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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섬진강으로 떠나는 오감만족 '봄꽃기행'

기사입력| 2017-03-21 10:53:43
◇봄은 눈, 향기, 촉감 등 그야말로 오감으로 마중할 수 있는 감각의 계절이다. 지리산자락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지역에는 이즈음 매화-산수슈 등 화사한 봄꽃시즌이 시작됐다. 사진은 광양 매화마을 청매실농원의 산책로 풍광.
3월 하순, 계절은 춘분(20일)을 지나 만춘으로 향하고 있다. 부드러운 해풍과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남녘의 산하에는 요즘 꽃 사태가 한창이다. 지리산자락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광양-구례지역에도 봄꽃시즌이 활짝 열렸다.

3월 초순부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 산수유가 절정의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화사한 섬진강의 봄꽃 시즌은 4월 초순 벚꽃, 배꽃이 만발하며 절정을 이루게 된다. 화사한 봄꽃이 생기를 불어넣어 줄 섬진강으로 봄 마중을 떠나보자.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햇빛고을'에 만발한 '매화'

춘분이 지나자 서울에도 매화 향기가 가득하다. 이제 봉긋하게 솟은 목련 꽃봉오리가 따스한 봄을 노래할 차례다. 햇볕이 유독 잘 든다는 전남 광양(光陽), 구례 등 남도의 양지에는 지금 봄꽃이 절정이다. 부드러운 훈풍이 스치고 지나간 잿빛 대지에는 예외 없이 푸르른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지리산 자락에도 섬진강변에도 새봄이 시작됐다.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출발한 섬진강 550리 물길은 정읍, 순창, 남원, 곡성 등 지류의 봄기운을 가득 싣고 마침내 전남광양에 이르러 봄 바다와 만난다. 그 유려한 물줄기 속에는 상큼한 산골의 봄기운이 가득 녹아 있다.

전남 광양(光陽) 일원에는 이즈음 대자연의 봄 잔치가 한창이다. 양지녘 매화나무마다 아이보리, 연초록, 핑크빛 꽃봉오리가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며 망울을 터뜨려 댄다. 앙증맞은 꽃잎과 꽃술에 고혹한 향훈이 압권인 매화는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 부지런히 피어나 그 청초한 아름다움이 단연 돋보인다. 매화는 새로운 시작을 꾀하는 초봄에 곧잘 어울리는 볼거리이다. 특히 시각, 후각은 물론 그 향기를 귀로도 듣는다는 격조 높은 꽃으로, 고혹한 향훈이 압권이다. 때문에 한 떨기 꽃송이만으로도 오감이 흡족한 봄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즈음 전남 구례에서 광양으로 향하는 861번 지방도 주변은 탐스러운 매화가 망울을 터뜨리며 상춘객을 맞고 있다. 강줄기 따라 이어진 초록대밭에서는 섬진강 봄바람에 댓잎소리가 서걱 거리고, 청명한 하늘빛 담은 푸른 물줄기 주변에는 하얀 모래톱이 지친 물길을 맞는다. 그야말로 목가적인 한 폭의 강변 수채화가 펼쳐진다.

상큼한 강바람을 쫓아 광양 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가 나타난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다. '매화마을'로 더 유명한 이곳은 섬진강 물길 중 가장 유려한 경관을 품고 있는 데다 봄이면 하얀 매화가 꽃사태를 이룬다.

.청매실농원 정유인 부사장은 "올 매화 감상은 지난 주말부터 볼만했는데, 이번 주말(26일)까지 가장 멋진 자태를 뽐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화마을 일원에서는 해마다 개화기에 맞춰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올해는 마을에서 매화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구제역-조류독감의 창궐을 우려한 때문인데, 그렇다고 꽃구경조차 멈춘 것은 아니다. 단지 지자체 주도의 이벤트 행사만 치르지 않을 뿐이다.

