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최고의 명물 승선교. 물에 비친 계곡과 나무, 강선루의 반영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전남 순천은 요즘 우리가 갈구하는 삶의 키워드들을 곧잘 담아내는 여행지다. 소통, 위무, 치유…등. 순천의 대자연과 문화유산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도 남을 넉넉한 여유를 갖추고 있다. 드넓은 갯벌에 갈대 군락과 수많은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이 그렇고,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소통과 친화의 마당 순천만 정원은 거칠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위무해주는 자연치유의 공간에 다름없다. 울울창창 활엽수 진입로를 따라 찾게 되는 고즈넉한 절집 선암사는 또 어떠한가.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만큼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다스릴 수 있는 안식처가 된다. 신록이 강건함을 더해가는 여름의 초입, 시원한 해풍을 실어내는 갈대밭과 잘 가꿔진 정원, 그리고 절 마당을 거닐며 맛보는 느릿한 여정은 일상에 귀한 쉼표를 찍어준다. 순천=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포행의 묘미가 있는 '선암사'
순천시 조계산(884m) 서쪽 기슭에 자리한 선암사(仙巖寺)는 선종의 총본산 도량으로, 순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조계산 동쪽 기슭에 들어찬 거찰 송광사가 남성미를 간직하고 있다면, 선암사는 아기자기한 경내와 수더분한 가람, 아름다운 수목이 어우러져 여성미를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내 최고령의 선암매를 비롯해 수백 년 된 매화 60여 그루가 자리하고 있어 봄이면 이들 매화의 고혹한 자태를 감상하기 위해 상춘 인파가 밀려든다.
선암사는 아름드리 활엽수가 그늘을 드리우는 진입로부터가 압권이다. 짙은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실 수 있어 발길을 뗄 때마다 청정기운이 느껴진다. 진입로의 장승은 글자를 한참이나 파먹었다. 고찰의 연륜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랜 세월 속에 장승이 썩어 자꾸 땅속을 파고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인생무상 부도탑 군락지를 지나면 선암사 최고의 명물 승선교를 만난다. 보물 40호인 승선교는 조선 숙종 때 호암 선사가 자연 암반 위에 축조한 무지개다리다. 이른바 홍예교로, 계곡과 나무, 물에 비친 강선루의 반영이 한 폭의 그림에 다름없다. 이곳은 선암사를 찾는 이들의 포토존으로, 승선교 위를 걷는 기분도 아슬아슬 색다르다. 승선교는 10여 년 전 전면 보수를 해서 더 탄탄해졌다.
일주문, 범종루, 만세루를 지나면 두 기의 삼층석탑을 거느린 대웅전이다. 세월의 풍상 속에 단청이 바래고 벗겨져 담담한 미를 담아낸다.
선암사는 절집 포행의 묘미가 있는 곳이다. 잘 가꾼 정원과 돌담, 그리고 석축이 선암매와 조화를 이뤄 고풍미를 곧잘 담아낸다. 때론 고택을 찾은 듯 한 품격과 수수함도 배어난다. '종정원'이란 현판이 붙은 무우전의 담장과 건물도 아름답다. 돌담길과 함께 아름드리 매화가 어우러지니 운치 있다.
선암사 입구에는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 있다. 편백숲을 지나면 나서는데, 한옥의 정취 속 다도 체험에 차 한 잔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한옥스테이도 가능하다.
▶시원한 해풍에 '자유'가 실렸다 '순천만 갈대밭'
순천만 갈대밭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해풍이 불어든다. 서걱거리며 실어내는 바닷바람이 그처럼 맑고 상쾌할 수가 없다. 갈대잎이 갯내음조차도 걸러내는 효과가 있어 유독 청정한 느낌이란다. 갈대숲으로 뻗은 나무 데크는 여유와 행복의 길이다. 친구, 연인,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데크 아래 갯벌은 작은 칠게, 밤게, 짱둥어들 세상이다. 순천만을 찾은 이들을 구경삼아 갯벌에 죽 나와 노니는 모습이 앙증맞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순천만은 국내 최대 갯벌(800만평)이 펼쳐져 있다. 전국 최초의 갯벌 명승지답게 흑두루미를 비롯해 200여 종의 철새와 광활한 갯벌, 그리고 갈대밭으로 이뤄졌다. 순천만은 육로와 물길로 살펴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대대포구 일원으로 뻘을 막은 방조제와 갈대밭 탐사로, 갈대밭을 휘돌아 순천만으로 빠져 나가는 물굽이 등의 경관이 일품이다. 대대동과 방조제로 이어진 우명 지역은 붉은 낙조 속 갈대밭이 볼만하다.
