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바닷가는 호젓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무렵 하얀 등대가 지키고 서있는 조용한 섬과 해변을 찾는다면 운치 있는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사진은 울릉도까지 직선거리가 가장 가까운 죽변등대.<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풀도 눕게 된다'는 처서(處暑·23일)가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다르다. 새벽녘에는 홑이불일망정 끄집어 당기게 된다. 한여름 바캉스로 자칫 들떴을 마음을 가라앉히고 결실의 계절을 준비하는 시기. 이맘때 여행 테마로는 차분한 느낌의 여정이 좋다. 알록달록 피서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 나간 초가을의 바닷가는 호젓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무렵 하얀 등대가 지키고 서있는 조용한 섬과 해변을 찾는다면 그 운치는 더 할 나위 없을 터.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5년 9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불 밝힌 지 100년 이상 된 등대여행'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인천 팔미도 등대 (인천광역시)', '오얏꽃 문양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 부산 가덕도등대 (부산광역시)', '송림과 기암 사이 빼어난 자태,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 (울산광역시)', '용의 꼬리를 밝히는 100년의 빛, 울진 죽변등대 (경북 울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지키는 '거룩한 빛', 진도 하조도등대 (전남 진도)', '군산의 숨겨진 근대문화유산, 군산 어청도등대 (전북 군산)', '100년의 보물, 고래 혹은 옹기 닮은 등대섬, 태안 옹도와 옹도등대 (충남 태안)' 등이 그곳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인천 팔미도등대(인천광역시 중구 팔미로)
팔미도등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다. 1903년 4월 만들고 6월 1일 첫 불을 밝혔으니 110년이 훌쩍 넘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팔미도까지 약 45분이 걸린다. 선착장에서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는 10여 분 남짓. 섬 정상에는 등대 두 개가 있는데, 왼편의 것이 원조 팔미도등대다. 옛 등대 뒤로 새 등대가 있다.
새 등대에는 팔미도등대 탈환 당시 상황과 인천 상륙작전을 재현한 디오라마 영상관, 실미도와 무의도, 영종도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울창한 소사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인천 연안부두 앞에 자리한 인천종합어시장과 개항장문화지구, 답동성당 등을 연계 관광코스로 초가을 여정을 꾸리는 것도 하루 나들이로 좋은 코스다. 인천광역시청 관광진흥과(032-440-4045)
▶오얏꽃 문양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 부산 가덕도등대(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해안로)
가덕도 끝자락에 서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현대사를 밝혀 온 가덕도 등대. 1909년 12월 처음 점등된 이래 2002년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인근 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에게는 생명과 희망의 빛이 되주었다. 단층 구조에 우아한 외관이 돋보이는 등대 출입구에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새겨졌다. 등대 건물은 역사적-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2003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50호로 지정되었다. 등대 아래쪽에 100주년 기념관이 있어 등대 숙박 체험과 등대기념관 관람이 가능하다.
가덕도등대 외길을 따라 나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외양포마을에 닿는다. 일제강점기에 마을 전체가 군사기지로 사용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부산에 들르면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국제시장 등 연계관광코스가 즐비하다. 올 6월 첫 선을 보인 송도해수욕장의 랜드마크, 구름 산책로도 명물이다. 가덕도등대(051-971-9710)
▶송림과 기암 사이 빼어난 자태,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대왕암 송림은 해금강에 버금가는 절경이다.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 1만 5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기암괴석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울기등대는 이처럼 빼어난 풍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해안 산책로 끝자락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울기등대는 일제강점기인 1906년 3월에 처음 불을 밝혀 1987년 12월까지 80여 년간 사용했고, 2004년 구 등탑이 근대 문화재(등록문화재 제 106호)로 지정됐다. 구 등탑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 곁에 신 등탑을 세웠다.
울산의 대쵸 관광 아이템으로는 고래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울기등대와 연계해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울산을 대표하는 벽화 마을인 신화마을도 가까이에 있다.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울산대교전망대에 올라 시가지를 조망하고, 태화강 십리대숲에서 여행을 마무리한다. 울산시청 관광진흥과(052-229-3893)
▶용의 꼬리를 밝히는 100년의 빛, 울진 죽변등대(경북 울진군 죽변면 등대길)
경북 울진군 죽변항은 겨울 대게를 비롯해 싱싱한 해물을 풍성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죽변곶은 포항 호미곶 다음으로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지역으로, 용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용추곶'이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1910년 점등을 시작한 죽변등대는 100년이 넘도록 용의 꼬리와 그 앞바다를 밝혀 왔다. 팔각형 구조의 하얀 죽변등대는 높이가 약 16m.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선형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이 나온다. 각층 천장의 태극무늬가 인상적이며, 등탑에 올라서면 죽변항과 마을 일대가 한 눈에 펼쳐진다.
