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을 흘러내려 하얀 포말 속 낙차를 이루는 폭포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 짜릿하다. 사진은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 폭포.
본격 휴가철이 시작됐다. 하지만 장맛비와 무더위가 오락가락, 휴가 테마를 선뜻 정하기 곤란하게 만든다. 이럴 땐 폭포기행도 대안이다. 장마철 수량이 풍부해진 폭포는 장쾌한 물줄기가 한결 볼만하다. 특히 심산유곡을 흘러내려 하얀 포말 속 낙차를 이루는 폭포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 짜릿하다. 뿐만 아니라 폭포수에 온몸을 맡기는 수락폭포(물맞이폭포) 역시 더위도 쫓고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이다. 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경기 포천 '비둘기낭 폭포'
경기 북부 한탄강변에는 멋진 주상절리 폭포가 있다.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한탄강 인근에 자리한 비둘기낭 폭포가 바로 그곳이다. 비둘기낭 폭포는 30여 만 년 전 유출된 용암이 굳은 뒤 침식돼 이뤄진 주상절리 협곡과 동굴로, 천연기념물(제537호)로 지정돼 있다.
비둘기낭이란 이름은 절벽과 숲에 비둘기가 많이 살았던 데서 비롯됐다. 본래 비둘기낭 폭포에는 비둘기, 박쥐는 물론, 메기 등 물고기가 많았다.
비둘기낭 폭포는 포천의 심산유곡에서 흘러 나와 작은 내를 이루며 논 옆을 흐르던 물줄기가 갑자기 땅이 푹 꺼진 현무암 주상절리 벼랑으로 떨어진다. 정글처럼 짙은 숲 아래로 떨어진 물줄기는 어둑어둑한 곳에서 소를 이루고 굽이치며 다시 한탄강을 향해 급류를 이뤄 나간다.
이 폭포는 유독 장마철에 진면목을 드러낸다. 평소에는 거의 말라 있다가 비가 온 뒤에야 폭포 물줄기가 그 모습을 선보인다. 때문에 요즘처럼 비가 잦을 때에는 물줄기도 더욱 거세다. 굉음과 함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주변 숲 또한 원시림에 가까워 좀처럼 볕이 들지 않아 피서처로는 그만이다. 폭포 못지않게 절벽 밑 동굴의 천장에서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도 보기에 시원하다.
추가령구조곡을 이루는 한탄강 곳곳의 현무암 지대와 폭포주변 주상절리대는 자연지리 학습을 겸한 기행 코스로 괜찮다. 또 산정호수 주변은 아름다운 호수 말고도 명성산의 암릉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난데다 솔숲이 쾌적한 느낌을 전해준다.
▶가는 길=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415-2
◆경기 연천 '재인 폭포'
한탄강 인접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 또한 여름철 볼 만한 폭포중 하나다. 주변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생긴 6각형 모양의 현무암 기둥으로, 제주의 그것처럼 한탄강 주변의 전형적 풍광 중 하나다.
재인폭포 역시 비둘기낭 폭포처럼 평지가 움푹 꺼지면서 생긴 협곡에 위치해 있다. 평범한 들판에 너비 30m, 높이 18.5m에 이르는 폭포수가 형성돼 있어 가까이 가지 않고서는 폭포가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재인폭포는 슬픈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이 고을에는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헌데 고을 원님이 재인의 아내를 탐한 나머지 음모를 꾸몄다. 재인으로 하여금 이 폭포 위에서 줄을 타게 한 뒤 줄을 끊어 죽게 하고는 재인의 아내에게 수청을 들게 했다. 하지만 재인의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문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재인의 한이 서린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이 마을에 절개 굳은 코문이(재인의 아내)가 살았다 해서 '코문리'로 부르다가 후일 '고문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가는 길=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21
◆전남 구례 '수기리 수락(水落)폭포'
지리산은 뱀사골, 백무동, 피아골, 대원사계곡 등 도처에 깊은 계곡을 거느리고 있어서 인기 피서지로 통한다. 특히 한여름 심산유곡을 흐르는 계곡수는 1분 이상 발을 담글 수 없을 만큼 차갑고 깨끗하다.
