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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2년간 계속되는 잡음…김종인 대표 경영능력·리더십 실종?
기사입력| 2017-01-11 08:49:00
올 설에 롯데마트에서 명절 선물로 육류를 구입할 소비자라면 내용물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롯데마트가 특정 한우 부위를 단가가 저렴한 부위로 바꿔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단순 실수라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믿고 찾는 대형마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욱이 롯데마트 측은 지난해 냉동망고 제품에서 대장균이 초과 검출된데 이어 자체 브랜드(PB) 과일·채소 세척제에서 형광증백제 성분이 확인돼 자진 회수 및 환불 결정을 내리는 등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사건이 있었던 만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마트가 최근 대형마트계의 라이벌인 이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이유가 가장 기본인 품질 관리의 부실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 안팎에서는 2014년말 취임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경영 능력과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강변점과 잠실점에서 동시에 한우 속여서 팔아…직원 단순 실수라 보기엔 찜찜
롯데마트 관계자들이 축산물을 속여 판매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지난 5일 시민단체인 소비자연대가 한우 특수부위인 업진살을 치마살로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로 롯데마트 축산팀장·한우MD·강변점장·잠실점장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한 것. 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서울시가 롯데마트 강변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으나 롯데마트가 시정조치를 하지 않아 잠실점에서 8일간 같은 일이 반복됐다. 특히 롯데마트 안동한우 축산코너에서 업진살이 치마살보다 1㎏당 약 1만∼2만원 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게 소비자연대 측 입장이다. 소비자연대는 "롯데마트는 이번 불법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소비자 피해보상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측은 "일부러 부당이익을 챙기려고 한 게 아니라 부위를 나누는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단순한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 상품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판매하려던 명절 선물세트"라며 "강변점에서 발생한 이후 해당 팀에서는 즉시 점포에 지침을 내리고,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잠실점은 내부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역시 부위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직원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직원의 단순 실수라는 설명이 석연치 않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임대형태의 운영은 해당 업체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원료육의 상품화, 판매가격 결정, 판매라벨 조작 및 부착, 판매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로 사전 검증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점에서 당사의 관리 부재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성하고 있다. 현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운영 형태를 특정 매입이 아닌, 모두 직매입 구조로 바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롯데마트를 믿고 명절 선물세트를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조사 결과 판매된 물량이 없어 피해 받은 소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선물세트가 지난해 추석에만 판매됐던 것이 아닌 만큼 그 이전에도 같은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소비자는 "그동안 롯데마트를 믿고 각종 육류를 구입했는데 엉뚱한 부위를 더 비싸게 주고 샀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찜찜하다"고 말했다.
▶연이은 잡음에 김종인 대표의 품질경영 '흔들'…이마트에 계속 밀리나?
그동안 소비자들은 롯데마트에 적지 않게 실망을 해야 했다. 지난해 8월 롯데마트 냉동망고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초과 검출돼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문제가 된 제품은 지난 2015년 대장균군 초과 검출로 행정처분을 받았던 롯데마트 PB상품 '통큰태국망고'를 수입했던 업체에서 수입한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거셌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롯데마트 자체브랜드 과일·채소 세척제 '프라임엘 캐나다 23.4˚ 과일&야채 세제'에서 형광증백제 성분이 확인돼 자진 회수 및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는 화학물질 사용 생활용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었던 만큼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쌈장 1+1 행사가 진행되기에 앞서 돌연 쌈장 가격을 2600원에서 5200원으로 인상한 것을 비롯해 상품 가격을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혐의로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갑(甲)질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협력업체인 육류유통업체 신화와 벌이고 있는 '원가이하 삼겹살 납품' 논란은 공정위에서 1년 가까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납품업자 종업원 부당 사용, 부당반품 등의 갑질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58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업진살을 치마살로 속여 판 것까지 알려지면서 2014년말부터 롯데마트를 이끌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품질 경영'에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김 대표는 그 동안 치열한 대형마트 전쟁에서 가격경쟁 대신 품질을 강화해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는 김 대표의 품질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 김 대표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불길한 흐름은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2조1840억원으로, 지난 2015년 3분기보다 2.9% 하락했다. 또한 같은 기간 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는 라이벌 이마트를 비롯해 동종업계 경쟁업체들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 반해 롯데마트만 홀로 퇴보한 모양새다.
롯데마트의 계속된 악재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롯데그룹의 정기인사에서 김종인 대표의 거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4년 연말 당시 51세의 나이로 롯데그룹 역대 최연소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종인 대표가 취임 이후 직면한 고객 신뢰 상실, 처참한 실적, 갑질 논란 등 3대 악재를 넘어서며 대표직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