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재활용관광이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Let's Go-인류무형문화유산편' 그 첫번째 여정 '한산모시짜기' 탐방이 실시됐다. 지역의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른바 '1·3 세대' 간 동행 여행 프로그램이어서 그 의미를 더한다. 사진은 인류무형유산인 한산모시짜기 모습.
한 국가나 지역, 공동체의 문화유산 속에는 면면히 흘러온 역사속의 다양한 가치들이 온전히 담겨 있다. 때문에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매력 있는 여행 테마에 다름없다. 특히 빛나는 세계유산의 경우 관광산업 측면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전 세계인이 인정해주는 글로벌 관광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재활용관광이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세계유산을 탐방하는 여행프로그램 이벤트가 진행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지역의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른바 '1·3 세대' 간 동행 여행 프로그램이어서 그 의미를 더한다.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협회장 이호경)가 10회에 걸쳐 공동 실시하는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이벤트(Let's Go -인류무형문화유산편)가 그것으로, 그 첫 회가 한국 최고의 전통천연섬유인 '한산모시'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살펴볼 수 있는 충남 서천 '한산모시짜기' 탐방으로 시작 됐다. 서천=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대한민국 세계인류무형유산 '한산모시짜기'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 마을 당산나무 아래서 모시적삼을 받쳐 입고 피서를 즐겼다. 복더위에 선풍기 보다 더 시원하다는 게 모시옷이다. 요즘은 보기 드문 '모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모시의 본 고장 충남 서천이다.
▶명품 한산 모시
서천은 예로부터 왕의 진상품으로 유명한 한산모시의 생산지다.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한 노인의 현몽으로 서천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한 이래 1500여 년 동안 우리의 전통미를 상징하는 여름 옷감으로 이어져 온 명물이다.
서천군 한산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한산모시는 백옥처럼 희고 우아한 게 특징이다. 특히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하고 가늘어 여름철 옷감으로는 으뜸으로 친다. 특히 부가가치도 높아 서천군 지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름철 최고의 옷감 '한산모시'는 맵시는 물론 통풍성이 좋고 빨아 입을수록 윤기가 흐른다.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씨는"'옷이 날개'라는 말이 곧잘 어울리는 모시옷은 땀을 빨리 흡수-발산한 데다 깔깔한 느낌이 시원하고, 또 질기기까지 해서 한 벌만으로도 평생 입을 수 있다"고 예찬한다.
한산모시는 꽤 비싸다. 옷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길이 21.6m, 폭 60㎝짜리 필모시 한 필이 보통 60만 원, 우수품은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실제 천연 모시 옷 한 벌은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모시 직조 과정 등 옷 한 벌이 완성 될 때까지의 과정을 따져 보면 결코 비싼 게 아니라는 것이 생산 농민들의 이구동성이다. 한산모시는 여인들의 억척스런 노동으로 만들어진 한 서린 옷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서천의 한산모시는 최고의 품질에 1500년 공동체 문화가 깃들어 있어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옷감을 짜는 전통기술 뿐만 아니라 공동체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사회·문화적 기능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다.
▶한산모시짜기
한산모시짜기는 한산면의 여인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모시풀을 활용해 세대를 이어 행해 온 전통 직물공예다. 모시라는 천연 재료를 이용해 베틀에서 전통 방법에 따라 모시 옷감을 짰는데, 어머니가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딸과 며느리에게 전수하는 가내수작업 형태로 이어져 왔다.
우리 땅에서 모시의 역사는 길다. 4~7세기 삼국 시대에 이미 주변 국가로 수출되기 시작해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주요 수출품으로 통했다. 모시짜기는 단순 직조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마을의 정해진 장소에서 이웃이 함께 모여 일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동체 문화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 시대 서천 한산지역에서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소득을 올리기 위해 모시풀을 기르고, 모시짜기에 적극 나섰다. 모시 두레는 바로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나타난 공동체 작업의 한 형태였다. 한산모시는 과거 화폐를 대신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때문에 조선시대 경제활동이 어려웠던 부녀자들에게 한산모시짜기는 짭짤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주요 원천이었다. 따라서 호기가 찬 처녀들은 신부수업으로 모시짜기 기술을 배우는데 더욱 공을 들였다. 이는 한산모시짜기 전수가 어머니에게서 딸이나 며느리로 면면히 이어지게 된 배경이기도하다.
