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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대한민국 세계유산 탐방 2 '여주 세종대왕릉'

기사입력| 2015-08-19 20:28:05
◇초가을 여행테마로는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울 근교 조선 왕릉도 제격이다. 조선 왕릉은 잘 가꿔진 자연-문화공간으로 천혜의 휴식 공간에 다름없다. 사진은 경기도 여주시에 자리한 조선 제4대 왕 세종과 그 비 소헌왕후의 능인 '영릉(英陵)' 전경.
한낮의 더위가 남아 있지만 이른 아침의 공기는 다르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이즈음 우리의 심신을 차분히 다스려줄 여행테마로는 어떤 게 좋을까? 서울 인근에 산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 왕릉'을 적극 추천한다. 그중 한글을 창제하고 국토-문화-민족정신 등 온전한 민족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한 세종대왕의 릉이라면 더 의미가 있겠다. 경기도 여주시에 자리한 세종대왕릉은 잘 가꿔진 울창한 숲속에서 뿜어져 나온 청신한 기운과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다양한 부속물이 있어 여느 여행길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품위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숲길을 사이에 두고 효종대왕릉도 위치하고 있어 한 번의 발품으로 두 곳의 왕릉을 둘러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명성황후 생가, 남한강변에 인접한 신륵사 등 연계관광지도 자리하고 있어 풍성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여주=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세종대왕 영릉(英陵)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은 주로 서울과 그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잘 가꿔진 숲과 문화유산이 함께 보존 되어 있어 천혜의 휴식공간이 된다. 나무 그늘에 들어서면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절로 씻어 주는가 하면, 청신한 향기 가득한 숲길을 거닐며 역사를 반추하는 시간은 여느 여행길에서는 맛볼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온 가족이 자랑스러운 역사문화의 터전, 조선 왕릉으로 떠나는 나들이는 근사한 '문화재 활용기행'의 전형이 된다.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 왕릉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519년 전통 왕가의 역사와 품격이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다. 이는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이유이기도 하다.

유교를 통치 철학으로 삼았던 조선 왕조는 조상에 대한 공경을 대단히 중시했다. 따라서 선왕들이 잠들 왕릉 또한 아주 소중히 여겼다. 당대 최고의 지관이 동원되어 천하의 명당자리에 능침을 점지했으며, 선왕의 유지는 물론, 후대의 번영을 기약할 수 있는 최고의 발복지, 편안한 자연환경을 그 으뜸으로 삼았다. 따라서 그 지세는 얼치기 눈으로 보기에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수려한 경관을 거느리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조선왕릉을 문화재활용기행지 중 최고의 자연환경을 지닌 명소로 삼을 법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한지역에 있는 40기의 조선왕릉 중 조선 제4대 임금 세종과 소헌왕후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여주 소재 영릉(英陵)은 풍수적으로 조선 3대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영릉은 조선 왕릉 가운데 최초로 만들어진 합장릉이다. 원래 헌릉(지금의 서울 내곡동) 서쪽에 조성 되어 있던 것을 예종 1년(1469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왕릉은 도읍지를 기준으로 하루에 이동이 가능한 80리(오늘날 기준으로 100리) 이내에 위치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기존 영릉자리가 불길하다는 주장에 새로운 길지를 찾아 여주에 능침을 정하게 된 것이다. 현재 영릉이 위치한 여주는 도성에서 80리가 넘는 곳이다. 때문에 조정 대신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남한강 뱃길을 이용하면 하루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에 지금의 영릉이 조성되었다.

