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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 본사 강남 이전 러시…강남 상권 장악 위한 '대전' 뜨거워진다
기사입력| 2017-06-27 08:07:34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그룹 본사를 서울 강남으로 이전하며 '강남 대전'을 예고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유통의 중심지는 서울 명동과 을지로였다. 하지만 '유통 빅3'가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하며 유통의 중심축은 자연스럽게 강남으로 옮겨지게 됐다.
특히 '유통 빅3'의 강남행은 이미 이들의 대표적인 유통시설이 강남에 구축돼 있고, 지난해 3사 모두 강남에 면세점을 유치하며 본사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됨에 따라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더욱이 새 터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저마다 새로운 분위기에서 전열을 정비해 또 한 번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어 강남에서의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업체는 롯데다.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이었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됨에 따라 40년 '소공동 시대'를 마감하고 '잠실 시대'를 열게 됐다.
서울 소공동에 있던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경영혁신실이 이달 말부터 롯데월드타워로 이사를 한다. 이어 다음 달 중순까지 주요 비즈니스유닛(BU),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등이 이사를 마칠 예정이다.
높이 555m의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건물로, 경영혁신실과 4개 BU는 14∼38층 프라임 오피스 구역 중 17층, 18층, 20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사옥이 있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렌탈, 롯데자산개발, 롯데카드, 롯데하이마트,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계열사들은 타워로 이전하지 않는다.
롯데지주와 주력 4사 BU, 핵심계열사가 잠실로 한데 모이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시대가 본격 개막한다. 잠실로 집결된 컨트롤 타워에서 막강해진 신동빈 회장 지배력과 함께 '신동빈표 뉴롯데'가 완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는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세계도 올 하반기 본사를 반포동 센트럴시티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1930년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서울 명동 본점을 1991년부터 본사로 사용해 왔다. 27년 만의 명동 시절을 접고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그만큼 강남 상권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동시에 신세계의 본사 이전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총괄 사장의 독립 경영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나눠 맡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본사를 일찌감치 서울 명동에서 서울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정유경 사장도 경영 성과 극대화를 위해 강남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본사가 들어서는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경우 신세계가 운영권을 쥐고 있는 고속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 호텔, 올해 말 신세계면세점까지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신세계 계열사가 모여 있는 핵심 지역이다.
지난해 8월, 22개월에 걸친 증축과 리뉴얼 공사를 마친 강남점은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3년 안에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면세점은 롯데의 잠실 월드타워점, 현대백화점의 무역센터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마케팅이 필요한 것도 본사 이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센트럴시티는 백화점과 면세, 패션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유경 사장의 '경영 베이스캠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40여년간 머물렀던 서울 압구정동을 떠나 서울 삼성동으로 본사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내 금강쇼핑센터에 본사가 있는 현대백화점은 2019년 삼성동 KT&G 대치타워 인근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현재 대지를 매입하고 구체적인 사옥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40년 만에 사옥을 이전하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선포한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압구정본점을 떠나기로 한 것은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그룹의 무한 변신을 예고한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현대백화점 삼성동 무역센터점은 이미 압구점본점의 매출을 뛰어 넘었고, 또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서 무역센터점을 내세워 특허권을 획득하는 등 삼성동을 주요 사업 거점으로 여긴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또 현대차그룹이 지을 초고층 빌딩 GBC 건설을 계기로 기존에 현대가(家)에서 운영하던 백화점과 새롭게 들어서는 면세점, 백화점그룹 신사옥 등이 더해져 삼성동 일대에 현대가 타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유통 빅3'가 속속 강남으로 그룹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강남 상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는 대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어 구매력이 높은 직장인이 많고 고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이 높아 노른자 상권으로 꼽힌다. 또 강남 지역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유통 빅3'의 베이스캠프가 강남에 몰리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에서는 한 번 밀리면 만회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본사 차원의 자존심을 건 다양한 마케팅이 예상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