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홍시처럼 무르익어가는 서정을 맛보기로는 옛 전통마을도 좋은 테마다. 초가집 지붕위에 박이 누렇게 익어가고, 안마당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며 대추도 가을 햇살 아래 윤기를 더한다. 국내 전통마을 중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적 자산이다. 사진은 하회마을의 충효당.
본격 단풍 여행 시즌에 돌입했다. 하지만 유명 단풍 여행지는 인산인해다. 이럴 땐 차라리 집주변 단풍코스를 찾는 게 효과적이다. 대신 가을이 홍시처럼 무르익어가는 서정을 맛보기로는 옛 전통마을도 좋은 테마다. 초가집 지붕위에 박이 누렇게 익어가고, 안마당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며 대추도 가을 햇살 아래 윤기를 더한다. 국내 전통마을 중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적 자산이다. 하회마을은 동네 자체만으로도 반나절 여정이 충분하다. 거기에 병산서원, 봉정사, 청량산, 농암종택, 안동댐 등 주변 연계 관광코스도 쏠쏠해 흡족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양동마을 또한 동네 답사 후 불국사, 경주남산, 감포앞바다 등 문화유적지와 빼어난 자연경관까지 둘러 볼 수 있으니 가을 주말 여행지로 제격이다. 안동-경주=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안동 하회마을
▶유교적 문화와 주민 공동체놀이가 잘 보존된 전통마을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소재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양반 마을의 가옥과 풍수적 경관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값진 곳이다. 낙동강의 상류인 화천 너른 물줄기가 S자형을 이루면서 마을 전체를 동쪽과 남쪽, 서쪽 세 방향으로 감싸고도는 범상치 않은 지세다. 이른바 물굽이터. 덕분에 '하회(河回)'라는 이름을 얻었다. 풍수들은 태극형(太極形)·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터라고도 부른다.
마을 동쪽으로는 태백산의 지맥인 화산이 있고 그 줄기가 마을까지 뻗어 낮은 구릉을 이루며 가옥들을 품고 있다. 동네 서북쪽 강변에는 아름드리 송림이 펼쳐져 있어 마을에 기품을 더한다. 솔밭 앞 너른 백사장과 강물 건너편은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절경을 이루는 데, 마을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부용대다.
하회마을은 꽤 널찍한 터를 이루고 있다. 면적이 5.28㎢에 125가구 23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기와집 160동, 초가집 210동, 기타 85동 등 모두 455동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 동안 일가를 이뤄온 집성촌이다. 그 이전에는 허씨, 안 씨가 먼저 살았다고 전해진다. 1635년(인조 13)의 기록에 류씨(柳氏)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적어도 조선 중기부터는 류 씨 집성촌으로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하회마을의 가옥 중 12개가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다.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충효당(보물 제414호), 하회 북촌택(중요민속자료 제84호), 하회 원지정사(중요민속자료 제85호), 하회 옥연정사(중요민속자료 제88호), 하회 겸암정사(중요민속자료 제89호), 하회 남촌택(중요민속자료 제90호), 하회 빈연정사(중요민속자료 제86호), 하회 풍산류씨 작천댁(중요민속자료 제87호), 하회 주일재(중요민속자료 제91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소규모의 토담집은 당시 민가 축조 기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서애 류성룡의 임진왜란 회고기인 '징비록'과 하회탈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마을에는 하회 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선유(船遊)줄불놀이(중요민속자료 제122호) 등 주민 공동체 놀이도 잘 전승되고 있다. 하회탈춤으로 잘 알려진 별신굿 탈놀이는 서낭신을 위한 탈놀이로, 국내 탈춤중 가장 오래 되었다.
하회마을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방문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명소가 되었고, 2010년 7월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었다.
