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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세점 시험'에서 100점 맞을 재벌 오너는?
기사입력| 2015-04-28 17:45:51
대기업 오너들이 7월경 최종 선정될 '서울 면세점'을 놓고 한판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오너들은 직접 현안을 챙기며 대기업에 할당된 두 장의 면세점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오너들이 직접 면세점 사업을 챙기는 것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백화점·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이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그룹 또는 유통 부문에서 새로운 '먹을거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승부사' 김승연 회장, '63빌딩 카드' 꺼내
재계에서'승부사'로 통하는 김승연 회장은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를 위해 '63빌딩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관광객이 좋아하는 금빛'의 여의도 63빌딩을 앞세워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하겠다는 것.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의 시대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내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의 원년을 열어 가자"며 "유통 등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행해 도전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선 경영 복귀 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 회장이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고지를 향해 거침없는 정주행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으로 공수해간 분 아니냐"며 "경영 복귀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온 김 회장이 칼을 뽑아든 이상 이번 면세점 경쟁에서 경쟁자들의 허를 찌를 묘안들을 잇달아 짜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난달 정몽규 회장과 만나 '면세점 빅딜'을 성사시킨 이부진 사장도 범(汎) 현대가와 동맹을 맺을 만큼 면세점 사업에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33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7%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285억원으로 39.5% 증가했는데, 업종별 차이를 보인다. 호텔사업의 경우 신규시장 진출에도 매출 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영업손실 126억원을 기록해 작년 1분기 실적(영업적자 104억원)보다 20% 가량 악화됐다.
특히 서울 신라호텔의 투숙율이 지난해 1분기와 같은 50%의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면세유통사업 매출은 7527억원, 영업이익은 4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4%, 45% 증가했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면세점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이 사장은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두 회사의 실무진이 참여한 면세점 준비팀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용산이 최적의 입지인 만큼 우리(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능력을 더해 동북아 최고의 관광 상품 단지로 육성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한 이 사장은 전자상가 등 용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한류 이벤트·공연장으로서 활용하는 안 등 구체적 방향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 회장, '강남지역 최대 규모 고품격 면세점' 구상
이부진 사장과 손을 잡고 일찍이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겠다고 선언한 정몽규 회장도 만만치 않다. 정 회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들이 모인 그룹 회의에서 "전 그룹 차원에서 서울 면세점 유치를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담당 임원들에게는 "현대산업개발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건설업의 장점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자"고 특별 주문했다.
정 회장은 관세청에 제출할 용산 아이파크몰 내 면세점의 설계 도면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는 정용진 부회장도 면세점을 새로운 주축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큰 그림 속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고, 지난 2월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도 성공했다. 따라서 이번 서울 면세점은 정 부회장에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신세계그룹이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세워 본격적으로 면세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정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까지 신세계의 면세사업은 조선호텔의 면세사업부에서 면세사업을 맡아왔다. 정 부회장은 "우리는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등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유통 전문기업"이라며 "면세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면세사업과 지역관광을 연계, 지역경제와 중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해야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면세점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을 공개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 또한 지난 4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골랐다. 그리고 '강남지역 최대 규모 고품격 면세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음달초 세워질 합작법인에는 현재 여행사 모두투어의 참여가 결정된 상황. 동반성장을 강조해온 정 회장의 뜻에 따라 모두투어외에도 서너 곳의 중견기업이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평소 "기업이 수익창출을 통해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정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시대 흐름을 반영해 상생과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춰 면제섬 사업을 진행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편 6월 1일까지 특허신청을 접수해 사업자로 선정되면 앞으로 5년 간 서울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관세청이 밝힌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은 관리역량(250점)과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