'영릉(英陵)'이라는 명칭에는 세종대왕의 생전 빼어난 업적을 기리는 뜻이 담겨 있다. 영릉은 다른 왕릉에 비해 볼거리가 많다. 우선 정문에 들어서면 왼쪽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유물전시관인 세종전이 있다. 세종전에는 세종대왕의 어진과 당시에 발명하여 사용한 과학기구, 악기류와 세종대에 간행된 책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다. 탐방객들의 인기 포토 존이 되고 있는 세종전 앞 야외유물전시장에는 자격루. 측우기, 해시계, 혼천의 등 15점의 각종 복원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세종시대의 과학기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능은 왕의 업적과 후대 왕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조성 된다.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틀을 갖춘다. 왕릉 입구에는 제례를 지내기 위해 준비하는 곳인 재실이 있다. 요즘 영릉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100여 년 사이 영릉 보존의 변천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재실을 지나면 연못과 금천교라는 다리가 나선다. 금천교는 왕의 혼령이 머무는 신성한 공간과 속세의 공간을 구분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금천교를 지나면 곧바로 홍살문이다. 신성한 장소를 의미하는 붉은색 문이다. 홍살문 앞부터는 참도가 이어진다. 죽은 영혼(왕)이 이용하는 신도와 살아 있는 왕이 이용하는 어도로 나뉜다. 참도의 끝지점에는 정자각이 있다. 정자각은 제향을 올리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정자각 양편에는 제례음식을 준비하는 수라간과 능침을 지키는 관리-노비가 지내는 수복방이 자리하고 있다.

정자각 뒤편은 능침 공간이다. 큰 둔덕위에 능침이 자리한다. 무석인과 문석인, 석마 등의 석상이 능침을 호위하고 문석인 사이에는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는 장명등이 세워져 있다. 능침 앞에는 널찍한 혼유석이 놓여 있다. 일반인의 무덤에서는 음식을 올려놓고 제례를 지내는 용도로 쓰이지만 왕릉의 혼유석은 능의 영혼이 능침에서 나와 놀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영릉의 경우 혼유석 두 개가 놓여 있어 합장릉임을 알 수 있다.

능침은 난간석, 병풍석 등을 세운다. 또 능침 주변에는 동물 석상이 세워지고 뒤로 곡장(담장)이 설치되어 있다. 실제 능침 뒷편을 둘러 볼 수는 없도록 통제 되어 있다.

세종대왕릉 동편에는 조선17대 효종대왕과 인선왕후의 능 '영릉(寧陵)'이 자리하고 있다. 세종대왕릉 정자각 인근에 난 숲길을 따라 700m 정도를 산책하면 나선다. 이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혼재 되어 있어 최고의 산림욕장 구실도 한다. 5월 중순부터 10월초까지만 산책로로 개방한다.

효종왕릉은 '영릉(寧陵)'이라 불리는데, 생전 청나라 볼모의 고초와 미완의 북벌 등의 안타까운 염원들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히(寧)잠들기를 바라는 후대 왕들의 뜻이 담겨 있다. 인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효종은 미완의 꿈을 지닌 임금이었다. 1636년 병자호란으로 형인 소현세자와 함께 인질로 8년간이나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잡혀가 있었다. 이후 돌아와서 1646년 소현 세자가 세상을 뜨자 왕세자에 책봉되고, 1649년 조선 17대 왕에 즉위하였다. 효종은 즉위 후 대동법을 실시하고 상평통보를 주조하여 화폐를 널리 보급하는 한편, 조선왕조가 당한 굴욕을 씻고자 청나라 정벌(북벌)을 계획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659년 재위 10년 만에 한 많은 생을 마쳤다.

효종의 영릉은 왕릉과 왕비릉을 좌우로 나란히 하지 않고 아래-위로 만든 쌍릉 형식을 취하고 있다. 풍수지리에 의한 이런 쌍릉 형식은 조선왕릉 중 최초의 형태이다. 영릉의 또 다른 가치는 재실에도 있다. 조선 왕릉 중 재실이 가장 충실하게 보존 되어 있는가 하면 수백 년 수령의 회양목(천연기념믈 제459호) 등 고목이 있다.

◆그 밖의 볼거리

◇명성황후 생가=경기도 여주시 여흥동에는 을미사변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명성황후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생가지에는 연못을 중심으로 명성황후생가, 기념관, 문예관, 관리사무소, 감고당, 명성황후탄강구리비, 명성황후 순국숭모비, 민가마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명성황후 기념관에는 일제의 악랄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신륵사=여주시 천송동 봉미산 자락, 남한강변에는 신라 고찰 신륵사가 있다. 고려전탑과 보제존자석종과 석등 등 보물급 유물도 거느리고 있다. 정자에서 굽어보는 남한강의 풍광이 일품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여주IC~여주시~명성황후 생가/세종대왕릉(효종대왕릉)/신륵사

▶뭘먹을까=예로부터 임금님 진상 쌀을 생산하던 여주에서는 쌀밥정식이 유명하다. 신륵사 주변 등에서 1만 원 선에 괜찮은 쌀밥 정식을 맛볼 수 있다.

