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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화재시 안내방송도 없이 대피 막아…'안전불감증' 도마
기사입력| 2018-02-27 07:52:40
최근 대형화재로 인한 잇단 참사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때 보여준 쿠팡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모 포털사이트에 '(쿠팡의 물류센터) 화재 당시 안내방송이 전무했고, 오히려 대피한 사람들을 연기가 자욱한 작업장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했다'는 글이 최근 게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더구나 안전교육 없이 허위로 교육 이수 사인을 하게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를 안일하게 처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날 화재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중 대피했거나 조퇴한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로켓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소셜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은 인천과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등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연기 자욱한데 대피 대신 작업장으로 돌아가라?
지난 17일 모 포털사이트에는 당일 오후 쿠팡의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연기가 자욱했지만, 안내 방송은 커녕 대피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서 일하라고 종용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30분쯤부터 시작된 매캐한 연기가 점점 심해져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대피에 나섰다. 그런데 현장 관리자가 '업무시간에 허락 없이 이탈하지 말라'면서 작업장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마스크 하나 없이 연기가 가득한 현장에서 불안에 떨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현장에 있던 한 아르바이트생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던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면서 가슴 졸였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게시글을 비롯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에는 "물류센터에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 없이 교육 사실 증빙을 위한 사인만 받아갔다", "화재시 대피 통로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는 등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업장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폰을 반납해야하기 때문에 '119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업자가 금연구역에서 꽁초를 무단투기하는 바람에 3층 외부에서 일어난 화재의 연기 등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고, 화재는 40초만에 진압됐다"면서, "작은 불이라서 소방서 신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교육을 했지만 주변이 시끄러워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제대로 못들었을 가능성이 있고, 휴대폰 반납은 작업자의 안전문제와 회사의 지적 자산에 해당하는 물류 설비 등에 대한 보안 문제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센터의 경우 화재에 취약한 종이 박스 등이 많아 자칫하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데, 대처가 미흡했던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쿠팡맨' 처우 논란 '아르바이트생'까지 번지나
이번 화재 사태의 논란으로 또 다른 이슈가 된 것이 아르바이트생 처우 문제와 '블랙리스트'의 존재다.
지난 17일 당시 덕평물류센터에서 연기 때문에 대피하거나 조퇴했던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주장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아르바이트생 블랙리스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수의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경험자에 따르면, 휴대폰을 몰래 반입하거나 출근 펑크를 낸 경우 뿐 아니라 '다양한 잣대'로 블랙리스트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해당 물류센터의 작업장의 '부름'을 받기 어려워진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관리자가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며 아르바이트생들을 압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시급을 올렸지만 휴식시간을 줄이는 '꼼수'를 썼다는 아우성이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최저시급 인상으로 일급이 2000원 올랐지만, 쉬는 시간 5분 줄이고 점심시간도 15분 줄였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덕평물류센터의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해당 물류센터 화재 소문에 지원자가 줄자 일급에 1만~2만원 추가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통해 추가 인원을 모집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쿠팡의 물류 관련 자회사인 CFS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블랙리스트 관리는 없다"면서, "휴식시간 축소도 자회사 전환시 달랐던 휴게시간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시기적으로 맞물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쿠팡은 쿠팡맨들의 처우와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까지 '퇴근시간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