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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논란' 네이버쇼핑, 공정위 조사로 성장세 꺾이나?
기사입력| 2018-08-29 08:28:12
독과점, 불공정 논란 가운데도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오던 네이버쇼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코리아는 쇼핑 검색 노출 차별로 네이버(네이버쇼핑)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네이버쇼핑은 저렴한 수수료와 홍보를 앞세워 사업 시작 3년 만에 업계 3위로 성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후 독과점 규제, 과징금 등 제재가 가해진다면, 성장세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네이버처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구글(구글쇼핑)에 지난해 3조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쇼핑을 운영하는 네이버를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최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베이코리아는 공정위 신고서를 통해 네이버가 키워드로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네이버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 또는 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 상품을 검색창 상단에 우선 노출한 행위 등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주장했다.
스토어팜은 네이버가 지난 2014년 문을 연 중소상공인 쇼핑몰로 중소형 판매업자와 롯데 등 백화점과 대기업이 입점해 있다. 판매업자는 스토어팜 입점 시 우선해서 네이버페이를 이용해야 하는 구조로, 네이버는 입점 사업자로부터 네이버페이 결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쇼핑의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검색서비스 시장 점유율 80% 이상인 네이버가 자사 중소상공인 쇼핑몰인 스토어팜과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판매 사업자 상품을 타사 제품보다 우선 노출하며 차별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포털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색 상단 노출 여부는 판매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창에서 인기 쇼핑 키워드인 '티셔츠'를 검색해보면 첫 페이지에는 대부분 스토어팜에 입점한 사업자 상품이 우선 노출됐고 이를 이용하지 않는 사업자 상품은 뒷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베이코리아는 검색 상단 노출뿐 아니라 스토어팜 입점 사업자가 네이버페이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네이버를 공정위에 제소한 사실은 맞다. 현재 공정위가 조사하고 있는 사안으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네이버의 불공정거래는 쇼핑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맛집, 여행, 부동산 등에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이 스토어팜에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부터 꾸준하게 온라인 쇼핑 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불공정 논란을 앞세운 업계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2012년 3월 공식 오픈한 '샵N' 역시 독점 비판을 받으며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네이버가 선택한 것은 우회 전략이었다. 스토어팜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 쇼핑몰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입점·판매수수료를 없애 비용 절감에 민감한 중소상공인들을 공략했다. 다른 곳은 판매료의 20~35%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가지만, 스토어팜은 네이버페이 결제수수료의 1~3%만 내면 되니 중소상공인의 입점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업계의 관심은 과연 이번 공정위 조사로 네이버쇼핑의 폭풍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그동안 국내 검색시장 최강자 네이버의 든든한 후원 아래 빠르게 영토를 넓혀왔다. 네이버쇼핑의 지난해 총 거래액은 7조원으로 추산돼 2014년 스토어팜을 론칭한지 3년 만에 이베이코리아(15조원)와 11번가(9조원)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더욱이 매 분기 쇼핑 거래액이 약 30% 급증하고 있어 현재의 추세라면 올해는 2위 자리까지 위협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네이버쇼핑의 강력한 독과점 시스템에 대한 규제안이 나온다면 현재의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쇼핑과 비슷한 차별적 노출을 해왔던 구글은 지난해 6월 EU에서 24억2000만유로(약 3조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검색 시장 90%의 점유율을 보이는 구글이 자사의 비교쇼핑 서비스인 '구글쇼핑'의 검색 결과를 다른 비교쇼핑 서비스보다 위쪽에 노출시켜 경쟁사로 가는 트래픽을 인위적으로 제한했다는 것이 제재의 이유였다. 차별적 노출로 인해 구글쇼핑의 트래픽은 15배 증가한 반면 경쟁사의 가격비교 쇼핑서비스의 트래픽은 80~92% 급감한 것이 근거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룡' 네이버가 '이용자 편의성'을 앞세우며 온갖 시장에 진출한 이래 작은 규모의 IT 기업들은 폐업·도산으로 사라졌다. 이 달콤한 편리함이 한국 이커머스 생태계 역시 교란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랭킹은 적합도와 상품인기·신뢰도 등을 점수화해 정렬하며 노출 순위로 차별한 적은 없다"며 "중소 사업자들로서는 스마트스토어가 일반 오픈 마켓보다 수수료가 낮아 유리할 뿐 아니라 소비자가 별도 회원 가입 없이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쉽게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