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의 별미를 들자면 단연 굴을 꼽을 수 있다. 굴 구이는 벌건 불에 달아올라 입을 살짝 벌릴 때 까먹는 맛이 일품이다. 짭쪼름 쫄깃한 게 굴 한 점에 싱싱한 겨울 바다가 통째로 담긴 듯 한 느낌이다.
이제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연말에 떠나는 여정으로는 어떤 곳이 좋을까? 겨울 바다로 떠나는 낙조-별미여행도 괜찮은 테마다. 특히 겨울바다는 을씨년스러운 대지와는 달리 의외로 별미거리도 풍부하다.
이맘때의 별미를 들자면 단연 굴을 꼽을 수 있다. 굴은 값도 저렴한 데다 맛과 영양까지 좋아 최고의 미식거리가 된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굴은 주로 통영, 여수 등 남해와 보령 천북 등 서해안 것이 주류를 이룬다. 제 각기 산지마다 특성이 있어 맛 또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굴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채취하는데 한겨울 추위가 더할수록 제 맛을 낸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딱 제철이다. 특히 이즈음 빨간 양념 버무린 김장김치에 싱싱한 굴 한 점을 올리는 조합 또한 일품이다.
굴 미식기행을 떠날 만한 곳으로는 우선 충남 보령 천수만 일원을 꼽을 수 있다. 서해안 최대의 굴 산지인 이곳은 굴이 제 맛을 내기 시작하는 12월을 기점으로 겨우내 미식가들이 몰려든다. 특히 천북면 장은리 굴 마을은 포구 앞에 72곳의 굴 전문점이 늘어서 있는데, 자연산 뻘굴 맛을 볼 수 있어 인기다.
'뻘밭의 화초'로도 불리는 천북굴 채취는 장은리 포구 앞바다에서 이뤄진다. 물때를 맞춰 배를 타고 20여 분을 나가면 광활한 뻘에 마치 하나의 커다란 꽃밭을 연상케 하는 자생지가 나선다. 흔히 자연산 굴이라고 해봐야 갯바위에 붙어 있거나 양식장 통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종패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천북굴은 부드러운 뻘밭에 곱게 피어난 화초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 '송지식'이라고, 소나무 기둥을 박아서 굴을 양식했는데, 소나무 기둥이 썩어 없어진 후에도 굴들이 번식 자생해 아예 굴밭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갯벌에서 스스로 자라니 관리할 필요가 없다. 제철이 되면 장은리 포구와 안면도 중간에 위치한 자생 갯벌에 나가 아낙네들이 2~3년 생 굴을 골라 담아 온다.
천북굴이 최고의 평판을 얻기까지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우선 장은리 등 천수만 일원은 서해로 향하는 지천이 많다. 이는 해수와 담수가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굴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곳에서 자라다 보니 맛 또한 좋다. 특히 양식굴과는 달리 뻘에서 자라 일조량이 많은 것도 천북굴을 최고의 별미로 만들어 주는 요소다. 대신 햇볕을 쬐는 동안은 먹이활동을 할 수 없으니 씨알이 자잘하다. 딱딱한 굴 껍질을 까면 토실하면서도 노르스름 회색빛 속살이 드러나는데, 맛은 짭조름 쫄깃 거린다.
한편 국내 대표 굴 생산지로 또 다른 굴미식기행지인 경남 통영의 것은 '수하식'으로 길러낸다. 물속에 길게 늘어뜨린 줄에 굴 포자를 붙여 키우는 방식이다. 수하식은 물속에 그대로 잠긴 채 성장해 바닷물의 천연 양분을 듬뿍 먹고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굴은 생장환경 중 물 흐름과 갯벌에 큰 영향을 받는데, 통영 굴은 바다 밑 작밭위에서 자란다. 모래도 뻘도 아닌, 그래서 부유물도 적고 깨끗한 데다 씨알도 굵다.
한겨울 천북 장은리 해변 일대를 찾으면 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굴 마을'로 이름난 포구 일대 굴 전문점에서 겨우내 굴을 구워대기 때문이다. 굴 구이는 벌건 연탄불에 달아올라 입을 살짝 벌릴 때 까먹는 맛이 일품이다. 짭쪼름 쫄깃한 게 굴 한 점에 싱싱한 겨울 바다가 통째로 담긴 듯 한 느낌이다. 딱딱 소리 내며 익어 가는 굴 구이 화로 주변에 앉아 나누는 정담도 여유롭다. 발품을 판 흡족한 대가다.
구이용 굴 한광주리(3만원)면 넷이서 실컷 먹을 수 있다. 굴밥(1만 원), 칼국수(6000원)도 함께 맛볼 수 있으니 가족 미식기행테마로도 괜찮다. 12월 16일이면 장은리 포구에서 '천북 굴 축제'도 열린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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