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 '까치담배 경영' 얘기 나오는 까닭
기사입력| 2016-08-16 08:56:20
내우외환(內憂外患). 롯데그룹의 분위기가 딱 이렇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의 비자금 조성 및 비리 의혹 수사로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정상경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검찰의 주요 수사를 앞두고 과거 논란이 됐던 일명 '까치담배 경영', 오너일가의 도피성 일본행 등으로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최근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장은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신 회장의 담배소매인 등록 관련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2년 국감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통합민주당)은 롯데그룹이 계열사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점포 담배소매인으로 신동빈 회장이 29개, 소진세 코리아세븐 대표는 50개 점포에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1년 8월 기준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직영점과 가맹점 4422개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았는데 이 중 20%인 891개 점포의 담배소매인이 가맹점주가 아닌 세븐일레븐 회사이거나 전·현직 회사대표로 확인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담배사업법 상 가맹점주가 담배소매인이 되어야 하지만 일부 점포에 전·현직 대표 이름을 올려 오너일가 주머니를 채웠다는 점에서 당시 논란이 됐다. 때문에 정·재계에서 '까치담배 경영'이라고 수군대기도 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지며 외부 자극이 없었던 롯데에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의 등장인 셈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담배소매인 등록 관련 검찰 고발건 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지만 당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모두 시정조치를 완료했고, 참여연대 등과의 소송도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롯데 측은 담배 관련 신 회장의 고발건의 처리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거에 있었던 일이 다시 회자되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담배 관련 논란은 이미 오래전 마무리 된 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 입장에선 영세 상인을 상대로 오너 일가가 부를 축적했다는 게 다시 회자되고, 이에 따라 여론이 악화돼 검찰로 괜한 불똥이 튀는 게 아닌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검찰은 초기 수사와 달리 중반기에 접어든 이후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오너 일가와 그룹 내 주요 인사들이 도피성 일본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6000억원대 증여세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는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 6월 일본행에 올랐다. 게다가 계열사 고문 등으로 이름을 걸어 놓은 뒤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도 급여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총괄회장과 딸 신유미씨도 일본에 머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 실세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 롯데캐피탈 대표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초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고, 지난 7월에는 롯데캐피탈 대표직을 사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신격호 총괄회장은 2000년대 초반 주요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장기간 일본에 머물며 검찰 수사를 피해간 전례가 있다"며 "최근 롯데 오너 일가의 움직임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위기 상황의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가족 간 경영권 분쟁 등의 오너리스크가 경영정상화의 발목을 잡았다"며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연결고리로 지목받는 서미경·서유미씨 등의 검찰 수사 협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검찰 수사 마무리를 통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선보이려던 신 회장이 번번이 오너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