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서울 평균 상권임대료는 ㎡당 3.27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임금 및 물가 인상 영향으로 외식업계 등 유통시장 분위기가 다소 위축된 가운데 연초 강추위와 미세먼지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으로 주요 상권 내 유동인구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분기 강남권역 내 주요 상권은 임대료가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약세를 보였다.
역세권별로 보면 삼성역(-2.7%), 압구정역(-1.5%), 신사역(-1.1%), 강남역(-0.9%) 등의 순으로 하락했다.
특히 신사역 일대는 국내 최초 애플스토어 입점에도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픈 초기, 입점으로 인한 집객효과는 확실했지만 단발적 이슈에 그치며 이후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임대인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일대 점포들의 임대 호가가 상승했고 이를 버티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생겨나 공실까지 등장하는 등 상권 분위기는 더욱 위축됐다. 가로수길 메인 도로 공실이 장기화된다면 상권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강남역 상권은 당분기 신학기 시즌 도래로 10대~20대 유동인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패션 의류 브랜드 위주로 명맥이 유지된 가운데 수요 유입이 증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심권역은 종로3가(6.9%)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상승했다. 종로3가는 전통 있는 요식업종이 밀집해 있고 최근 익선동이 신흥 상권으로 떠오르며 외부 수요 유입이 증가하는 등 활발한 분위기를 보이는 편이다. 익선동은 서울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되며 프랜차이즈 업체 입점 제한 등으로 기존의 특색 있는 모습을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상권의 규모가 작고 상권 확장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컨텐츠와 함께 일대 상권과 연계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종각역 상권 평균 임대료는 전분기 대비 8.4% 가량 상승한 ㎡당 6.39만원으로 조사됐다. 대로변 일대 공실이 여전한 가운데 임대인들의 눈높이는 높아 공실이 여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젊음의 거리 일대 유동인구는 꾸준한 가운데 유흥 및 요식업종이 밀집해 있어 30대 직장인 위주로 외부 수요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신촌마포권역은 망원동(9.5%) 상권의 임대료 상승폭이 컸다. 망원동 상권은 소규모 요식업이 '포은로' 일대 포진해 있고 SNS, 매스컴을 통해 입소문이 번지며 외부 유입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유명세를 탄 직후보다는 유동인구가 안정화되며 상권이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대, 연남동 등 주변 상권과 함께 상권 클러스터를 이뤄 수요자들의 상권 이동이 활발한 편이다
이화여대 상권 살리기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서대문구청이 이대상권을 패션문화거리로 지정했고 청년몰 조성 사업으로 개성 있는 소규모 점포들이 들어서고 있다. 매스컴 영향으로 일부 요식업종이 인기를 얻는 등 외부 유입 수요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권 자체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대로변 등 A급 입지의 점포는 여전히 임대료가 높아 임대료 수준이 조정되지 않는 이상 상권 활성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태원 상권 임대료는 3분기 연속 하락세다. 한동안 높았던 임대료가 최근 경리단길 상권이 한 풀 꺾이면서 점차 안정화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인근 해방촌 상권에 이색적인 점포들이 들어서며 활기를 보이는 가운데 해방촌 골목 사이에는 리모델링 중인 다가구주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북촌과 서촌 상권은 1분기 모두 상승했다. 북촌 내 유동인구는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 위주다. 한옥마을 특유의 분위기로 관광객 방문이 꾸준한 가운데 상권 진입로에 위치한 매물이 ㎡당 4.5만원 수준에서 출시되며 평균임대료(4.29만원/㎡)가 상승했다. 북촌에 비해 서촌은 내국인 수요가 대부분으로 활기가 있는 편이다. 당분기 누하동, 통의동 일대 ㎡당 3만~4만원 수준에서 매물이 출시됐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색 있던 상권이 핫플레이스로 거론이 되기 시작하면 1~2년 사이에 프랜차이즈 업체들로 점령되고 기존 상권의 매력은 사라지며 한때 괜찮았던 상권으로만 남겨진다. 오랫동안 꾸준했던 상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투자수요들의 손길이 닿으면 임대인들의 눈높이는 올라간다. 그 눈높이는 상권 상황과는 무관하게 유지되거나 더 높아지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은 퇴거 수순을 밟으며 상권은 침체로 들어선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김민영 선임연구원은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높아진 임대료에 공실이 증가하고 유동인구가 점차 줄고 있다. 2~3년 간 반짝 떠올랐던 경리단길 상권도 활기가 꺾였다. 기존 임차인들이 해방촌 등 보다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며 과거 북적거렸던 수요들도 함께 옮겨간 듯 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더 낮은 가격의 임차를 줄 바엔 공실이더라도 임대료를 고수하는 것이 임대시장의 관행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김 연구원은 "종각역, 이대입구 등 주요 상권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 지 오래됐고 대로변 공실 장기화는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권 살리기를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지만 임대인의 버티기로 임차인 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권이 살면 장기적으로 상가 가치 또한 오른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통해 상권 살리기가 선행된다면 장기적으로 상가 가치 또한 오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