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체가 유럽연합(EU)과 같은 단일 시장 형태의 경제협력체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와 함께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간)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마련한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 이같이 밝혔다. 최근 도쿄포럼에서 언급한 한일 경제협력체 구상을 보다 구체화했다.
TPD는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으로 2021년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지난해 TPD에서는 한일 양국의 상호 협력과 양국 교류 활성화가 주요 의제였던 반면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한·미·일 3자간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로 확장됐다.
최 회장은 '한일 관계의 새 시대, 그리고 한미일 3자협력'을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서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WTO 체제에서 많은 혜택을 누려왔으나 지금은 그 혜택이 사라지고 있고 큰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강력한 경쟁자로 바뀌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야말로 이를 타개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문제와 인구 감소, 낮은 경제성장률과 같은 문제에 함께 직면해 있으며, 지금의 경제적 위상을 더 이상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EU와 같은 경제협력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EU도 처음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철강과 석탄 같은 산업에서 경제 연합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한국과 일본도 에너지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많은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강력한 경제동맹을 맺어 큰 시장으로 성장한다면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돼 결국은 북한문제 등 동북아 전체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열린 갈라 디너에서도 한일 경제협력체의 효과와 더 나아가 한미일 3국의 경제협력 필요성도 역설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은 전세계에서 수입하는 LNG 비중이 30%가 넘을 만큼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은 LNG 및 석유 수출국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비롯해 관광업, 스타트업 플랫폼 등에서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