라 서버 접속 장애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이즈 마케팅의 경우 고의적으로 구설수를 이용해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경영전략 중 하나지만 서버 접속 장애 등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도 대처하지 못한다면 소비자 신뢰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소셜커머스업계 뿐 아니라 온라인쇼핑몰의 최대 쇼핑장인 11월 광군제 등을 앞두고 위메프 에어팟 특가 행사의 소비자 불신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