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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문화의 원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경북 영주'

기사입력| 2015-05-12 19:37:31
◇영주의 전통마을 중 운치 있는 곳으로는 무섬마을을 꼽을 수 있다. 무섬마을은 '물 위의 섬'을 줄여 부른 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돌이 마을중 하나다. 물돌이란 말 그대로 물이 휘감아 도는 강 위의 섬 같은 곳이다. 주민들이 마을 앞 내성천 물길에 놓은 외나무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을 만큼 풍광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선비의 고장 영주는 이즈음 꽃향기가 진동을 한다. 소백산 자락에는 철쭉이 붉게 타오르고 산 아래 과수원에는 하얀 사과 꽃이 천지를 뒤덮고 있다. 연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 경북 영주에서는 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생활철학이 담긴 선비정신 고양을 위해 '2015 영주 한국선비문화 축제'를 펼친다. 선비문화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잔치마당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에듀테인먼트 페스티벌의 전형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선비의 숨결이 살아있는 선비촌, 자연의 정취와 고즈넉함이 담겨 있는 무섬전통마을과 죽계구곡 옛길 등 빛나는 문화유산 답사는 선비문화의 실체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여정에 다름없다. 도량의 건축미가 빼어난 천년고찰 부석사는 또 어떠한가. 5월의 신록을 배경으로 알록달록 봄꽃이 피어오르니 장구한 내력을 지닌 절집에는 만춘의 생기가 넘쳐흐른다. 영주=글·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선비문화의 실체 속으로

영주 풍기에서 부석사 방면으로 향하는 931번 지방도 주변은 영주의 아름다운 여정이 풍성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국내 첫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이 지방 전통가옥을 이건-재현해 놓은 선비촌, 금성대군의 신당, 천년고찰 부석사 등 빛나는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소수서원& 선비촌

영주 선비문화의 원류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소수서원을 꼽을 수 있다. 소수서원은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려 때의 유학자 안향을 배향하고 유생을 가르치기 위해 '백운동서원'을 지은 것이 그 효시다. 이후 퇴계 이황의 요청으로 명종이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려 1550년 최초의 사액서원이 됐다.

소수서원은 거대한 은행나무들과 울창한 소나무숲, 깨끗한 물길 등이 강학당-사당 등과 어우러져 기품 있고 수려한 경관을 담아낸다. 서원 옆을 흐르는 죽계천은 고려 시대의 경기체가 '죽계별곡'의 배경이자, 퇴계 선생이 '죽계구곡'을 이름 지은 곳이기도 하다. 서원은 사립 중-고등교육기관으로(향교는 공립) 임금의 편액을 받으면 조세-군역 등을 면제 받는 등 큰 혜택을 입었다.

소수서원은 본래 숙수사라는 사찰 터에 지어졌다. 숙수사는 부석사보다 더 큰 사찰이었으나 원나라 침략으로 절집이 소실되고 지금은 당간지주며 주춧돌 등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소수서원은 아름드리 소나무 밭이 그늘을 드리운 진입로가 인상적이다. 특히 건축물이 지닌 '여백의 미'도 살펴볼만하다. 건물의 일부에는 벽이 없는 대청과 마루를 두기도 했는데, 유생들로 하여금 넉넉한 여유 속에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셈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뉴로아키텍처(신경건축학)'를 우리 조상들은 이미 500여 년 전 소수서원 건축에 도입한 셈이다,

서원에는 안향 선생의 초상과 반가사유상을 만날 수 있는 소수서원 박물관도 들러 볼법하다.

한편 2012년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소수서원은 최근 세계문화유산 등재 실사를 받는 등 8곳의 또 다른 서원(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논산 돈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소수서원 옆에 자리한 선비촌은 전통가옥에서 숙박을 하며 전통생활을 체험하는 일종의 민속촌이다. 5만 9400㎡(1만8000평)의 부지에 영주 지역 전통 가옥 12채를 비롯해 강학당, 대장간, 정자, 물레방앗간 등 40여 채의 옛 건물을 지어 조선시대 마을을 재현해 두었다. 선비촌에서는 마을 한 바퀴를 도는 소달구지체험, 한지 공예, 천연 염색, 짚풀 공예, 목공예 등과 같은 전통문화 체험과 전통가옥에서의 한옥 숙박체험도 가능하다.