울진의 자랑은 금강송이다. 경복궁을 지을 때 쓰였다는 울진 금강송의 자태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으며 금강송과 우리 소나무에 대한 소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울진은 온천욕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백암, 덕구온천 등을 찾으면 된다. 성류글에서는 2억 5000만 년 세월을 간직한 석회동굴의 신비를 맛볼 수 있다. 죽변등대(054-783-7104)_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지키는 '거룩한 빛', 진도 하조도등대(전남 진도군 조도면 창유리)
진도 하조도등대는 1909년 처음 점등해 100년 넘게 뱃길을 밝혀왔다. 진도와 조도 일대는 서남 해안에서 조류가 빠른 곳 중 하나로, 등대는 서해와 남해를 잇는 항로의 분기점을 지키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해 빼어난 주변 풍광과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바다와 연결된 등대 주변은 온통 기암괴석이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해수면 기점 48m, 등탑 14m에 이른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조도군도 일대의 섬들이 절벽 바위와 어우러져 아득한 모습을 펼쳐 놓는다.
하조도는 조도군도의 '어미 새' 같은 섬이다. 신전해변은 아늑한 섬마을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으며, 하조도와 연결된 상조도의 도리산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이웃 섬 관매도 역시 멋진 경관과 풍란으로 유명하다. 진도군청 관광문화과(061-540-3408)
▶군산의 숨겨진 근대문화유산, 군산 어청도등대(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길 240)
서해의 대표적 어업전진기지인 어청도에는 유서 깊은 등대가 서있다. 1912년 3월 1일부터 불을 밝혀 온 어청도 등대(근대문화유산)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륙진출을 위해 세운 것으로 깎아지른 절벽 위 하얀 등대으ㅏ 조형미가 돋보인다. 등대 입구에 삼각형 지붕을 얹은 문을 달고, 등탑 윗부분에는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모티브로 장식했다.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과 해송, 하늘의 파란색, 바다의 짙은 녹색이 조화를 이뤄 마치 동화 속 숲속의 집을 보는 것 같다.어청도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 있다. 어청도의 포구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다. 주봉인 당산(198m) 정상에는 고려시대부터 있었다는 봉수대가 남아 있다. 마을 중앙에는 중국 제나라 사람 전횡을 모시는 사당인 치동묘가 있다. 전횡은 어청도란 이름을 지은이로 전해진다. 어청도 항로표지관리소(063-466-4411)
▶100년의 보물, 고래 혹은 옹기 닮은 등대섬, 태안 옹도와 옹도등대(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부두길<안흥외항>)
태안 서쪽 신진도 앞바다에 위치한 옹도에는 1907년에 세워진 옹도등대가 있어 등대섬으로도 불린다. 옹도등대는 200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되어 널리 알려졌지만, 이미 옛날부터 태안지방의 명물로 통했다.
옹도 가는 배는 안흥 외항에서 출발한다. 가는 길은 30여 분이 걸리고 오는 길에는 가의도 일대 바위섬을 둘로 본다. 섬에 체류하는 1시간을 포함해서 총 2시간 40분 여정이다. 옹도선착장에서 등대를 지나 물범 조형물까지 약 365m 거리라 느긋하게 다녀도 충분하다. 중간에 동백잎 쉼터, 동백꽃 쉼터, 옹기 쉼터 등 전망대를 지난다. 옹도는 동백꽃이 많아 봄날에 붉고 여름날에 짙푸르다. 섬 모양이 옹기를 뉘어놓은 듯 해 '옹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변 어민들은 고래를 닮아서 고래섬이라고도 부른다. 안흥외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독립문바위, 사자바위, 코바위 등 독특한 외양의 바위섬도 둘러본다. 태안군청 관광진흥과(041-670-2772), 신진도안흥유람선(041-675-1603, 674-1603)<자료 제공=한국괸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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