▶전통마을 한바퀴
하화마을은 요즘 가을 색이 곱게 내려앉았다. 마을 텃밭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마을 탐방은 동네 어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1km를 걸어 들어가거나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마을에는 6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있다. 정월대보름 주민들이 제사를 올리고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시작한 곳이다. 느티나무 인근에 풍산 류씨 겸암파의 종택인 양진당과 원지정사가 있다. 입암고택으로도 불리는 양진당은 고려와 조선의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고택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마을의 또 다른 보배인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의 문하생들과 장손이 힘을 합쳐 세운 조선 사대부양식의 고택이다. 마당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방문기념식수가 서있다.
이밖에도 하회마을에는 풍산 류씨 귀촌파의 종가집인 귀촌고택, 마을 북쪽의 99칸집으로 불린 북촌댁, 남촌댁, 병산서원, 화천서원, 옥연정사, 겸암정사 등의 고건축물이 기품을 간직한 채 자리하고 있다.
하회마을은 명성에 걸맞게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영화 스캔들, 한반도 등이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 되었다. 하회마을은 연계관광코스도 쏠쏠하다. 봉정사, 청량산, 농암종택, 안동댐 등 둘러볼 곳이 많다.
◆경주 양동마을
경북 경주시 강동면 소재 양동마을 또한 빛나는 세계문화유산이다. 옛 전통문화와 자연 풍치를 잘 간직하고 있는 마을로, 지난 500여 년 동안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터를 일구며 살았다, 마을에는 국보, 보물, 민속 자료 등 값진 문화재를 거느리고 있어 마을 전체가 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다.
마을은 주산인 설창산의 문장봉에서 산등성이가 뻗어 내려 네줄기로 갈라진 능선과 골짜기가 물(勿)자형의 지세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지형에 160여 호의 전통가옥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200년이 넘는 고택만도 50호가 넘는다. 따라서 마을은 우리 전통가옥의 구조를 살필 수 있는 커다란 고건축물 박물관에 다름없다.
양동마을은 1993년 영국의 찰스황태자가 방문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기회를 맞았으며, 2010년 7월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었다. 마을에는 국보 1점(통감속편· 283호), 보물 4점(무첨당, 향단, 관가정, 손소영정), 서백당-수졸당-강학당 등 중요민속자료 12점,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7점 등이 있다.
◆등재
◇등재연도=2010년 7월 31일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등재 가치= 유교적 양반문화와 주민들의 공동체놀이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는 길=◇하회마을: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풍산 방면~하회마을
◇양동마을: 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영덕-경주 방면~강동IC~대구, 영천 방면~강동면 양동마을
◆수원시 버드내 노인복지관 어르신 & 어린이, 안동 하회마을 나들이
지역의 할아버지-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1·3 세대 간 동행 여행 프로그램,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협회장 이호경)가 공동 실시하는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이벤트(Let's Go 한국세계문화유산탐방) 그 여섯 번째 행사가 지난 10월 1~2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일원에서 펼쳐졌다.
경기도 수원시 버드내 노인복지관 어르신 15명과 버드내사회서비스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아동 15명이 1:1 짝꿍이 되어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것.
본격 탐방에 앞서 9월에는 사전모임을 가졌다. 1·3세대 의사소통 향상 프로그램, 어르신들을 한국문화유산해설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
가뭄 끝 반가운 단비가 내린 탐방 첫날 안동의 대표 미식거리인 한우불고기와 간고등어, 안동찜닭을 맛보는 한편, 인간문화재가 직접 공연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했다. 또 천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한지 제작 체험을 비롯해 서예체험, 하회탈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 체험 기회를 가졌다.
이튿날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하회마을 곳곳을 탐방했다. 또 부용대에 올라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하회마을의 멋진 풍광을 한 눈에 살펴보았다.
1·3세대가 함께한 금번 안동 하회마을 탐방 프로그램 역시 어르신과 아이들 모두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며, 따뜻한 정을 나눈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오는 날 병산서원 가는 길이 운치 있었다는 한 어르신은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고 병산서원을 걸었던 순간이 운치 있고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이들과 문화유산 탐방에 나선 사실 만으로도 큰 추억이 된다"고 흡족해 했다.
아이들도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자상한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에 감사드리며, 이 같은 기회가 오면 또다시 참석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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