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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근접출점 제한, 18년 만에 부활할까? 후발주자 이마트24 고민 깊어질 듯
기사입력| 2018-07-27 09:08:23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업계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편의점 경영난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U(씨유), 세븐일레븐, GS25,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이 포함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편의점협회)는 최근 근접출점 자제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자율규약안을 제정,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무분별한 근접출점이 가맹점주의 수익에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편의점의 근접출점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편의점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편의점 수가 모두 5만8300여개였다. 편의점 1곳이 인구 2200여 명을 담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 편의점은 모두 4만여개로 1300여 명이 편의점 1곳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난립하게 된 것은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규제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4년 편의점업계는 자율적으로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 자율규약'을 신설했다. 그러나 6년 만인 2000년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시정조치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끼리 담합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어 공정위는 2년 후 동일 브랜드에 한해 250m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2014년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됐다. 자유로운 타 브랜드 출점은 물론 점포간 출혈경쟁이 진행된 것.
그러다보니 지난해 부산 송도해수욕장 근처의 건물에는 GS25와 세븐일레븐이 아래위로 입점하면서 한 지붕 아래 두 편의점이 운영되는 등 근접출점 문제의 심각성은 도를 넘은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감이 커진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가맹 수수료인하와 함께 전 편의점의 근접출점 제한을 요구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최근 근접출점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공론으로 제기됨에 따라 폐기되었던 자율규약의 필요성과 실행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더욱이 근접출점 제한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한 목소리로 정부 측에 요구하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로써 정부 차원의 편의점 간 근접출점 제한 논의가 과연 이뤄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편의점 업계가) 공정경쟁보다는 과당경쟁, 과밀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면서도 "근접출점을 규율하는 것은 두 가지 방안이 있는데, 공정거래법의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은 경성담합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가맹사업법 15조에 따라 가맹본부나 사업자가 자율규약을 통한 부분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오면 제안 내용과 법제도의 취지를 비교해 신중히 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정위의 기존 입장 변화 가능성에도 편의점의 근접출점 제한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미 편의점이 많은 상황이지만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물론 시장 확대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점유율이 높은 대형 편의점들의 독과점 지위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소비자 이익 역시 침해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반발도 예상된다. 편의점협회 비회원사인 이마트24의 경우 앞서 2020년까지 점포 수 6000개를 목표로 제시하며 야심차게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편의점협회의 자율규약에 관해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근접출점 제한에 대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업계는 이마트 24에 동참을 권유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마트24는 사회적인 상생이미지와 공격적인 출점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