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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승무원 혹사 논란으로 '흔들'…승객 안전 괜찮을까
기사입력| 2018-02-23 09:11:43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이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어부산 승무원들이 최근 무리한 운항일정으로 쓰러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지만 사측은 국토교통부 규정을 준수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승무원의 피로도는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기내 보안이나 승객 안전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 저비용 항공사 랭킹마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로 취항 10주년을 맞는 에어부산의 비행에 제대로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두달 새 5명이 쓰러졌는데도 무리한 스케줄과는 무관?
에어부산 승무원들의 건강에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연말부터다. 지난해 12월 25일 마카오 비행을 떠난 승무원 A씨가 비행 후 마카오 시내 한 호텔에서 쓰러졌다. 지난 1월 26일 밤에는 대구발 비행 근무를 위해 출근한 승무원 B씨가 출발 직전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어 3일 뒤인 1월 29일, 승무원 C씨는 김해공항에서 쓰러졌고 같은 날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 D씨는 급체로 비행 스케줄을 중단해야 했다.
또 이번 달에도 승무원 한 명이 체류지에서 휴식 시간을 갖다가 쓰러져 두 달 사이에 무려 5명의 승무원이 건강을 이유로 비행에 나서지 못했다.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연이은 쓰러짐이 비행 노선이 늘어난 데 비해 인원 충원이 없고, 격무에 시달린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에어부산의 경우 타사 대비 새벽 출근이나 야간비행이 많으며 비행과 비행 사이에 휴식인 '오프'는 적어 업계에서 살인적인 스케줄로 유명하다. 실제로 쓰러진 B씨를 대신해 투입된 승무원의 경우 같은 날 대구발 삿포로행 퀵턴(현지 도착 후 곧바로 돌아오는 비행스케줄)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승무원이 급하게 투입됐다. 이 승무원은 사실상 휴식 없이 10시간 이상 국제선 비행을 수행해야 했다.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익명커뮤니티 사이트에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14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최근 몇 달 동안 한 달 쉬는 날이 5~6일 밖에 안됐다' 등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승무원들의 잇따른 쓰러짐이 비행 스케줄로 인한 과로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에어부산의 한 관계자는 "승무원이 쓰러진 이유는 독감, 급체, 장염 등으로 직접적으로 무리한 스케줄에 따른 과로로 인한 '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체 승무원 평균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평균 7.8일 오프가 제공됐으며, 올해 1월도 7.2일 오프가 제공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퇴사자가 많고 및 임신, 산휴로 휴직에 들어간 승무원 발생으로 인해 나머지 승무원의 근무 시간이 일시적으로 늘어났을 수 있다"며 "올해 승무원 신규 채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에어부산 승무원들의 화를 돋우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측이 과잉 스케줄 논란이 한창인 지난 9일 객실 승무원들이 스케줄 등을 확인하는 게시판에 '승무원 비행근무 및 지상휴식시간 공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 게시글에서 에어부산 측은 "최근 승무원 비행근무시간이 초과한 사례가 있어 관련 규정을 공지하고 업무에 참고하길 바란다"고 '친절히' 배경을 설명한데 이어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128조 객실승무원의 승무시간 기준 등을 명시했다. 공지글이 나가자 승무원들은 "사측이 개선점은 제시하지 않고 국토부 규정만 강조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티웨이항공에 밀려 업계 4위로 추락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에어부산의 잘못된 근무 환경을 개선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청원인은 "항공사 승무원들은 비행기 내 서비스 뿐만 아니라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 요원이기도 하다"며 "근무여건이 잘못돼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다"며 강하게 호소했다. 해당 게시글은 22일 오전 현재 407명이 '동의한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이처럼 승무원 노동착취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에어부산의 항공안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실적에 있어서도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출범한 이후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안정적인 입지를 굳혀온 에어부산은 제주항공과 진에어에 이어 저비용항공사 중 매출 3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지난해 국제선 수송실적에서 300만3639명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327만8000명의 승객을 수송한 티웨이항공에 3위 자리를 빼앗겼다. 덧붙여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까지도 후발주자인 티웨이항공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에어부산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비행기 좌석을 기본 195개에서 220개로 늘리는 등 기존 운항 노선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강해졌고, 피로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스케줄까지 소화하다보니 쓰러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완벽한 안전, 편리한 서비스, 실용적인 가격으로 최고의 고객가치를 창조시키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여러 상황들을 보면 에어부산의 비행이 매우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회장 '기쁨조' 동원 논란과 관련 올해부터 행사 폐지키로
에어부산은 최근 논란이 된 여성 승무원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기쁨조' 동원과 관련, 올해부터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22일 밝혔다.
에어부산 여승무원들은 그룹의 박 회장이 방문했을 때 행사에 동원돼 회장을 위한 애교를 떨고, 율동을 하는 행사를 이어왔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에어부산 익명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회장님 접견 시 맞이하는 조가 나뉘어 있다. 팔짱을 끼고 리액션을 담당하는 이가 있고, 마지막에 박 회장이 돌아가려고 하면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조까지 있다'는 등 구체적인 증언들이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 에어부산 측은 "에어부산은 객실 승무원을 자체 채용하고 있어 그룹의 박삼구 회장과 만날 기회가 없는 편이다. 신입사원 직무훈련 기간 중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가서 훈련(비상착수)을 해야 하는 날이 있는데 그 날 모두 서울로 이동한다. 보통 해당일에 서울로 간 김에 광화문 본관에 가서 회장님께 인사드리는 접견 일정을 잡는다"며 "그룹 회장께 신입사원으로서 인사드리는 자리이며, 기쁨조라는 어휘 선택은 잘못된 것이며 갑질 또한 맞지 않는 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지분 50% 이상을 부산시와 지역 상공업계가 소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을 아시아나에서 임명한다는 이유로 회장 개인을 위한 행사에 직원들이 동원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 에어부산은 올해부터는 박삼구 회장과 신입 승무원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는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입 승무원부터 적용 중이다.
에어부산 측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1년에 3~4번씩 진행되는 신입 승무원 교육 때마다 회장님과의 만남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신입사원 교육 일정을 잡으며 아시아나 측에 연락을 했는데 더 이상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연락 받았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