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미식거리로 '대방어'를 빼놓을 수 없다. 연중 살이 가장 토실하게 오른 데다 기름기도 많아 육질이 쫄깃 고소하다. 사진은 방어회.
11월 중순, 겨울의 초입이다. 가을이 정점을 찍고 월동준비에 들어갈 즈음, 산중에는 운치 있는 낙엽길이 펼쳐지고 바닷가에는 굴, 도루묵, 양미리 등 맛난 별미거리가 풍성해지는 때다. 그래서 여행마니아들은 대자연의 변이 속에 흡족한 미식기행을 즐길 수 있는 초겨울 여행을 다투어 떠난다.
이맘때 미식가들이 놓치지 않는 미식거리가 있다. 대방어다. 겨울철 제주 모슬포앞바다에서 잡히는 방어는 보통 6~15kg 정도로 얼핏 보기에 참치만큼 큼직하다. 그래서 '대방어'라는 이름도 얻었다.
대방어는 '생선은 클수록 맛있다'는 속설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물고기다. 그중에서도 초겨울에 잡히는 방어는 연중 살이 가장 토실하게 오른 데다 기름기도 많아 육질이 쫄깃 고소하다. 방어가 월동과 산란을 위해 영양분을 최대한 섭취한 때문이다,
예로부터 제주 어민들은 마라도 해역에서 자리돔을 먹고 자란 방어를 최고로 치며 이를 낚아 올렸다. 이른바 '자리방어'가 그것이다. 고소한 자리돔을 먹이로 삼았으니 방어의 육질 또한 기름지고 고소하다. 마라도 인근 갯바위 주변은 자리돔 서식처로 방어 떼가 몰려들고, 어민들은 쉽게 건져 올린 자리돔을 미끼삼아 방어 조업을 했다. 특히 제주 본섬과 마로도 사이 물살은 드세기로 유명한데, 이를 거스르며 살아가는 방어는 유독 육질이 쫄깃 고소해 예로부터 최고의 횟감 대우를 받았다.
제주 모슬포항 주변에는 마라도 근해에서 잡아 올린 방어 요리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 이들 횟집에서는 방어 한 마리를 잡으면 요모조모 알뜰하게 요리한다. 우선 등살, 뱃살 등 방어의 여러 부위를 횟감으로 골라 먹는데, 쫄깃거리는 뱃살은 참치에 비길 바가 아니다. 붉은 등살도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큼지막한 방어 머리구이, 아가미구이도 제법 먹잘 게 있는데, 고소한 살을 발려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어 내장수육도 접시로 한가득이다. 방어가 워낙 크다보니 내장 수육은 무슨 순대를 만들어도 될 만큼 큼직한 게 쫄깃 고소하다. 이처럼 방어를 회, 머리구이, 수육, 조림, 탕 등 다양한 요리로 만나자면 그야말로 푸짐한 성찬이 된다. 그렇다고 방어가 다금바리나 줄돔 처럼 비싸지도 않으니 겨울철 제주 여정에 미식거리로 삼을 법하다.
하지만 요즘 대방어 산지인 제주 모슬포의 경기도 예전만은 못하다. 조업부진 때문이다. 어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대방어 조업이 신통치 않다고 울상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 탓인데, 제주지역 방어 위판 량이 2014년 748t에서 2015년 200t으로 줄어 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방어의 어장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여름철에 동해 원산만까지 이동했다가 초겨울 제주도 인근 해역으로 내려와 어장을 형성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동해안으로 올라간 방어의 남하시기가 늦어지거나 어장 전체가 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겨울철 모슬포항을 찾으면 아직은 맛난 대방어를 만날 수 있으니 당장 걱정 할 정도는 아니다.
더불어 인근 수월봉에서는 제주의 겨울 낭만도 만날 수가 있다. 제주섬의 서쪽 끝자락 수월봉 아래 펼쳐진 천연기념물 제 513호인 '수월봉 화산쇄설암의 퇴적구조'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겨울철 수월봉-차귀도의 낙조 또한 놓칠 수 없는 풍광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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