하지만 60~70년대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값싸고 다루기 쉬운 섬유가 생산되면서 모시의 인기는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시 짜는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한산 모시짜기 전통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한산모시짜기를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맵시 좋은 한 벌의 모시옷이 탄생하기 까지는 다양한 인내의 공정이 필요하다. 우선 모시풀을 재배하고 수확해야한다. 이후 모시를 훑고 겉껍질을 벗겨서 태모시를 만들고, 태모시를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말린 후 이를 다시 물에 적셔 실의 올을 하나하나 쪼개는 모시째기를 해야한다. 이후 모시삼기 차례, 쪼갠 모시올을 이어 실을 만드는 공정이다. 여기서 좋은 옷감을 만드는 판가름이 날 수 있는 만큼 가장 공을 들이게 된다. 만들어진 실을 체에 일정한 크기로 담아 열 십(十)자로 묶는 과정이 모시굿이다. 모시날기, 풀을 먹이는 모시매기, 베틀을 이용한 모시짜기, 하얀 모시 옷감을 위해 물에 적셔 수차례 볕에 말리는 표백의 과정도 거친다.
특히 모시짜기는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습도가 낮으면 끊어지기 쉬운 모시의 특성 때문이다.
▶'한산모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산모시의 진수를 맛보기위해서는 서천군 한산면 소재 한산모시 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한산모시 전시관은 모두 11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관의 입구인 2층은 한산모시로의 초대, 한산모시 제조과정, 모시의 복식사, 세계의 모시, 미래 산업 한산모시 등 5개의 주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나선형 계단을 따라서 만나는 1층 전시실에는 무형문화재 홍보관, 모시재배-농기구 전시관, 생노병사관, 모시생육표본관 등 4개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한산모시로의 초대'라는 주제관에서는 한산모시가 기록된 고서 전시와 함께, 모시의 역사와 그 쓰임새. 그리고 종류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한산모시제조과정에 대해서 알아 볼 수 있는 전시공간에서는 태모시만들기-모시째기-모시삼기-모시날기-모시매기-꾸리감기-모시짜기 등 한산모시를 만드는 전 과정이 사진과 함께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산모시의 복식사를 알아볼 수 있는 공간도 볼만하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복식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인기 코스다. 전통적인 우리나라 옷의 기본인 바지-저고리를 비롯해 관복, 의례복, 일상복, 노동복 등의 의복을 한산모시로 제작-재현 해놓았다. 특히 천연염색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조선 초기 유행 염색의 총화격인 기녀복도 만날 수 있다. 기녀복은 당시의 발달된 천연염색의 모든 색채를 감상할 수 있어 전통모시의 화려함을 한 눈에 파악할 수가 있다.
또 '세계의 모시, 미래 산업 한산모시' 주제관에서는 한산모시의 제작과정을 표현한 디오라마를 보고 모시의 세계적 분포와 품종,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파악할 수가 있다. 특히 모시차, 모시음료, 모시비누, 현대 방적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한산모시 등에 대한 제품도 만날 수가 있다.
또 모시생육표본관에서는 발아 후 1~5일 된 모시풀을 비롯해서 수확기의 90일생 모시풀까지 모두 9개의 실물표본을 통해 그 생장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아울러 한산모시홍보관에는 한산모시 전시-판매장, 카페테리아(특산물판매장), 유네스코관, 모시의상실, 모시공예체험장, 지하층에서는 직접 베틀을 이용해 모시를 짜는 모습도 엿볼수 있다.
▶한산모시짜기 인류무형유산 등재 가치
충남 서천의 한산모시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데다 1500년 공동체 문화가 깃들어 있어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옷감을 짜는 전통기술 뿐만 아니라 공동체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사회-문화적 기능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사철 미식기행지 서천의 매력
초여름 충남 서천으로 떠나는 여정에는 풍성함이 넘쳐난다. 오뉴월부터는 마량항에 자연산 광어가 풍어를 이뤄 솥뚜껑만한 광어의 쫄깃 담백한 육질을 실컷 맛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해당화 곱게 핀 장항 송림리 해변에서는 서해 바다의 운치에 흠뻑 젖어 들 수도 있다. 금강물줄기 옆에 발달한 광활한 신성리 갈대밭은 피어오르는 물안개 속에 넘실거리는 초록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편, 해마다 6월 초순이면 한산모시축제도 열려 우리 전통섬유의 기품과 과학적 신비에도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올해는 제27회 한산모시문화제가 '백일간의 기도, 천오백년의 사랑'이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서천군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한산모시문화제에는 한산모시짜기 경연대회, 한산모시 맛 자랑 경연대회, 한산모시 가요제, 청소년 젊음의 콘서트, 임벽당 김씨 전국자수대회, 전국 사진촬영대회 등의 다양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인터뷰 =이덕주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국내 인류무형유산 탐방을 테마로 공헌활동을 펼치게 되었는데요?
