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은 장쾌한 동해바다의 청량감 속에 다양한 문화유산기행을 맛볼 수 있어 흡족한 여정을 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세계인류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가 펼쳐지는 고장으로, 우리 전통 민간축제의 원형까지 접할 수 있으니 더 각별하다. 사진은 단오제에서 굿을 시연하는 모습.
초여름 더위가 만만치 않다. 물과 그늘이 그리워지는 시절. 본격 바캉스 시즌을 앞둔 이즈음은 호젓한 일상탈출을 맛보기에 적당하다. 이맘때 우리의 심신을 다스려줄 여행테마로는 어떤 게 좋을까? 시원한 바다와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유산까지 함께 섭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마침 강원도 강릉은 장쾌한 동해바다의 청량감 속에 다양한 문화유산기행을 맛볼 수 있어 흡족한 여정을 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세계인류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가 펼쳐지는 고장으로, 우리 전통 민간축제의 원형까지 접할 수 있으니 더 각별하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인류의 천년축제 '강릉단오제'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명성의 축제가 있다. 대체 무슨 말인가? 현재 국내에는 해마다 1500여 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명실 공히 글로벌축제로 꼽을 만한 게 없다는 자조가 현실이다.
하지만 세계의 눈은 다르다. 우리의 전통 축제를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높이 평가해주고 있다. 강릉단오제가 바로 그것으로, 이를 1000년 전통에 다양한 전통예술이 어우러진 세계적 걸작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제천의식과 세시풍습의 원형이 잘 살아있는 전통 축제로 평가하며, 유네스코는 2005년 강릉단오제를 인류구전무형유산으로 선정하였다.
음력 5월 5일, 단옷날에 열리는 강릉단오제는 예로부터 강릉 사람들이 함께 치러 온 잔치마당이다. 대관령에 자리한 국사성황사에서 서낭신을 모셔와 강릉시 홍제동에 있는 여성 황사에 안치하고 축제를 벌인다.
단오제는 한 달이 넘게 봉행된다. 음력 4월 5일 신에게 바칠 술을 담그는 '신주 빚기' 행사를 시작으로, 음력 4월 15일에는 대관령 산신당과 성황당에서 산신제와 성황제를 올린다. 또 국사성황의 신목(神木)을 모시고 내려와 강릉 시내 여성황당에 모시는 봉안제도 올린다. 단오 날이 가까워지는 음력 5월 3일이면 신을 단오장으로 모시는 영신제를 지낸다. 이후 위패를 남대천 단오장에 마련한 제단에 모시고 이튿날부터 4일 동안 아침 제례(조전제)를 올린다. 이때 굿을 하고 풍농 풍어를 기원한다. 음력 5월 7일 저녁에는 신을 다시 대관령으로 돌려보내는 송신제를 올리며 단오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강릉단오제는 춤과 음악, 민속극, 구비서사시(巫歌) 등 한국 전통 예술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축제다. 우리의 전통 음악인 농악, 민요, 무속음악, 민속극 음악의 음률과 장단이 곧잘 하모니를 이루는 잔치다. 또 이에 걸맞은 무당춤, 농악대 춤, 가면극 춤 등을 통해 우리 전통춤의 보편성과 특수성도 함께 담아내는 축제다.
그중 한국 전통가면극의 원형을 잘 보여주는 민속극 '강릉관노가면극'이 펼쳐지는데. 이는 지역 수호신을 인격화한 우리의 유일한 무언극이다. 아울러 단오제의 무속서사시는 지역 사회 구비문학의 원형을 잘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한국 서사문학의 원천이 되는 신화적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문학사적 의의도 인정받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제의적 기반인 산신과 남녀성황신 신화를 비롯해, 관련 전설들이 풍부하게 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굿 또한 한국의 전통 샤머니즘 공연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당굿의 춤사위와 복식, 노래, 음악 등 다양한 굿거리가 그 자산이다. 이 같은 점들이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세계인류 구전 및 무형문화유산 등재 가치다.
강릉 단오제의 우수성은 무엇보다도 1000년 동안 이어진 지속가능성에 있다. 올해도 음력 5월5일 단옷날 어김없이 축제가 펼쳐졌다. 올해 강릉단오제의 주제는 '단오와 몸짓'. 그래서 더 역동적인 강릉단오제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무녀의 아름다운 춤을 중심으로 기획한 '굿 위드 어스(With Us)', 강릉단오제 단오 굿의 가·무·악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단오와 몸짓, 날개를 달다' 등의 기획공연이 올해 인기 볼거리로 꼽혔다.
특히 강릉단오제의 핵심 콘텐츠인 굿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더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굿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공연을 보듯 편안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굿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강릉단오제' 어디에서 맛볼까?
