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광한루 앞 수변 무대에서 펼쳐지는 국악뮤지컬 '가인 춘향'. 남원은 미식과 문화기행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선뜻 집밖을 나서고 싶은 때다. 하지만 아직 단풍 구경은 이른 시기. 이즈음 여행 소재로는 청정자연과 더불어 계절의 미각에 빠져 들 수 있는 '미식기행'이 제격이다. 특히 제철 식재료를 써서 뚝딱 조리해 낸 지역의 별미는 천고마비의 계절 최고의 식도락 기행 테마가 된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10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전북 남원의 '추어탕거리', 충북 옥천의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 경남 창원시 오동동 '복요리거리' 등 전국 8개 지역 음식 테마거리를 선정 발표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가을 음식 '추어탕', 남원에서 맛보다, 남원 추어탕거리(전북 남원시 요천로 일대)
가을을 가장 잘 담아낸 음식이 있다. 추어(鰍魚)탕이 바로 그것이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삶고 곱게 갈아 시래기 등을 넣고 끓여낸 추어탕 한 그릇에는 가을의 원기가 듬뿍 담겨 있다. 국내 여러 지방에서 추어탕을 맛볼 수 있지만 전북 남원의 것이 대명사격이다. 얼큰 구수하고 걸쭉한 국물 맛을 한 번 접하면 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마저 갖춰 사철 별미로 통한다.
남원 추어탕은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20여 개 식당이 모여 추어탕거리를 형성할 정도로 유명한 토속 음식이다. '현식당' '새집' 등 조금씩 다른 조리법과 맛을 보여주는 맛집들이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원추어탕은 남원산 미꾸라지와 지리산 고랭지에서 재배한 추어탕 전용 무청으로 끓여 다른 지역 추어탕과는 또 다른 깊은 맛을 담아낸다. 국물과 시래기를 듬뿍 담아주는 인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고향의 정이 듬뿍 담긴 남원 추어탕 한 그릇은 최고의 보양식에 다름없다.
추어탕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광한루 원을 산책 한 후 요천을 건너 춘향테마파크를 둘러보는 한가로운 여정도 남원미식기행에 곧잘 어울린다. 만추에는 주천 구룡계곡, 뱀사골 단풍도 빼놓을 수 없다. 운봉 판소리 성지와 아영 흥부마을, 산내면 실상사까지 둘러보자면 가을걷이처럼 흡족한 행복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금강의 맛을 만나다, 옥천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음식거리(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길)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역의 미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금강 등 내륙의 강변 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생선국수, 도리뱅뱅이 등이 그것이다. 보청천이 휘감고 흐르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은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모여 음식거리를 이룬 곳이다. 일명 '어탕국수'로도 불리는 생선국수는 청정개울에서 건져 올린 동자개, 피라미 등의 민물 잡어를 손질해 삶고 곱게 갈아 얼큰한 육수를 만들고, 거기에 국수를 말아낸다. 비린내가 없고 맛도 좋아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이다. 또 생선국수 대신 매콤 바삭한 생선조림(도리뱅뱅이)으로 해먹어도 맛나다.
청산면 인근 부소담악과 둔주봉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은 금강의 물줄기가 빚어낸 멋진 풍광이다.
▶가을철 식탐, 도토리로 잡는다! 대전 구즉여울묵마을(대전시 유성구 관편동)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바로 도토리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북대전 IC 인근에 자리한 구즉여울묵마을은 묵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이다. 채묵밥을 비롯해 묵무침과 묵전 등 다양한 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채묵밥은 소박하지만 든든한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건강식으로 애용되는 묵무침과 묵전은 막걸리 한 사발과 최고의 궁합이다. 식사 후 구즉여울묵마을 체험관에 들러 묵 만들기에 도전하는 것도 가을날의 추억이 된다. 지난달 개장한 스카이로드, 지질박물관, 대전 오월드, 뿌리공원 등은 대전 식도락 기행에 빼놓을 수없는 명소다.
