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한국피자헛 팔렸다…경기불황에 실적부진으로 외식업계 매각 바람
기사입력| 2017-09-01 08:49:36
외식업계에 매각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맥도날드, KFC, 피자헛 등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 한국 법인 매각설이 불더니, 결국 올해초 KFC가 재매각된데 이어 피자헛까지 팔렸다.
매각설이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이들 업체들은 매각설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재 매각설이 돌고 있는 외식업체 중 어느 곳이 다음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피자헛은 미국 염(Yum!) 브랜드가 보유한 한국 피자헛 지분 100%를 오차드원에 매각하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고 8월 31일 밝혔다.
오차드원은 이번 한국 피자헛 인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로, 관계사인 케이에이치아이는 인수·합병(M&A), 벤처투자, PE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와 자문 업무를 진행해온 국내 투자회사다. 양측은 매각 가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피자헛은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피지헛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도 "한국에서 더 많은 혁신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적극적인 사업 전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이처럼 '설'이 사실이 되면서 외식업계에서는 매각시장에 등장할 다음 카드가 어디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또한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국내 M&A 시장에서 떠도는 매출 리스트에는 맥도날드도 올라있다는 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처럼 외식업계에서 매각설과 매각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외식업체의 실적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5년 서울 이태원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피자헛의 경우 한때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해왔으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피자헛은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피자의 등장에 타격을 입은데 이어 도미노와 미스터피자 등의 점유율 상승 속에서 부진을 거듭해왔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중반만 해도 3000억원을 넘겼던 매출은 2014년 1142억원, 2015년 893억원 등으로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이 200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KG그룹으로 넘어간 KFC도 실적이 나빠져 3년 만에 주인이 다시 바뀐 경우다. 2014년 CVC캐피탈에 인수됐던 KFC는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인수 직전인 2013년 115억원이던 KFC의 영업이익은 CVC의 인수 첫해인 2014년 68억원으로 줄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11억원으로 급감했다. 실적 반등에 실패하면서 기업 가치는 떨어졌고, 결국 KG그룹에 재매각됐다.
KFC를 인수한 KG그룹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KG그룹은 8월초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23년까지 전국에 매장을 500개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KG그룹은 빅데이타에 근거한 정확한 상권 분석을 통해 매출이 떨어지는 매장은 정리하고 새롭게 신규 매장을 오픈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연말까지 200명의 정규직 직원을 신규 채용해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M&A 시장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외식업체들의 매각설이 계속 떠돌고 있다"며 "이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모펀드가 외식업체를 소유하면서부터 단기 차익을 바라는 손 바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버거킹의 '성공' 매각 사례를 롤모델로 외식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사모펀드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지난해 2월 버거킹의 실적개선을 이뤄낸 VIG파트너스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원에 버거킹을 재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1100억원에 버거킹을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3년여 만에 100%에 가까운 차익을 올린 것.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올라선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경비를 엄격하게 절감해나가면 단기간에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며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인수한 사모펀드들의 차익 실현을 위해 매각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