▶지난해에는 국내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형유산 10곳을 탐방 테마로 삼았습니다.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유형의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올해는 탐방단이 우리의 인류무형유산을 통해 조상의 얼을 느끼고 공감하며 정체성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그 장을 마련했습니다.
-'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Let's Go-인류무형문화유산편'이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동행하는 이른바 '1·3세대' 여행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데요?
▶최근 우리 사회에 가족해체 등 여러 부정적 현상이 더욱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우리 재단의 세계문화유산탐방프로그램이 세대를 뛰어 넘는 공감대와 결속력을 심어 줄 수 있다는 데에 퍽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남의 손자손녀지만 내 자손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살펴주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따스한 사랑과 친 조부모처럼 살갑게 따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화목한 가정 이상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1·3 세대 간 동행 여행 프로그램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유형)탐방의 성과는 어땠습니까?
▶종묘 탐방단에 동행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참가한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요. 세대 간 연령 차이를 넘어서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활짝 열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괜찮은 시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프로그램 탐방단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
▶여행이라는 즐거움 속에서도 우리 역사의 참 매력과 깊이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는 분위기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취지에 맞는 운영을 통해 명품 탐방 프로그램으로 정착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GKL사회공헌재단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가 100%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입니다. 우리 재단이 앞으로 미래세대에게 시야를 넓혀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역할을 더 열심히 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요즘 글로벌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나 없는 글로벌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음성군노인복지관 "We are bridge maker-제27회 한산모시문화제 탐방"
음성군노인복지관(관장 유지숙)은 1·3세대에게 관광과 교감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4~5일,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협회장 이호경)의 지원으로 UNESCO세계문화유산 탐방을 진행했다. 멘토(어르신) 15명과 생극지역아동센터 아동(멘티) 15명이 "We are bridge maker(우리는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자랑스러운 인류무형문화 유산 '한산모시짜기' 탐방에 나선 것.
본격 탐방 전 5월 31일에는 일정 소개 및 친밀감 형성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진행되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몸으로 말해요' 등 서로를 이해하는 친교의 시간이었다.
탐방 첫날, 버스 안에서는 체험기간 준수해야 할 안전교육,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한산모시 관련 배움의 시간도 가졌다.
첫 번째 일정으로 충남 서천에서 펼쳐진 '제27회 한산모시문화제'를 찾았다. 본격 탐방에 앞서 한산모시 전시관 앞마당에서는 GKL사회공헌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UNESCO 세계문화유산 탐방, Let's Go-인류무형문화유산편'의 시작을 알리는 세레모니가 진행되었다.
이후 한산모시전시관을 찾아서는 임금님 진상품이자 지역 특산품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산모시의 진가를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탐방단은 직접 모시째기를 경험해보는가 하면, 소원을 적어보는 소망등 체험, 모시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에도 동참했다.
이후 충남 서천군의 명물, 국립생태원을 찾아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 약 5,400여 종의 동-식물을 관람하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튿날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방문했다. 서천지역의 자생해양생물에 대해 알아보고 해양생태계에 대한 인식과 보존의 중요성을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아름다운 솔숲과 갯벌을 품고 있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을 찾아 스카이워크도 탐방했다. 탁 트인 하늘과 바다를 걷는 듯 한 시원 상쾌한 기분에 탐방단은 모두 탄성를 질렀다.
음성군노인종합복지관 유지숙 관장은 "이번 세계문화유산 탐방을 통해 본 사업의 취지인 1·3세대에게 관광과 교감형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면서 "참석한 어르신, 아이들 모두 흡족한 여정을 마칠 수 있어 행복해 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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