▶죽계구곡길

영주에서 선비문화의 원류를 체험해보기로는 구곡길 트레킹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의상대사의 전설이 서려 있는 초암사 앞의 제1곡을 시작으로 삼괴정 근처의 제9곡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죽계구곡은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영주시 순흥면을 휘감아 돈 뒤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 가는 죽계천의 상류이다.

아홉 구비를 돌아 절경을 이루는 죽계구곡은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안축이 지은 '죽계별곡'의 배경이 된 곳으로, 퇴계 이황도 그 비경에 감탄했다던 곳이다.

제1곡은 금당반석, 제2곡은 청운대, 제4곡은 용추비폭, 제9곡은 이화동이라 불린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계곡과 소나무, 참나무 고목, 바위가 어우러진 풍광이 압권이다.

죽계구곡은 초암사 앞 제1곡을 시작으로 계곡을 따라 삼괴정을 못 미쳐 있는 제9곡에 이르기까지 약 2㎞에 걸쳐 산재해 있다. 초암법당 앞 암벽엔 순흥부사를 지낸 신필하가 죽계1곡을 새겨놓았고 계곡수가 넓게 고여 흐르는 물밑 금당반석엔 제일수석이란 글씨가 보인다.

2, 3곡을 지나 4곡에 이르면 소 한가운데 둥근 바위가 놓여 있다. 소에 떨어지는 물길이 용이 하늘에서 여의주를 물고 내려오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용추비폭이라 부른다. 5, 6곡을 지나 9곡에 이르기까지 계곡 주변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계곡 밑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맑은 물, 울창한 숲사이의 기암괴석은 과연 죽계구곡의 명성을 실감케 한다. 계곡의 너럭바위는 최고의 쉼터다. 계곡수에 발 담그고 물 한 모금 청하자면 이만한 일상탈출, 선계가 따로 없다.

구곡길은 대체로 평탄하며 각 구간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내력을 품고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점마을의 대장장이 배순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조선 중기 이 마을에 배순이란 젊은 대장장이가 살았다. 천민인데도 혼자 땅바닥에 글씨를 쓰며 글을 익혔는데, 풍기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이 소수서원으로 강론하러 올 때 이를 보고는 "배우는 데 귀천이 따로 없다"며 유생들과 함께 글을 배우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배순은 퇴계가 세상을 뜨자, 퇴계상을 만들어 모시고 삼년상을 치르며 스승에 대한 예를 다했다. 광해군 때 정려(충신·효자·열녀에 대한 표창)를 받았다. 이 마을에선 배순을 마을의 신으로 모시고 있다.



▶무섬마을

영주의 전통마을 중 운치 있는 곳으로는 무섬마을 만한 곳이 또 없다. 영주시내에서 서남쪽으로 20~30분 차를 타고 가면 물 위에 뜬 연꽃 모양을 한 마을이 나타난다.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이다. 내성천 하류의 물돌이마을은 350년 역사의 전통마을이다. 반남 박씨와 선성 김 씨 집성촌으로, 기와집과 초가집 등 50여 옛가옥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담아낸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120여 가구 50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50여 채의 고택에 40여 명만이 살고 있다. 무섬마을은 '물 위의 섬'을 줄여 부른 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돌이 마을중 하나다. 물돌이란 말 그대로 물이 휘감아 도는 강 위의 섬 같은 곳이다. 강물줄기가 마을 둘레를 350도 돌아나간다. 주민들이 마을 앞 내성천 물길에 해마다 놓는 외나무다리가 명물이다. 콘크리트 다리가 생기기 전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나무다리를 놓았다. 다리는 다리발을 세운 뒤 반으로 자른 소나무를 얹어 놓은 형태다. 폭 30cm, 높이 60cm 정도의 좁은 길이 150m 가량 이어진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해질녘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외나무다리는 곳곳에 오가는 이들에게 길을 내어줄 수 있는 다리 한 칸(비켜다리)을 더 놓아 배려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 마을의 외나무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을 만큼 풍광의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외나무다리를 하나 더 놓았다. 이로써 마을앞산을 돌아오는 1시간 남짓 트레킹 코스가 완성되었다. 마을에서는 매년 10월에 외나무다리 축제를 벌이는 한편 8월에는 마을 축제도 펼친다.