▶복 요리 A~Z, 마산 오동동 복요리거리(경남 창원시 오동동)
경남 창원시 오동동은 아구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엔 '복 요리거리'도 성행 중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 자리한 복어 요리 식당이 27곳, 20년 이상 영업을 하는 집도 6~7곳이나 된다. 1945년 여기에 문을 연 한 식당에서 복어 요리가 시작돼, 이후 1970년대에 두세 집이 영업을 했고, 20여 년 전부터 식당이 늘어났다. 복 요리는 회, 찜, 수육, 불고기, 튀김, 껍질무침, 맑은 탕, 매운탕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복 요리거리 바로 앞 마산어시장, 옛 마산의 번화가이자 1950~1980년대 문화 예술 중심지 창동 일대의 창동예술촌 등 주변 볼거리도 쏠쏠하다. 또 봉암수원지에 조성된 산책로와 숲 속에 돌탑 약 970기가 있는 돌탑 군락지도 명소로 통한다.
▶바다 향 깃든 고소하고 부드러운 순두부, 강릉 초당두부마을(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강릉 해변의 솔숲은 빼어난 풍광과 호젓한 분위기가 운치 있다. 특히 가을철 바닷가 솔밭이 주는 여유는 여느 계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초당두부마을로 유명한 강릉시 사천해변 허균생가 일원의 솔숲은 강릉 최고의 해안 솔밭 풍경을 자랑한다.
초당 두부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당동 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있다. 예로부터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이는 모습은 강릉 사천의 전형적인 새벽 풍경으로 통했다. 이곳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고 몽글몽글한 듯 부드럽다. 두부를 먹고 난 후 안목해변의 커피거리, 강릉선교장, 경포대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여유롭다.
▶임금님 입맛 사로잡은 밥, 이천 쌀밥거리(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신둔면 원적로 등)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햅쌀밥은 반찬이 따로 없을 정도로 맛나다. 경기도 이천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는 '이천 쌀'의 산지다. 이천 다산고등학교 앞에서 기치미고개를 지나 3번 국도를 따라 북쪽의 넋고개까지 경충대로변에 이천 쌀밥집들이 모여 있다. 돌솥에 지은 따끈한 쌀밥을 간장게장, 갈비찜, 생선구이, 편육, 밀전병 등 푸짐한 음식들과 함께 하다보면 가을 나들이의 행복이 따로 없음을 실감케 된다.
이천의 온천욕장, 세계도자기엑스포장 등 주변 여행테마도 쏠쏠하다.
한편 '제15회 이천쌀문화축제'가 '맛스런 내음이 너울~ 흥겨운 어깨는 둥실~'이라는 주제로 오는 30일 부터 11월 3일까지 5일간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개최된다. 이천쌀문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3년 문화관광 최우수 축제로 우리나라 고유의 농경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농업인들의 풍년농사를 자축하는 농업인의 장이자, 우리의 전통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관광축제이다.
▶젊음의 맛길, 대구 안지랑곱창거리(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로 36길)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내방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구 안지랑시장의 곱창거리는 상인들이 똘똘 뭉쳐 탄생시킨 명소다. 맛과 가격을 지키기 위해 곱창 공장 두 곳을 정하고, 돼지 곱창 공동 구매와 곱창 손질법 개발, 위생 관리를 상인회가 함께했다. 시장 내 편의 시설 확충, 호객 행위 금지 같은 규칙을 정해 한 결같이 지켜온 것도 젊은이들이 안지랑곱창거리를 찾게 한 원동력이다.
곱창거리 앞의 앞산공원, 달성군의 마비정 벽화마을과 달성 도동서원, 대구 공구 상가의 역사가 남은 중구 공구박물관 등 주변 둘러 볼 곳도 많다.
▶넉넉한 인심에 국밥 먹으면 수육은 덤, 순천 국밥골목(전남 순천시 동외동)
국밥은 남녀노소 만인의 애용식이다. 맛과 양, 식성, 가격 등 소비자들의 기본 욕구를 무난하게 채워주는 베스트셀러다. 따라서 전국의 웬만한 장터에는 구수하고 얼큰한 명물 국밥집이 성업중이다. 그중에서도 전남 순천 웃장에 있는 국밥골목은 넉넉한 인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통한다. 두 명 이상 가서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돼지머리 수육을 덤으로 준다. 맛보기가 아니라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돼지머리 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끓여 맑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넉넉한 인심이 곁들여지니 주머니 국밥골목은 늘 성시를 이룬다.
국밥으로 배를 채운 후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해넘이, 선암사, 송광사 등 순천의 명소를 찾으면 행복한 가을 나들이를 만끽할 수 있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