순천만 낙조의 최고 감상 포인트인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장엄한 낙조의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특히 황금빛 물결을 싣고 S자로 휘감아 돌아 흐르는 갈대밭 물길이 장관이다.
▶순천만 정원
순천만 정원은 2년 전 정원박람회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명품 정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원박람회장의 핵심 구경거리는 역시 세계 각국의 정원이다. 박람회장 서문으로 들어가면 한국정원이 나선다. 궁궐의 정원, 군주의 정원, 서민의 정원들을 마련해두었다. 궁궐의 정원 돌다리를 건너면 창덕궁 부용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원에는 임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만든 불로문, 어수문, 만월문 등을 세워두었다.
주 박람회장에는 프랑스, 영국, 세이셸 등 여러 국가의 정원이 있다. 프랑스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축소판을 옮겨다 놓았다. 네덜란드 정원은 튤립과 풍차가 이국적 풍광을 더한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물이 제일 반갑다. 때문에 시원스런 호수가 펼쳐진 호수공원이 단연 인기다. 호수공원은 순천만이 지구의 정원으로 성장할 꿈을 상징하고 있다.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쟁스가 순천에 머무르며 디자인했다. 6개의 언덕과 호수, 데크로 꾸며진 호수공원은 순천 지형을 축소해 표현하고 있다. 전 세계 어린이의 소망을 담은 '꿈의 다리'도 명물로 순천만 정원의 대표적 설치미술 작품이다.
▶뭘 먹을까?
순천은 남도 미식기행의 중심지격이다. 지리산자락, 순천 들녘, 여자만 등 깊은 산과 바다, 기름진 들녘에서 나고 자란 산채와 버섯 등을 나물로 무치고 볶거나 절임을 해서 밑반찬부터가 맛깔스럽다. 여기에 싱싱한 해물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푸짐한 밥상을 기대할 수가 있다. 5일장으로는 지역 최대의 전통시장으로 손꼽히는 순천 아랫시장에 자리한 '영하우스 소주방'은 매콤새콤하게 무친 서대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꼴뚜기 데침, 갈치조림 등을 곧잘 하는 집이다. 반주를 곁들인 식사도 괜찮다. 순천만 갈대밭 쪽 대대동으로 나가면 주변에 짱뚱어탕을 잘하는 집이 여러 곳 있다. 순천은 푸짐하고 맛깔스런 한정식도 유명하다.
◆여행메모
▶가는 길
◇열차=서울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KTX 2시간 30분소요.
◇자동차=완주∼순천간 고속도로~순천시~순천만정원박람회장/ 갈대밭
▶묵을 곳=다양한 수준의 숙박업소를 갖추고 있다. 한옥 유스호스텔 에코촌도 인기다.
◆인터뷰=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의원
"관광진흥기금 운영 시스템 개편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과감-신속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 해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라도지역(전남 순천 ·곡성)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아 일약 '선거혁명'을 실현해 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의원은 평소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우리의 미래 산업, 먹을거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관광산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이를 대안으로 삼게 된 경우다. 우리 관광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관광진흥기금 운영 시스템의 변화 등 정부 차원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적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이정현 최고의원을 만나 관광산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평소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시던데요. 특별한 이유, 계기라도 있습니까?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며 관광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관광은 여러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아주 큽니다. 관광과 연계되지 않는 게 거의 없을 만큼 일상생활의 것들과 연관 되어 있지요. 따라서 요즘처럼 내수경기 침체기에는 관광산업만 한 효자가 또 없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에 관광산업이 제격입니다. 새로운 수요 창출과 소비 촉진이 일자리로 이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관광은 우리나라가 지닌 잠재력을 세계화 시켜서 그 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우리 관광산업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역시 융복합 능력이죠.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과 세계적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세련된 문화적 자산, 그리고 첨단기술력이 한데 어우러지니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입니다. 의료관광 등 우리의 기술력을 경험하고 배우며 즐길 수 있는 테마가 즐비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열정과 창조정신 또한 우리 관광산업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팝, 한국드라마나 영화 등은 한류열풍의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최 단시간 내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의 저력이 또 다른 분야에서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같은 열기를 살려 가기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아주 적극적으로 이뤄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아쉬운 점? 그 개선방안은 무엇일까요?
▶좀 더 확실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미래 블루오션 산업이라는 판단이 서고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늘 해오던 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선택과 집중, 전폭적 지원을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관광산업 분야에는 좀 더 선제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대규모 지원이 필요 합니다. 물론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열심히 하고 있다지만 일련의 지원책들에서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는 최상의 고단위 처방으로 우리 관광산업이 더욱 발전해 나갔으면 합니다.
