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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폭염에 떠나는 쿨 바캉스 '계곡기행'

기사입력| 2013-08-13 19:05:51
경북 영덕 옥계 계곡.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광 속을 굽이치는 청정수가 천혜의 물놀이터를 이룬다. 피서객들이 여유로운 시간을보내고 있다.
입추(7일)와 말복(12일)이 지났건만 무더위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이 같은 폭염에는 그늘이 드리워진 계곡이 으뜸이다. 계곡은 짙푸른 숲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청정수가 흘러내려 그야말로 쿨바캉스를 맛볼 수 있다. 그뿐인가. 물길을 따라 내려가자면 강폭 가득 흘러내리는 유려한 물줄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 무더위를 씻어낼 수 있다. 사행천을 굽이치며 토해내는 모래톱과 그 주변 솔숲에서의 야영은 담담한 삶의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열대야, 숨이 턱에 차오를 듯 한 무더위를 깨끗이 잠재워 줄 계곡 명소를 소개한다. 글·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옥계계곡(경북 영덕)

주왕산 자락에서 발원한 옥계계곡의 청정수는 빼어난 절경 속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물놀이 명소를 이룬다.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원스런 물줄기와 계곡미는 가히 경북의 대표 계곡이라 부를 법하다. 특히 봄이면 분홍빛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무릉도원을 연상케 했던 오십천 일원은 꿀맛 같은 복숭아가 알록달록 매달려 달콤한 영덕의 여름을 맛보게 해준다.

영덕에서 청송 방향 3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신양삼거리에서 69번 지방도를 따라 옥계계곡에 이르는 16km 구간은 영덕의 자연을 함축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다. 한여름 이곳 드라이브 길은 오대천 푸른 물줄기를 따라 복숭아, 포도, 사과밭이 이어지고, 백일홍 붉은 꽃길이 한결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길가 풍경에 반해 한참을 달리다보면 시원스런 물가 주변에 아름드리 솔밭이 펼쳐진다.

절경은 오십천 강폭이 좁아지면서 시작된다. 바로 옥계계곡이다. 깎아지른 듯 한 절벽 아래로 유리알처럼 맑고 차가운 계곡수가 흘러내려 소(沼)와 담(潭)을 이루는 등 천혜의 물놀이터가 따로 없다. 침수정 아래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의 모습은 여유롭기 만하다. 특히 물길이 완만하게 흐르는 모래톱과 물가에 자리를 잡고 유유자적 더위를 쫓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 시원하다.

옥계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팔각산(628m) 등산은 '오십천 드라이브길'의 또 다른 여정이다. 산 정상에 8개의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솟아 있는 절경 속에 산성계곡 등 맑은 물도 흘러내려 왕복 3시간의 등정코스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경북 영덕은 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고래불, 대진, 장사 등 '명사 20리' 하얀 모래밭이 해안선 따라 늘어선 해수욕장 천국이다. 영덕군 53km 해안도로는 최남단 남정에서부터 최북단 병곡까지 해안선을 드나들며 굽이굽이 이어진다. 특히 '강구항~병곡'까지 이어지는 35km 구간은 최고의 운치 있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기암괴석 위로 난 길은 차가 바다와 나란히 달려 시원 상쾌하다.

또 영덕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블루로드'는 곳곳에 천혜의 솔숲과 야생꽃길, 소공원 등이 조성돼 있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와 스트레스를 날릴 만하다.

▶여행메모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34번국도(청송)~신양삼거리 69번 지방도~옥계계곡

◇뭘먹을까=영덕의 여름은 가자미와 자연산 전복이 별미다. 올망졸망 포구를 지나며 해녀들이 바다에서 갖따온 소라, 전복을 즉석에서 맛보는 것도 맛나다. 전복 물회, 가자미 물회도 별미. 영덕 강구항 등에 나가면 비록 대게 시즌은 아니지만 게 맛을 볼 수 있다.



◆미천골 계곡(강원도 양양)

미천골 휴양림은 삼림욕과 원시의 계곡미를 맛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에 자리한 미천골은 태백산맥 동편의 숨겨진 비경 가운데 하나로 자연 생태계가 온전히 보존된 곳이다. 미천골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미천골 자연휴양림에는 토종벌 보호지역이 있는가 하면 물맛 좋기로 소문난 불바라기 약수도 있어 건강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미천골 휴양림을 찾으려면 양양에서 구룡령으로 가는 56호 국도 변에 있는 입구에서 3km 정도 비포장 길을 들어가야 한다. 입구에서 600m 정도 가면 길 왼편에 신라 때의 절터 '선림원지'가 나선다. 이곳을 지나면서 미천 계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산골의 안개 속을 유리알 같은 계곡수가 흘러내린다. 계곡을 따라 비포장 길이 이어지는데, 걸을 수도, 자동차로 이동할 수도 있다. 잘 정돈된 미천골 휴양림에는 50년 이상 된 참나무, 박달나무, 피나무와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가득차 있어 삼림욕에도 그만이다. 휴양림에는 산책로, 등산로와 자연 관찰원 등 다양한 휴양 시설에, 수백 명이 동시에 야영 할 수 있는 야영장도 갖추고 있다. 계곡 중간 중간에 펼쳐진 평상에 짐을 풀어 놓고 누워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불바라기 약수터는 휴양림 산막에서 계곡을 따라 5km 정도 더 들어간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철분이 많은 약수 탓에 주변이 온통 불그스레하다.

