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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지 않은' 김선생 탓에 가맹점주만 속타네…'바르다김선생' 물품 강매로 첫 과징금 불명예

기사입력| 2017-12-15 08:50:30

김밥 프랜차이즈인 '바르다김선생'이 최근 물품 구매 강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것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제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는가하면 소비자들의 분노도 여전하다.

특히 정치권 등에선 공정위가 이번에 처음 가맹본부의 구입 강제와 고가판매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주목, 바르다김선생 사건을 더 큰 이슈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때문에 지난 2013년 브랜드 론칭 이후 전국에 171개 가맹점을 내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쌓아온 이미지의 손상은 피하기 어렵게 됐고, 애꿎은 가맹점주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바닥 살균용 세척제까지 강매하다 6억원 과징금 '철퇴'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2일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바르다김선생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300만원을 부과했다. 바르다김선생은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가맹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18가지 품목을 가맹본부로부터 구매토록 강요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이번에 바르다김선생이 가맹점에 구매 강제해 문제가 된 품목들은 바닥 살균용 세척·소독제나 위생마스크,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 대나무 만두찜기 등을 비롯한 식기류와 일회용품 대부분이며, 개별적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해도 되는 품목들이다.

특히 바르다김선생은 온라인쇼핑몰 최저가 3만7800원인 위생마스크를 가맹점주에게 5만3700원에 판매해 42% 폭리를 취하는 등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이들 물품을 강매했다. 현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특정인과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단 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해준다.

이외에도 바르다김선생은 가맹 희망자의 점포 예정지에 인접한 가맹점 10개의 상호·소재지·전화번호를 포함하는 인근 가맹점 현황정보를 반드시 문서로 제공해야 하는 가맹사업법 조항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까지 바르다김선생 측은 194명의 가맹 희망자와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이러한 문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정보공개서 제공일을 기준으로 14일이 지나기 이전에는 가맹희망자들과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규정도 위반했다. 정보공개서란 부담 비용 등 가맹 희망자가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정보가 담긴 문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물건 강매 등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질적인 갑질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과징금과 함께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들에게 모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임직원들은 가맹사업법에 관한 3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도록 명령했다.

을지로위원회도 이번에 발 빠르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공정위의 바르다 김선생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은 그간 한 번도 과징금이 내려지지 않았던 부당한 물품 강요 행위와 고가 판매 행위를 공정위가 인정한 첫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그간 진행된 바르다김선생의 갑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가맹본부들은 개별적으로 구매해도 상관없는 물품마저 필수품목으로 규정하고 구입을 강제하는 등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직도 많은 가맹점주들은 부당한 갑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가맹본부 관행의 경종이 돼 가맹사업이 바르게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맹점주들, 불똥 튈까 '전전긍긍'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정작 피해는 가맹점주에게 튈 판이다. 공정위 제재 사실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선 바르다김선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바르다김선생의 김밥 등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 제일 싼 '바른김밥' 가격이 3200원이고 '불고기 김밥'은 4800원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에도 브랜드의 정직성과 뛰어난 품질을 믿고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온라인에 앞다퉈 올리고 있다. '알고보니 안바르다 김선생이었다'는 등의 브랜드명 패러디를 통해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한때 바르다김선생은 주요 포털 핫클릭 2위까지 오르는 등 망신을 제대로 샀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매출 손실을 우려한 일부 점주들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정훈 바르다김선생 상생협의회장(안산 고잔점주)은 "뒤늦게 발표된 공정위의 결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번지며 매출하락으로도 이어질까봐 점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생협의회 이름으로 각 언론사에 입장문을 보내는 등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맹점주들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바르다김선생 측은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만한,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척제 등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부재료를 가맹본부에서 구입하게 강제하면서 얻은 이익을 사회 환원하거나, 점주들을 위해 사용하는 등의 상생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맹본부의 잘못으로 인해 점주들이 입게 될 손해에 대해서도 이후 어떻게 보상해줄지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바르다김선생 측은 "본사의 위생기준이 높고 까다롭기 때문에 강제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본사 기준이 높아서 좋은 제품을 쓰도록 했던 것뿐이다. 싼 물건을 비싸게 팔면서 폭리를 취했다고 볼 수는 없는 문제"라고 항변했다. 이어 향후 대책과 관련해선 "과거의 과오가 또 다시 이슈가 돼 가족점주님들께 우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본사에서는 바른케어, 바르게한바퀴 등 본사와 가족점간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고, 적극적인 신메뉴 개발, 그리고 그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