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계절, 훌쩍 바람 쐬러 나서기 좋은 때이다. 과연 어디가 좋을까. 싱그러운 봄기운을 물씬 받을 수 있는 데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요즘 남도에는 봄꽃들이 다투어 향연을 펼친다. 사진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순천 선암사의 홍매화.
3월에 접어드니 남도의 양지에는 봄꽃이 다투어 피어오른다. 부드러운 훈풍이 스치고 지나간 잿빛 대지에는 예외 없이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파릇한 새순과 화사한 봄꽃이 만발하는 대자연을 찾아 떠나는 봄나들이에서는 온 몸에 자연의 생기를 얻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남도 꽃 잔치로 놀러오세요' 라는 테마 아래 올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여린 꽃그늘 아래 매화 향기에 취하다, 순천 선암사와 순천향매실마을(전남 순천)', '정남진 바닷가에서 보내온 동백꽃 편지(전남 장흥)', '해안선 숲길 따라 수줍게 핀 동백, 거제 지심도(경남 거제)', '봄바람에 실려 오는 짙은 매화 향, 양산 통도사와 김해건설공고(경남 양산/김해)', '봄꽃이 가득한 제주 나들이(제주)' 등 5곳을 추천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여린 꽃그늘 아래 매화 향기에 취하다, 순천 선암사와 순천향매실마을(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외)
3월에 접어드니 잿빛 대지에는 동백, 매화, 산수유, 수선화 등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이 펼쳐질 차례다. 그중 백미는 단연 매화다. 매화는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기 전부터 부지런히 피어나 그 청초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특히 앙증맞은 꽃잎과 꽃술, 그리고 고혹한 향훈이 압권으로, 한 떨기 꽃송이만으로도 오감이 흡족한 봄기운을 전한다.
전국의 매화명소 중 전남 순천 선암사의 것도 빼놓을 수가 없다. 선암사 매화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이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되었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나무들이 종정원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워, 봄마중에 나선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짙은 매화 향기에 취한다.
순천향매실마을에는 선암사와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산자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 하얀 매화로 뒤덮인다. 마을 단위로는 전국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매화나무 재배지로, 주민들은 매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축제도 연다. 음력 1월에 피는 '납월매'로 이름난 금둔사와 조선 시대 읍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 민속마을도 봄날을 만끽하기 좋은 여행지다.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송광사, 낙안읍성 등 연계관광코스도 쏠쏠하다. 순천시 관광안내소(1577-2013)
▶정남진 바닷가에서 보내온 동백꽃 편지(전남 장흥군 용산면 묵촌길)
한반도의 정남쪽 전남 장흥은 봄이 오는 길목이다. 그 시작은 정남진 바닷가다.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묵촌리(행정구역 접정리)에 이르러 동백 꽃망울을 터뜨린다. 용산면 묵촌리 동백림은 수령 250~300년의 고목 140여 그루가 모인 아담한 숲이다. 툭툭 떨어진 동백 낙화의 묘미를 맛보려거든 3월 중에 찾는 게 좋다. 묵촌리는 동학 농민군의 장흥전투를 이끈 이방언의 고향이기도 하다. 광활한 동백 숲을 보려면 천관산 동백생태숲도 제격이다. 계곡을 따라 약 20만 ㎡에 걸쳐 동백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장흥삼합을 비롯한 먹을거리 천국인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은 토요일과 오일장(끝자리 2·7일)이 서는 날 열린다(상설 시장과 한우 판매장, 식당은 매일 영업). 장흥 특산물이 알뜰한 가격에 거래되고, 볼거리도 다양해 장흥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필수코스다. 야생 차밭과 비자나무 숲을 통과하는 길이 인상적인 보림사, 밤하늘의 신비를 엿볼 수 있는 정남진 천문과학관, 정남진전망대 등 봄꽃을 찾아가는 길에 둘러볼 연계 관광지도 쏠쏠하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061-860-0224)
▶해안선 숲길 따라 수줍게 핀 동백, 거제 지심도(경남 거제시 일운면)
국내 대표적인 봄마중 명소로는 거제도를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동백꽃 감상지인 거제에서는 동백꽃의 붉고 싱싱한 자태 속에 봄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어 이맘때 여행지로 제격이다.