국내 매화 감상지의 대명사격인 광양 매화마을의 내력은 192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 마을의 한 선각자가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다.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 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이다. 청매실 농원은 매화나무와 장독대, 대숲과 흙 길이 곧잘 어우러진 매화꽃 감상지다. 봄이면 농원의 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고, 비탈진 언덕을 따라 5분여를 오르면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익어가는 2000여 개의 장독을 만날 수 있다.

장독대를 지나 청매화 군락을 지나자면 매화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매화나무 밑에 심어둔 청보리와 매화의 색상대비도 향기만큼이나 상큼하다. 오솔길에 접어들면 매화꽃 속에 파묻힌 운치 있는 원두막이 나서는데, 청매실 농원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백운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는데, 여기에서는 청매실 농원은 물론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까지 고을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강 건너 북쪽 화개장터와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도 아스라이 펼쳐진다.

매화를 친자식처럼 돌보며 청매실농원을 가꿔온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 여사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찌꺼기를 다 버리고 갈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할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며 "내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고 있지만 이웃을 위해 편안한 공간을 만들 수만 있다면 이만한 보상이 또 없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지리산 자락에 노란 물감을 풀었나? '구례 산수유 마을'

지난주부터 본격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구례 산수유도 절정의 자태를 맞고 있다.

산수유는 봄을 알리는 대표적 전령으로, 전국 곳곳에 산수유꽃 군락지가 있지만 3월 중하순의 감상 명소로는 단연 전남 구례 것이 으뜸이다. 통상 경북 의성과 봉화, 경기도 이천과 양평 등지는 4월 초순경부터 꽃사태를 펼친다.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 상위마을은 국내 대표적 산수유 군락지이다. 분지 형태의 마을은 상위-하위마을로 나뉘어 있는데, 산수유 필 무렵 느릿하게 마을 안길을 걷는 묘미가 각별하다. 두 마을을 전부 걸어도 1시간이면 넉넉한데 좁은 농로를 따라 가야 만나는 현천마을은 돌담과 어우러진 노란 꽃이 더 운치 있다. 이들 마을에는 수령 300년 이상 된 산수유나무가 마을과 계곡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3월 한 달 동안 노란 꽃사태를 실감할 수 있다.

한편 개화기를 맞아 축제도 벌인다. 구례군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구례산수유꽃축제는 꽃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한 지난 주말(18일) 개막해 이번 주말(26일)까지 펼쳐진다. 축제는 산수유 시목지에서는 풍년기원제를 올리고, 관광객과 군민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문화공연, 전시-판매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산수유꽃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꽃단지를 따라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특히 길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내방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섬진강유역 연계 관광지?

섬진강이 굽이치는 지리산 자락에는 곳곳에 거찰이 자리하고 있다.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실상사, 대원사 등 사찰 순례를 하는 것도 좋은 여정이 된다. 특히 지리산자락에 자리한 전남 구례에도 화엄사와 구층암, 사성암, 연곡사 등 호젓한 사찰들을 품고 있다.

특히 그중 구층암은 자연미가 물씬 풍긴 멋스러운 절집이다. 오래된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다듬지 않은 상태로 승방의 기둥을 쓴 것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이 기둥들은 나뭇가지의 흔적, 나무의 결과 옹이까지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350년 전 중수한 승방의 기둥이 천불보전 앞마당의 아름드리 모과나무를 베어 사용했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구층암은 차밭도 유명하다. 차밭 이랑이 가지런한 재배단지와는 달리 대밭과 관목이 뒤섞인 곳에 키작은 차나무가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있는 야생차밭이다. 구층암의 차나무는 이른바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 대나무 아래 이슬을 맞고 자란 것이다.

이밖에도 섬진강 유역에서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접점, 화개장터와 쌍계사,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등을 비롯해 섬진강 드라이브 등을 통해 느릿한 남도의 여정을 만끽할 수 있다.

▶뭘 먹을까?

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매콤한 참게 매운탕과 재첩국, 재첩회가 맛있다. 구례 읍내의 동아식당은 가오리찜, 족발탕에 막걸리 한 사발을 나누기에 괜찮은 집이다. 이 무렵 광양에서는 어른 손바닥 보다 더 큰 벚굴(강굴)도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생닭 숯불구이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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