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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면세점 2개층으로 축소 검토…회원정보 대거 유출까지 '되는일 없네'
기사입력| 2017-10-24 08:17:38
2000년 국내 여행사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한 데 이어 2015년 점유율 21%를 돌파하는 등 국내 여행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고공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해킹을 당해 수십만명의 회원 정보가 대거 유출되며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하나투어는 10년이나 지난 회원 정보를 별다른 보안대책 없이 관리해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이 외형 확장을 위해 추진한 면세점·호텔 등 신사업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개 층으로 오픈한 서울 인사동 SM 면세점은 몇 달 전 4개층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한데 이어 최근에는 2개 층으로까지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호텔 또한 크게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더욱이 호텔·면세점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까지 상승하면서, 1등기업인 하나투어의 위상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10년 넘은 개인점보까지 보관…유지보수 인력 관리에 허점
하나투어가 지난 9월 28일 해커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나투어는 최근 "악성코드에 감염된 유지보수 업체 직원의 PC를 조사하던 중 지난달 28일 개인정보 파일 일부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후 접속 경로를 차단하는 등 보완 조치를 했으며, 관계기관에 신고해 수사와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현재 파악된 피해 규모만 해도 45만명에 달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태. 현재 유출된 개인정보엔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측은 "그간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 보호 전담인력 및 투자비용을 매년 늘려왔다. 그리고 정보보안 전문기업과 보완관제 계약을 통해 정보보호 시스템, 방화벽 등 상시 보안관제 모니터링을 수행해왔다"고 주장했으나, 이번 일로 인해 유지보수 인력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더욱이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가 2004년 10월부터 2007년 8월 사이에 만들어진 계정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무려 10년이나 지난 고객정보를 별도의 관리 없이 보관해온 것은 계열사를 33개나 거느린 여행종합 그룹인 하나투어가 개인정보를 얼마나 소홀하게 여겨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또한 이번 유출건은 정보통신망법 등의 위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 유효기간은 1년이지만,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계약에 관한 거래기록은 5년 동안 보유해야 하며, 신용정보 처리기록은 3년 동안을 보관해야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적 보유기간이 끝나면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파기해야 한다. 특히 지난 2015년 8월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개인정보 유효기간제'에 따르면, 1년 이상 로그인 하지 않은 개인정보는 폐기하거나 별도 보관해야 한다.
이와관련 하나투어는 "명백히 우리 잘못이다. 이번 일에 책임을 통감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 등과 함께 취약점을 더욱 보완하겠다"며 "2차 피해가 발생시 구제위원회를 통해 피해 고객이 신고하면 필요한 조사를 거쳐 구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면세점 2개층으로 축소 유력…박상환 회장, 성장 로드맵 잘못 그렸나
시장에 대한 탁월한 분석력과 공격적인 경영스타일로 유명한 박상환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는 여행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사업다각화에 나선 박 회장은 2015년 면세점으로 눈을 돌려 인천공항에 SM면세점을 오픈한데 이어 지난해 2월 서울 인사동 하나투어 사옥에 서울점을 열었다. 또 2012년 호텔업에 첫 진출한 가운데 지난해 6월 서울 남대문시장 앞에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오픈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면세점과 호텔 사업 모두 하나투어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리란 기대와 달리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면세점은 엄청난 적자를 만들어내며 오히려 그룹 전체 수익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2016년 279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 82억원, 2분기 94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급기야 하나투어 측은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으로 오픈했던 인사동 SM면세점의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 4월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운영 규모를 줄인데 이어, 이제는 2개층으로 대거 축소하는 안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나투어 측은 "대기업과의 출혈경 쟁 그리고 사드 후폭풍이 계속되고 북핵 이슈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비용구조가 높아져 2개층으로 축소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환경과 마케팅 등을 고려한 검토방안 중 하나로, 축소하는 방향이 확정해지면 관계기관과 협의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면세점을 오픈 당시 7개층에서 무려 5개층을 줄인 2개층으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며, 서울 시내 면세점은 명맥만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호텔 또한 먹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투어는 2012년 여행 알선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던 기존 자회사 하나투어아이티씨를 통해 서울 인사동 관훈빌딩을 센터마크호텔로 개축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 뒤 호텔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서울 충무로 티마크호텔, 회현동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잇달아 오픈했다. 2015년 해외로도 영토를 확장, 일본 삿포로와 중국 장자제에 각각 티마크시티호텔, 티마크그랜드호텔을 개장했다.
이중 하나투어가 50% 지분 투자한 센터마크호텔을 제외한 총 4개의 호텔은 지난해 매출 182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호텔 쪽은 크게 수익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드 이슈가 지속되고 있을 뿐더러 비즈니스호텔 과잉공급으로 향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신사업이 기약 없는 적자 경영을 지속하게 되면서, 박 회장이 하나투어를 키우기 위해 택한 사업다각화가 무모한 도전에 그치게 됐다는 회의적인 시각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 측은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인관광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그룹 내 다양한 사업과 연계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 SM면세점은 대기업 면세점과 달리 영업기간이 최대 10년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