▶세종대왕릉 관람팁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월요일 휴무), 24~64세 500원

◇영릉 산책로 개방시간 5월 16~10월 31일

◇문의=문화재청 세종대왕 유적관리소(sejong.cha.go.kr)

▶세종대왕릉 등재기준과 가치

◇등재연도=2009년

◇등재 가치= 유교 문화의 맥락에서, 조선왕릉은 자연 및 우주와의 통일이라는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장례 전통에 입각해 있다.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하고 자연경관을 유지함으로써 제례를 위한 기억에 남을 만한 경건한 장소가 창조되었다. 아울러 조선왕릉은 건축의 조화로운 총체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로, 한국과 동아시아 무덤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 준다. 또한 몇 세기에 걸친 전통을 표현하는 동시에 보강하며 미리 정해진 일련의 예식을 통한 제례의 생생한 실천을 보여 준다.



◆의정부 어르신 & 아동, 행복한 조선왕릉(세종대왕릉) 나들이

지역의 할아버지-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1·3 세대 간 동행 여행 프로그램,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협회장 이호경)가 공동 실시하는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이벤트(Let's Go 한국세계문화유산탐방) 그 두 번째 행사가 지난 6일 대표적 조선 왕릉인 경기도 여주시 소재 세종대왕 '영릉(英陵)'에서 펼쳐졌다.

경기도 의정부노인종합복지관(관장 장현병) 어르신 15명과 아동 15명이 '오순도순 함께하는 문화놀이'라는 타이틀 아래 신나는 세계유산기행에 나선 것.

본격 세계유산 탐방에 앞서 어르신과 아동들은 지난 3일 '안녕하세요?-짝꿍 맺기 및 자기소개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두 입 한 마음'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투호, 팽이 등 전통놀이 등을 함께 즐기며 상호 따뜻한 정을 주고받았다. 이후 5일에는 '아프지 말아요' 안전교육, '세종대왕 누구세요?' 역사교육 등을 통해 사전 만반의 탐방 준비를 마쳤다.

본격 세계유산 탐방의 날. 어르신과 아동들은 경기도 여주시 소재 조선 제4대 임금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잠들어 있는 영릉을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했다. 아울러 세종대왕릉에 자리한 재실과 기념관 야외 전시물 등을 둘러보며 조선 왕릉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세종대왕의 업적을 자세히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이후 오후에는 남한강변에 자리한 신라고찰 신륵사를 찾았다. 여주시 천송동 봉미산 자락에 위치한 신륵사는 고려전탑과 보제존자석종-석등 등 보물급 유물도 거느리고 있어 문화유산 탐방에도 제격이다. 또한 정자에서 굽어보는 남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일품으로, 탐방단은 무더위를 시원한 강바람에 씻어 낼 수 있었다.

이번 탐방에서는 본 행사의 취지 중 하나인 세대 간의 동반여행을 통한 어우러짐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의정부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이도균씨는 "식사시간, 갈비탕의 고기를 발려주고, 김치와 깍두기를 잘라주는 등 친손자 이상으로 살뜰하게 챙기는 어르신의 모습, 그리고 어르신의 손을 꼭 붙잡고 다니면서 가끔 품 안에도 쏙 안겨드는 어린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이번 탐방에 참여한 이은애 어르신(86)은 "아이와 짝을 이뤄 문화탐방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행복했다"면서 "아이들과 동행하며 우울감도 떨치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어 좋았고, 훗날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탐방단의 일원이었던 이지훈 어린이(9·의정부 배영초 2)는 "친구들과 여행을 와서 세종대왕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면서 "짝이 된 할머니께서 잘 챙겨주시고 재미있게 해주어 좋았고, 친해진 할머니께서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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