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봄철 계절의 변이를 제대로 실감하려거든 춘분은 지나야 한다. 이즈음엔 매화, 산수유가 만발하고 개나리, 진달래가 산야를 뒤덮기 시작해 봄꽃기행을 떠나기에도 적당하다.
3월의 끝자락, 한결 부드러워진 봄기운을 타고 남녘의 화신(花信)이 한강을 넘어 서울-중부지방까지 찾아들었다. 특히 지리산 자락에서 노란 꽃 사태를 연출하던 산수유는 나날이 북상을 거듭하며 잿빛대지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노란 자태가 개나리 못지않은 꽃을 지닌 산수유는 봄날에는 화사한 기운을, 가을에는 빨간 열매로 계절의 서정을 흠뻑 전해주는 매혹적인 전령이다.
산수유 꽃은 수천-수만 그루씩 군락을 이뤄 온 마을을 노랗게 물들일 때가 더 볼만하다.
3월 하순 전남 구례의 산수유는 절정을 이루고 있고, 경북 의성 화전리, 경기도 이천 도립리에서는 노란 꽃봉오리가 망울을 터뜨리며 봄을 부르고 있다. 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백사면 도립리(경기 이천)
경기도 이천 소재 도립리 산수유마을은 전남 구례 산동과 더불어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로 꼽히는 곳이다. 따라서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봄철 최고의 봄꽃기행 명소로도 통한다.
산수유 군락지는 이천에서 가장 높은 원적산(634m) 아래 자리한 영원사를 향해 가는 길에 자리하고 있다. 송말리에서 부터 도립리를 거쳐 경사리에 이르기까지 산수유나무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며 주변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도립리 산수유나무는 100~500년 수령의 자생군락지로 3월말~4월 중순에는 꽃 사태를, 가을이면 곱고 빨간 산수유 열매를 맺는다.
구례 산동의 산수유 마을은 동네 전체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면 도립리는 노란 꽃 천지 속으로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마을 안 고샅길로 접어들면 돌담장 너머에도, 밭 두덩 사이에도 노랗게 물든 산수유 길이 펼쳐진다. 도립리 산수유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마을 중간쯤을 비켜 흐르는 작은 개울이다. 쪽빛 하늘을 담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개울가 둔덕을 뒤덮은 파릇파릇 새싹은 싱그러운 봄기운을 발산한다. 아담한 농가와 키 낮은 담장사이로 난 골목길은 고향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 길을 비켜나면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아름드리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천백사 산수유마을에서는 4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가가 펼쳐진다. 이곳의 산수유는 3월 하순 현재 망울을 터뜨리며 노란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축제가 펼쳐질 즈음에는 노란 꽃사태가 펼쳐질 전망이다.
▶개군면 주읍리(경기 양평)
경기도 이천 도립리와 더불어 수도권의 대표적 산수유 군락지로 통하는 곳이다. 특히 이천 도립리와는 자동차로 20분 거리여서 서로 연계 나들이 코스로 통하는 곳이다.
주읍리 산수유마을은 호젓한 봄꽃기행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규모가 이천 못지않은 군락을 이루고 있음에도 덜 알려져 여유로운 상춘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양평산수유마을은 주읍리와 내리 두 곳이 대표적 명소다. 두 마을 모두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산수유 수천그루가 자생하고 있어, 이즈음 온통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주읍리는 시골마을의 풍광을 지닌 데다 마을이 깊숙하게 형성돼 이천과는 또 다른 느낌의 꽃구경을 즐길 수 있다. 마을 안길 끝까지 파고들며 논-밭두덕을 지키고 있는 산수유 꽃을 감상하고 고향마을의 느낌을 담아가는 게 감상 포인트다. 인근 내리 또한 때 묻지 않은 고향의 느낌을 지닌 거대 산수유 군락지다.
한편 양평 산슈유 마을에서는 4월 첫 주말인 1~2일 양평군 개군면 레포츠공원과 주읍리, 내리 일원에서 '양평 산수유 한우 축제'를 펼친다.
▶사곡면 화전리(경북 의성)
영남지방의 대표적인 산수유꽃 감상 명소다. 흔히 산수유 군락지로 경기도 이천과 전남 구례를 꼽지만, 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숲실마을 또한 이에 못지않은 곳이다. 전국 산수유 열매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숲실 마을에는 3만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생장하고 있다. 이맘때부터 4월 초순까지는 마을 전체가 온통 노란 물감을 칠해놓은 듯 산수유꽃이 만발해 봄 느낌을 물씬 담아낸다. 고즈넉한 마을 고샅길을 거닐자면 호젓한 꽃 감상에 푹 젖어 들게 된다. 산촌의 순수를 간직한 화전리는 의성읍내에서 지척(승용차로 15분여 거리)으로 1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마을이다. 마을 어귀는 화전 2리, 안으로 더 올라가면 정감 넘치는 화전 3리 '숲실마을'이 나선다. 깊은 골을 따라 집들이 점점이 이어지는데, 개울가에는 아름드리 산수유나무가 노란 띠를 이루고 서 있다.
화전리 산수유 꽃 감상 포인트로는 마을 고샅길과 저수지. 옛 담장 너머로 만발한 산수유가 고향마을의 향수를 자극한다. 또 마을 맨 꼭대기에 자리한 저수지에는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산수유 꽃이 피어 있는데, 쪽빛 하늘을 담은 호수가 노랗게 물들어 있는 모습도 한 폭의 수채화에 다름없다. 특히 인적 드문 호젓한 호반을 느릿느릿 거니는 것만으로도 봄날의 서정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화전리 산수유 꽃은 3월 중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3월말부터는 절정을 이룬다.
▶산동면 상위마을(전남 구례)
국내 대표적 산수유 군락지이다. 3월 하순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 산동 땅은 발길 닿는 곳마다 노란 산수유꽃 물결이 펼쳐진다. 분지 형태의 마을은 상위-하위마을로 나뉘어 있는데, 산수유 꽃 필 무렵 느릿하게 마을 안길을 걷는 묘미가 각별하다. 이들 마을에는 수령 300년 이상 된 산수유나무가 마을과 계곡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두 마을을 전부 걸어도 1시간이면 넉넉한데 좁은 농로를 따라 가야 만나는 현천마을은 돌담과 어우러진 노란 꽃이 더 운치 있다. 산수유꽃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꽃단지를 따라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산수유가 봄볕 아래 일제히 꽃망울을 틔우면 마치 노란 구름이 내려앉기라도 한 듯 화사하다. 이른 아침엔 몽환적 분위기도 연출된다. 안개가 낮게 깔린 아침, 지붕과 돌담길 사이를 물들인 노란 꽃물결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4월 초로 접어들며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지리산자락은 봄꽃이 자리바꿈을 시작한다. 산수유, 매화가 지고 벚꽃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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