휴양림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엔 싱그런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따라서 미천골 여정에서는 하조대, 낙산해수욕장 등 동해의 절경을 함께 들러 볼 수 있어 매력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서울~홍천~44번국도 12km 진행~구성포 사거리~56번국도 43km 직진~창촌~구룡령~56번국도 15km 진행, 오른쪽 미천골 자연휴양림 이정표 따라 1km 진행~미천골

◇뭘 먹을까=휴양림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산채 비빔밥, 닭백숙 등을 하는 집이 있다. 낙산 등 양양바다를 찾아 동해의 싱싱한 해물을 맛보는 것도 좋다.



◆덕풍계곡(강원도 삼척)

실로 무릉도원이라 부를 법한 곳이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의 응봉산자락에 위치한 덕풍계곡은 빼어난 산세 못지않게 깊은 골 특유의 안온함이 깃들어 편안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물과 길, 숲 어느 하나 치우침 없이 곧잘 어우러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평탄한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뿐한 트레킹코스가 된다. 또 계곡 양쪽으로는 한 폭의 멋진 동양화가 걸려 있는 듯하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기품 있는 노송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정처럼 맑은 계류는 토종 민물고기의 보고로 생태학습에도 그만이다. 천혜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시원한 여름날의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삼척시~7번국도(울진 방향)~은덕~호산~416번 지방도로 원덕 산양리~가곡면사무소~풍곡~덕풍마을

◇뭘 먹을까=계곡 인근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닭백숙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삼척 임원항으로 나오면 방파제 횟집촌에서 값싸고 싱싱한 해물을 접할 수 있다.



◆구룡계곡(전북 남원)

지리산의 많은 계곡 중 그나마 덜 알려진 곳이다. 남원 토박이들의 여름철 나들이 코스로, 장대한 계곡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달아난다.

구룡계곡은 봄이면 여린 신록이 빚어내는 계곡미가, 여름에는 원시림 속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수가, 가을에는 만산홍엽 단풍이, 겨울은 개골산 못지않은 설경이 압권이다.

구룡계곡은 지리산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해준다.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 한 기암절벽을 따라 정상에 다다르면 구곡경의 구룡폭포가 나선다. 남원 8경중 제1경인 구룡폭포 아래에는 용소라 불리는 소가 형성되어 있다. 구룡계곡은 약 3.1km 정도 이어지는데 삼곡교에서 구룡폭포까지는 1시간10분 정도 거리로 타박타박 걷기에 부담도 없다. 구룡폭포에서 육모정 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오면 40분 정도가 걸린다. 계곡 트레킹을 마치고 탁족이나 물놀이를 즐기려면 육모정 아래에 있는 계곡이 좋다. 커다란 암반과 너른 계곡수가 흘러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완주-순천고속도로 북남원IC~남원시~주천면 소재지~육모정

◇뭘 먹을까=육모정 주변에 닭백숙, 인근 고기리에는 산채, 운봉읍에는 지리산 흑돼지가 맛나다. 남원시내로 나오면 추어탕이 별미다.



◆돈내코 계곡(제주도 서귀포)

제주도의 폭염은 육지 이상이다. 이즈음 제주도를 찾으면 그야말로 후텁지근함을 몸소 실감할 수 있다. 제주에서도 더위를 잠재울 명품 계곡이 있다. 제주에서는 드물게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하천인 서귀포 돈내코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동산벌른내와 서산벌른내가 산록도로의 동쪽 끝지점인 제7산록교 아래에서 만나 하나가 된 계곡이다. 계곡 주변에는 아영장과 청소년수련원 등이 있어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돈내코'란 지명은 이 지역에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멧돼지(돈)들이 물을 먹던 하천(내)의 입구(코)'라는 뜻이다.

제7산록교에서 내려다보는 돈내코 계곡은 한 폭의 거대한 초록빛 풍경화다. 환경수 사스레피나무, 구실잣밤나무와 동백나무 등 난대성 상록수가 빽빽하게 들어서 거대한 초록의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시원한 숲길에 들어서면 상큼한 음이온이 샘솟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멋진 폭포수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원앙폭포는 높이가 6m 정도.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두 갈래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시원스럽다. 한 쌍의 폭포가 사이좋게 흐른다고 해서 '원앙'이란 이름을 얻은 폭포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제법 넉넉한 크기의 에메랄드빛 소(沼)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깊다. 폭포 주변 용암 괴석은 신비감을 더한다. 백중날(음력 7월 보름) 원앙폭포 아래서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이 사라진다는 속설이 전해져 요즘도 여름철이면 물맞이를 하는 피서객으로 넘쳐난다. 특히 맑은 소는 다이빙에 수영을 즐기는 자연속 천혜의 물 놀이터가 되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 제주시~11번 도로 서귀포 방면, 40여분~서귀산업고 인근에 이정표~돈내코 계곡

◇뭘 먹을까=여름 제주 별미로는 자리돔을 꼽을 수 있다. 자리돔 물회와 구이가 맛나다. 또 소라물회, 소라죽, 보말죽, 깅이죽 등 미식거리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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