강릉단오제, 축제 때가 아니면 어디서 그 진수를 엿볼 수 있을까? 강릉시는 그 대안으로 강릉단오문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이 언제나 강릉단오제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강릉단오문화관
강원도 강릉시 노암동에 2004년 문을 연 강릉단오문화관은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건립되었다. 강릉단오문화관은 현재 시민의 문화공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전승활동과 일반인들에게 사계절 강릉단오제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강릉단오제를 중심으로 전통문화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단오문화관은 6,408㎡(1,938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115㎡ 규모다. 강릉단오제의 과정을 모형과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단오홍보전시관을 비롯해, 공연장,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전통체험 놀이마당 등이 마련되어 있다. 체험상설마당에서는 투호놀이, 널뛰기, 윷놀이 등의 민속놀이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다. 또 단오 굿과 무속악, 강릉단오제례의 전승보존이 이루어지는 무속악사 교육실, 강릉시 관광 상품 판매점 등도 갖추고 있다.
▶'강릉단오문화관 한바퀴'
먼저 단오홍보관 전시실로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부조가 있다. 김홍도의 대관령 그림이다. 김홍도가 대관령에서 강릉을 굽어보며 그렸다는 그림이다. 대관령 그림을 전시관 초입에 걸어 둔 것은 대관령의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대관령국사성황신(범일국사), 대관령산신(김유신), 대관령국사여성황신(정씨처녀)이 모두 대관령에 상주하고 있다.
이후 단오술을 담은 '신주 빚기' 전시코너가 나선다. 신주 빚기는 강릉단오제의 첫 행사로 칠사당에서 무녀의 굿 의식과 곁들여 쌀과 누룩, 솔잎을 섞어 술을 빚는데, 술독을 칠사당에 안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복도를 지나면 첫 번째 전시 공간, 제의(祭儀)마당이다. 단오제의 주신들에 대한 설명이 마련돼 있는데, 모형으로 만들어진 제례 봉행 모습도 함께 갖추고 있다.
이후 단오굿마당에서는 단오 굿에 대해 배울 수 있다. 16개의 굿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적혀 있다. 입체영상시스템을 클릭하면 무녀의 굿 장단과 함께 종이를 태우는 소지의식이 입체 영상으로 펼쳐진다.
다음은 강릉단오제의 대표적인 놀이, 관노가면극과 난장을 보여주는 전시실이 나선다. 관노가면극의 등장 복장과 탈 등을 볼 수 있다. 다섯 마당으로 구성된 극 전반이 소개돼 있어 무언극인 관노가면극을 이해 할 수 있는 코너다.
난장에는 단오장의 옛 모습을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관노가면극, 그네, 농악, 씨름 등의 놀이판이 펼쳐진 단오시장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전시실에는 영상실도 갖추고 있다.
◆등재 가치
강릉단오제는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현재까지 전통축제의 원형이 잘 보존된 가치 있는 행사다. 이에 따라 그 전통성과 문화적 독창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어르신과 아동, "Let's Go!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강릉단오제' 탐방
경기도 동두천시노인복지관(손용민 관장) 이용 어르신 15명과 동두천시 지역아동센터 아동 15명이 GKL사회공헌재단에서 지원하는 '2016년 UNESCO세계문화유산탐방'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통해 지난 8~9일 세계인류무형유산 '강릉단오제' 탐방 길에 올랐다.
금번 탐방 프로그램은 1·3세대가 함께하여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하고 노인과 아동의 세대 간 교류 확장을 통한 '세대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행사에서는 강원도 강릉의 대표적 지역 행사인 단오제를 관람하는 한편 강릉선교장, 안목해변 등 주요 관광지도 찾았다.
탐방 첫째 날, 강릉선교장을 먼저 들렀다. 선교장은 강원도 지역의 전통 사대부 가옥 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품위 있는 건축물로, 우리 전통문화와 한옥의 기품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금번 탐방의 하이라이트격인 강릉단오제 축제장을 찾았다. 이색 전통 공연과 단오 굿, 민속놀이, 난장 등 단오제의 매력을 흠뻑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를 접했다.
이튿날은 강원도 강릉의 대표 해변격인 안목해변을 찾아 푸르른 바다와 명사십리가 펼쳐진 동해안의 진풍경을 감상했다.
참가 어르신과 아동들은 한결같이 "흡족한 여행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탐방에 참여한 서승현 어르신(72)은 "복지관에서 동년배끼리 여행을 떠난 적은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면서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들과 함께 오니 내 손자를 보는 것 같이 애착이 많이 가서 좋았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한 짝꿍 박효빈 어린이(9)도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탐방에 나선다고 해서 재미있기보다는 엄하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잘해주시니 아주 좋았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손용민 관장은 "이번 탐방 기회를 통해 참가자들이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세대 간 교류 확장을 통한 소통 강화와 1·3세대 통합의 장이 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면서 "금번 기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1·3세대 통합 프로그램 확장을 통해 지역 세대 간 격차를 해소하는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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