-관광산업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관광진흥기금'의 원활한 활용 부족을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관광진흥기금의 예산편성 관리권을 문화체육관광부나 관광공사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문화체육관광부나 관광공사는 기재부로 부터 건건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구조적 모순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부가 복지나 그밖의 다른 사안으로 인해 관광 분야 별도의 예산 투입이 어렵다면 적어도 관광진흥 기금만큼이라도 해당부처, 해당 기관에서 시의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은 투자로 많은 효과를 보려거든 적절하고도 신속 과감한 지원책이 펼쳐져야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집단의 정확한 진단 속에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관광진흥기금의 운용 체계는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시 시행 가능해야 효과가 배가 되고 실질적 지원이 되는 것입니다.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광 활성화를 꼽기도 합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는 남북이 DMZ 지역에 공동으로 문화체육공연장을 설치해 남북 간 경기와 공연 등을 펼치기를 희망합니다. 이는 평화적 분위기 조성은 물론 최고의 글로벌 관광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만일 북한 내부 사정상 남북이 빠른 시일 내에 공동사업을 펼치기가 어렵다면 우리부터라도 먼저 DMZ 남쪽 우리 측 지역에 시설을 갖추고 남북이 함께 공연을 벌여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순천·곡성 자랑 좀 해주시죠?
▶순천에 가서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을 만큼 순천은 인물의 고장 입니다. 또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은 순천만을 품은 도시 전체가 정원인 셈입니다. 순천만정원이 오는 9월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되면,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서 명실 공히 세계 속의 순천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제 고향은 순천 옆 곡성인데, 백두대간의 호남정맥이 지나면서 크고 작은 산들을 만들었고, 그 사이를 섬진강과 보성강이 굽이치며 수려한 자연경관을 빚어낸 청정지역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곡성섬진강기차마을과 장미공원, 심청축제 등을 비롯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남도의 대표적 관광도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 기억에 고향은 가난하지만 꿈을 키워준 곳이고, 인심 많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입니다. 제게 있어 순천 곡성은 제 인생의 꿈을 실현시켜 준 위대한 고장이기도 합니다.
-순천·곡성지역의 관광인프라 중 부족한 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숙박시설 부족 입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전통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임에도 제대로 그 경제적 효과를 못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광객이 머무는 도시, 스테이형 관광지로 거듭나는 게 큰 목표입니다.
-사계절 관광명소 순천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미식 투어의 적지이기도 합니다, 순천-곡성에서 꼭 맛보아야 할 미식거리를 추천하신다면?
▶우리 지역은 밑반찬부터가 짱짱합니다. 순천여자만의 싱싱한 연안 수산물, 풍족한 들에서 나는 푸성귀, 청정산골의 나물과 버섯 등 식재료가 풍성합니다. 이런 것들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소박한 밥집이 곳곳에 있습니다. 서울애서는 맛볼 수 없는 손맛 있는 집들, 저는 밑반찬이 맛깔스러운 그런 집들을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곡성의 참게매운탕, 은어구이, 순천의 짱뚱어탕, 한정식 등도 별미입니다.
- 순천·곡성의 올 여름 여행 명소를 추천해주시죠?
▶여름에는 순천만 정원이 좋죠. 잘 가꿔진 테마 정원을 여유 있게 둘러보고, 갈대밭을 거닐다가 용산전망대에 올라 저녁노을 붉게 물들어가는 순천만을 바라보자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게 되실 겁니다. 또 고찰들도 좋습니다. 선암사, 송광사, 태안사, 도림사 등 아름드리 숲이 우거진 사찰 진입로에 고즈넉한 절집을 둘러보자면 힐링이 따로 없습니다. 송광면 왕대마을, 동계골짜기, 여기에 청정 여수바다의 다도해 유람선까지 즐긴다면 풍성한 여정을 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 좋아하십니까?
▶너무너무,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명소를 찾기보다는 호젓하면서도 소박하나마 의미를 담고 있는 여행지를 좋아 합니다. 작은 박물관, 작은 기념관 기행도 그중 하나입니다. 골프여행 같은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 조용히 문화기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산사에서의 차 한 잔의 여유도 아주 행복하죠.
- 올여름 휴가 계획은 있습니까?
▶당연히 있어야죠. 아직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지만 꼭 떠날 것입니다. 휴가는 정말 소중합니다, 대통령부터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 까지 모두가 휴가를 떠나야 합니다. 힐링과 재충전을 통해 더 나은 일상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마치 전쟁 같은 일상을 치르는 도시민들은 더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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