산골 계곡수가 큰 낙차를 만나면 폭포를 이룬다. 한여름 지리산자락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폭포가 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기리 수락폭포가 그곳이다.
산동면 소재지 원촌마을에서 지리산 자락을 따라 4㎞ 정도를 더 들어간 곳에 자리한 수락폭포는 15m 높이의 낙차에 수량도 풍부해 여름철 이른바 '물맞이 폭포'로 인기다.
특히 수락폭포가 더위를 쫓는 것은 물론, 근육통, 산후통, 신경통 등에도 효험 있다는 소문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청정 지리산 풍광 속에 자리한 수락폭포야말로 더위는 물론 마음의 때 까지 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세심처(洗心處) 라고 자랑한다.
구례 수락폭포는 접근성과 수온, 낙차의 세기 등의 여건을 고루 갖췄다. 제 아무리 멋진 폭포라 해도 폭포수 아래 깊은 소를 이루면 다가갈 수가 없다.
하지만 수락폭포는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까지 긴 턱이 이어져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 물을 맞는 곳, 물줄기 안쪽으로도 여유 공간이 있어 여러 명이 함께 물맞이를 할 수 있다.
특히 지리산 심산유곡이지만 길이 잘 닦여 주차장과도 지척이다. 거기에 워낙 산이 깊다보니 가뭄에도 좀처럼 수량이 줄지 않고, 물줄기나 수온도 오랜 시간 물맞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하다.
풍치도 빼어나다. 기암괴석 사이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고, 주변에는 이끼류와 돌단풍, 소나무 등이 자라고 있어 멋진 경관을 담아낸다.
한편 수기리 수락폭포는 전남지역 유명계곡 중 가장 많은 산소음이온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15m의 수락폭포는 레너드 효과(일명 폭포수 효과)에 의해 고농도의 산소음이온이 발생한다. 산소음이온은 인체의 면역력 증진, 알레르기 비염 천식증상 완화, 혈액 정화, 두뇌기능 향상 등 다양한 효능이 있어 '공기의 비타민'으로도 불린다.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는 굳이 물맞이에 나서지 않아도 좋다. 마치 은빛가루 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 시원하다.
▶가는 길=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원달리
◆제주 서귀포 '소정방 폭포'
제주에는 천지연, 천제연폭포, 정방폭포 등 여러 폭포수가 있다. 그중 물맞이로도 유명한 폭포가 있다. 서귀포시 동흥동 정방폭포 인근에 자리한 소정방 폭포다. 바다와 연결된 소정방폭포는 물맞이와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 피서지로 통한다. 제주의 대표적 물맞이 명소로, 7m 높이의 물줄기가 해안 바윗돌에 세차게 부딪힌 뒤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정방폭포는 시원 둔탁한 물마사지가 피로를 풀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줄을 잇는다.
소정방폭포 인근 해안절벽에는 거대 자연동굴이 패여 있는가 하면, 주상절리대의 절경이 이어진다. 특히 해질녘 인근 전망대에 오르면 서귀포 앞바다의 한치 잡이 배들이 불을 훤히 밝힌 채 밤바다를 지키는 한가로운 풍광도 즐길 수 있다.
인근 돈내코 계곡 원앙폭포도 운치 있는 수락포포로 통한다. 제주도에서 드물게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하천인 서귀포 돈내코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동산벌른내와 서산벌른내가 산록도로의 동쪽 끝지점인 제7산록교 아래에서 만나 하나가 된 계곡이다.
계곡 주변에는 아영장, 청소년수련원 등이 있어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돈내코'란 지명은 이 지역에 멧돼지가 많이 출몰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멧돼지(돈)들이 물을 먹던 하천(내)의 입구(코)'라는 뜻이다.
한 쌍의 폭포가 사이좋게 흐른다고 해서 '원앙'이란 이름을 얻었다.
▶가는 길=제주 서귀포시 동흥동(중문~중문관광단지~12번 일주도로~서귀포 칼호텔~파라다이스호텔~소정방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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