거제의 봄은 바닷가에 먼저 깃든다. 붉게 핀 동백꽃이 3월이면 해안선 훈풍을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낸다. 장승포항 남쪽의 지심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동백 군락지 가운데 한 곳이다. 원시림을 간직한 지심도의 식생 중 50%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지며 아름드리 동백이 터널을 이룬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2월 말~3월 중순이 꽃구경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를 거쳐 망루까지 둘레길을 걷는 데에는 두어 시간 남짓 걸린다.
거제도 남쪽 우제봉 산책로 또한 해금강 등 주변 바다 비경이 어우러져 동백꽃 보는 재미를 더한다. 도다리쑥국, 물회, 멍게비빔밥 등은 거제의 싱싱한 봄을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신선대 바람의 언덕, 홍포여차 낙조,구조라해수욕장, 학동몽돌해변과 동백군락지 등 연계 관광코스가 즐비하다. 거제시청 문화관광과(055-639-4172)
▶봄바람에 실려 오는 짙은 매화 향, 양산 통도사와 김해건설공고(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외)
흔히들 매화꽃 감상지로 전남 광양을 꼽지만 경남 양산시도 이에 못지않다. 양산시 원동면 일대도 명소다. 영포마을을 비롯해 쌍포-내포-함포-어영마을 등에 매화 밭이 조성돼 있다. 특히 영포리 영포마을에는 매화나무 2만 그루에서 폭죽이 터지듯 꽃이 피어난다. 개인 농원인 '순매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낙동강 변에 위치한 까닭에 매화 밭과 강, 철길이 어우러진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양산에는 매화 명물이 또 있다. 해마다 2월이면 양산 통도사의 수령 350년 홍매화가 꽃을 피운다. 신라 시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에서 비롯된 까닭에 '자장매'로 불리는 이 매화는 고고하면서도 화려한 자태가 압권이다.
통도사에 홍매화가 필 무렵, 김해건설공고에는 '와룡매'가 자태를 뽐낸다. 매화나무 모양이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와룡매라 불린다. 매화가 만발할 무렵이면 교정은 꽃을 보려는 사람들과 삼각대에 카메라를 단 사진작가로 넘쳐난다.
김해건설공고 인근에는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등 가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 많아 꽃구경을 핑계 삼아 봄나들이를 떠나볼 만하다. 양산시청 문화관광과(055-392-3233), 김해시청 관광과(055-330-4445)
▶봄꽃이 가득한 제주 나들이(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외)
제주의 봄에는 유채꽃만 있는 게 아니다. 제주의 2~3월은 복수초, 수선화, 매화 등 다양한 봄꽃이 봄마중에 나선다. 제주 한림공원은 수선화와 매화가 차례로 꽃을 피우며 봄맞이에 나선 내방객을 반긴다. 한림공원의 수선화-매화정원에는 60년생 능수매와 20년 이상 된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가 피어나고 일찌감치 꽃을 피운 수선화도 고혹한 향훈을 발산한다. 이곳에는 봄꽃 말고도 아열대식물원과 산야초원, 재암수석관, 연못정원, 협재-쌍용-황금굴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노리매에서는 매화를 비롯해 수선화, 유채, 하귤 등 제주의 봄에 한껏 취할 수 있다. 꽃놀이와 함께 제주의 전통 배(테우) 체험도 즐길만하다. 동양 최대의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힐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다양한 동백꽃이 쉬지 않고 피어 늘 붉은 카펫이 깔린 듯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다. 봄철에는 제주들불축제도 볼거리가 된다. 봄철 제주여정에서는 매콤한 갈치조림과 전복이 푸짐하게 들어간 전복뚝배기, 제주사람들의 나눔의 정신을 담아내는 몸국, 메밀꿩칼국수 등 맛난 미식거리가 있어 더 풍성하다. 한림공원(064-796-0001), 노리매(064-792-8211) 카멜리아힐(064-792-0088)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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