무섬마을은 시인 조지훈의 처가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리'를 쓴 곳이다. 마을에는 한옥체험관이 있어 한옥체험도 가능하다.

◆영주의 또 다른 문화유산 '부석사'

5월에 만나는 부석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만추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노거수를 거느린 고찰의 고즈넉한 풍모와는 사뭇 다르다. 5월의 신록을 배경으로 알록달록 봄꽃이 피어오른 절집은 생기가 넘쳐흐른다.

균형과 절제의 미학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천년 고찰 부석사는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전문가들은 부석사를 '완전한 절집'이라고도 평한다. 불(진신사리), 법(경판), 승(훌륭한 스님)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부석사의 아름다운 건축미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안양루며, 108계단, 동선을 고려한 석등의 배치에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등. 특히 기둥 한 가운데 부분을 불룩하게 깎은 배흘림 기법은 건물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황금비율이다. 무량수전 위쪽으로 산책로를 따라가면 응진전과 자인암이 나서고 의상대사가 꽂아 놓은 지팡이에서 꽃이 피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선비화도 만날 수 있다. 이즈음에는 노란 선비화가 피어올라 신비감을 더한다.

부석사는 해질녘이 볼만하다. 장엄한 법고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람 지붕의 부드러운 실루엣과 고산준령을 굽어보는 묘미가 각별하다.



◆영주 한국선비문화 축제

선비의 정신과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경북영주에서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흥겨운 잔치마당이 펼쳐진다. 잊혀 가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생활철학이 담긴 선비정신 고양을 위해 펼치는 '2015 영주 한국선비문화 축제'가 바로 그것.

순흥면 선비촌 및 서천둔치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선비문화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잔치마당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에듀테인먼트 페스티벌의 전형이다.

영주선비문화축제는 지역잔치의 수준을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문화관광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선비축제 고유제를 비롯해 관광객과 함께하는 과거 선비길 걷기, 전국 한시 백일장, 전국 죽계 백일장, 전국 유림지도자 대회, 선비고을 장기대회, 선비고을 나들이 행사, 선비문화 골든벨, 회현 안향선생 선양 국제 학술대회, 안향선생 전국 휘호대회, 민속사진 촬영대회, 전국장승깍기대회, 퓨전콘서트 공감21, 어린이 한자왕 선발대회, 어린이 한복맵시 대회, 폐막공연 및 화합한마당 등 선비들의 모습을 한껏 풍미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영주시축제추진위원회(054-633-7597)



◆여행메모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원주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풍기 IC~순흥면 선비촌

▶묵을 곳

전통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섬마을 고택(5만원부터), 무섬마을 전통한옥체험관(단체실 10만원부터-매화방 30만원, 국화방<안방> 15만원, 대나무방<건너방> 15만원, 난초방<가족방> 10만원, 선비촌<5만원부터>),

▶먹을거리

영주에는 미식거리도 풍성하다. 순흥면 읍내리 전통묵집의 메밀묵밥, 부석사앞 자미가(www.jamiga.com /054-632-3454)의 산채정식-간고등어정식(각 1만1000원), 영주시내 다성식당의 한정식, 소백식당의 한우구이가 유명하다. ▶▶문의=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1, 소수서원 관광안내소 (054)639-5852, 무섬마을 무섬전통한옥체험관 (054)63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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