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집행유예 기간 중 잡음 많던 담철곤 회장 광복절 특사 포함되나
기사입력| 2016-07-28 17:38:35
2013년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8·15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사 대상자로 언급된 기업인 중 집행유예기간에 유독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27일 정·재계에 따르면 예정된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올해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이 상당수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형 집행기간동안 특별한 잡음이 없었던 다른 총수들과 달리 각종 논란에 휘말렸던 담 회장의 사면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담 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오리온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업체다. 오리온의 중국법인은 2015년 매출액 1조 3329억원, 영업이익 200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14.8%, 23.3% 성장한 수치다.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 제과시장 성장률이 2%대에 그치고 유수의 글로벌 제과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거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오리온은 시장트렌드 변화에 따른 발빠른 제품 출시 전략이 주효했다.
해외 사업 경영전략 수립에 있어 오너 일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담 회장의 사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담 회장이 사면을 받는다면 오리온은 경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재벌총수들이 해외출장을 할 때 상당한 불편을 겪는다. 집행유예 때문에 출입국절차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 위기'를 사면배경으로 지목해 경제인들의 사면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오리온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국내 경제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주요 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물론 담 회장의 특사와 관련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집행유예기간 중 여타 기업인들과 달리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담 회장은 2013년 4월 대법원에서 300억원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집행유예 5년'형을 받아 풀려났다. 그런데 집행유예 기간 오리온 및 오너 일가와 관련된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 사례로는 고배당 논란이 꼽힌다. 오리온이 '아이팩'을 통한 일감몰아주고 2013년 150억원에 달하는 고배당을 받은 점에 부각되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아이팩은 담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했던 개인회사로 오리온에 포장지를 납품한 업체다.
오리온이 최근 3년간 고배당 정책을 펼쳐온 것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리온은 201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6000원의 배당을 승인했다. 주당 순이익이 2921원 대비 2배에 달한다. 총 배당금 규모는 315억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54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아 고배당 지적을 받았다. 당기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던 만큼 부족한 부분은 이익잉여금으로 채웠다. 오리온은 2014년 주식 현금 배당금을 이전 회계연도 1주당 3000원에서 주당 6000원으로 올려 오너 일가가 1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챙긴 바 있다.
편법상속 논란도 있었다. 담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씨가 페이퍼컴퍼니인 '스텔라웨이'를 통해 아이팩의 중국계열사인 '랑방 아이팩'을 2013년 215억원에 샀다가 2015년 오리온 중국법인에 300억원에 되팔아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원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이밖에 경제활성화 기여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점도 담 회장의 광복절 특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하위인 '보통' 등급을 받았다.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맺지 않은 것이 감점요인이 됐다.
오리온 측은 담 회장의 특사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회장의) 기업개혁 방침에 따라 지난 2년간 논란거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착한포장 등 사회적 기업으로 바로 서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사면이 이뤄질 경우 이같은 활동과 국가 경쟁력 기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