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영주 선비축제포스터
연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 전국 어디를 찾아도 대자연의 꽃잔치가 한창이다. 그중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의 만춘은 그 자태가 유다르다. 소백산 자락에는 철쭉이 붉게 타오르고 산 아래 과수원에는 하얀 사과 꽃이 함박눈처럼 천지를 뒤덮고 있다. 때를 맞춰 잔치마당도 펼쳐진다. 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생활철학이 담긴 선비정신 고양을 위해 '2016 영주 한국선비문화 축제'를 펼친다. 축제는 선비문화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잔치마당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에듀테인먼트 페스티벌의 전형이다. 특히 영주는 안향, 정도전 등 국내 대표적 유학자를 배출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선비의 숨결이 살아있는 선비촌, 자연의 정취와 고즈넉함이 담겨 있는 무섬전통마을과 죽계구곡 옛길 등 도처에 문화유산 답사지를 품고 있다.
올해 축제에는 선비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한 가득이다. '선비의 맛-멋-흥에 취하다'라는 주제로 영주시 소수서원-선비촌-서천 둔치 일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뮤지컬 정도전 공연, 선비 복장 체험 및 선비 문화 골든벨, 어린이 선비 선발, 닥종이 인형 전시, 민속놀이 체험, 외줄타기 공연 등 온가족이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여기에 고택탐방, 한글 탁본 체험, 한시백일장 등 우리의 옛 문화를 체험해보는 행사도 함께 이어진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축제개요
◇일시 : 2016. 5. 6(금) ∼ 5. 10(화) / 5일간
◇장소 : 경북 영주시 선비촌 및 서천둔치일원
◇주제 : 선비의 멋ㆍ맛ㆍ흥에 취하다
◇주요 프로그램 : 순흥초군청 줄다리기, 선비의상 체험, 선비문화 마당놀이, 외줄타기 공연, 혼례 및 회혼례 재연 등
◆지진호 교수의 축제이야기 '선비의 멋ㆍ맛ㆍ흥에 취하는 선비문화축제'꽃피는 봄이 오자 전국에 축제물결이 출렁인다. 우리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축제가 서민들의 바깥나들이 주요 목적지가 되었다. 올해도 봄바람과 더불어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을 축제장에서 신명과 흥에 풀어헤치기 위해 서민들의 발길이 분주해 지고 있다.
소백산 자락의 경북 영주는 예나 지금이나 풍치 좋고 인심이 후해 사람살기 좋은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시대 정감록에는 조선 10승지 중 제1승지로 이곳을 꼽고 있고,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소백산 자락은 '살기(殺氣)가 없어서 사람 살기에 가장 좋다'고 소개되어 있다.
또,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주 소백산 자락길 12코스를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하여 요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영주를 꼽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5월초가 되면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가 개최된다. 축제명칭에 굳이 '한국'이라는 말을 넣어 사용하는 것은 영주사람들의 선비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이 지역출신의 선비에 대한 자긍심이 한껏 배어있다는 뜻이다.
전국의 어떤 축제장을 가든 축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그 축제가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보통 지역에서 축제를 개최하는 주요 목적 중의 하나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확인하면서 이를 발전시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선비축제가 개최되는 영주는 가히 우리나라 제1의 선비고장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1288년 원나라에 들어가 문묘와 국자감을 돌아보고 주자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여온 안향(安珦, 1243~1306)선생이 이곳 출신이다. 즉, 600여 년간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한 성리학이 이곳 영주에서 안향선생에 의해 싹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성계와 더불어 조선개국공신으로, 개국 후 군사·외교·행정·역사·성리학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였고, 척불숭유를 국시로 삼게 하여 유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정도전(鄭道傳,1342~1398)도 영주에서 태어났다. 이들 외에도 안축(安軸), 안보(安輔), 하륜(河崙), 장말손(張末孫) 등 수 많은 유학자들이 이곳출신이다. 영주사람들의 선비문화사랑은 이들 선현들의 존재가 바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선비문화축제가 열리는 선비촌에는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이자 임금님이 현판을 하사한 사액서원(賜額書院)이 있다. 소수서원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화인 안향선생을 그린 회헌영정(국보 111호)은 선비문화축제의 격조를 한껏 높여주게 된다.
선비촌에는 기와집과 초가집, 정자, 원두막 등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순흥 초군청 줄다리기는 조선말기 혼란의 시기, 영주 순흥 지역에서 민초들이 직접 조직한 전국 유일의 농민자치기구인 초군청에서 고을의 안녕과 단결을 위해 해마다 주최한 행사로, 즉석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순흥 초군청 줄다리기에서 옛 선조들의 웃음과 해학, 신명나는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
또한, 축제기간 아름다운 서천변도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변신한다. 야간에는 드라마틱했던 정도전의 삶만큼이나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실경 뮤지컬 정도전이 감동을 자아내게 된다.
조선시대의 선비는 학문을 닦는 사람으로 유교적 이념을 사회에 적절히 구현함으로써 선행을 베푸는 인격체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선비를 '의리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학식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품성이 얌전하기만 하고 현실에 어두운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첨단문화와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우리사회의 모습이자, 세계인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한류의 진원이 어쩌면 바로 이 선비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학자들이 한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축제를 주시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축제는 그 사회의 문화적 토대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확연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선비들의 삶과 생활의 체험을 통해 현대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찾아볼 수 있는 영주한국선비문화 축제에서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정신적 자유와 학문적 깊이를 완성했던 우리 옛 선비를 만나보자. 그리고 꽃바람 부는 '2016 영주한국 선비문화축제'에서 선비의 멋-맛-흥에 맘껏 취해보자. <지진호(건양대 교수/ 관광-축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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