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아 리보디(오른쪽) IDQ CEO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17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유럽, 미국 양자암호통신 사업 수주 성과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SK텔레콤이 글로벌 보안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자회사인 IDQ가 지난해부터 함께 사업을 시작한지 1년여만에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고 20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스위스 양자ICT 기업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했고, 사내 양자기술연구소(퀀텀테크랩) 조직을 IDQ로 통합해 스위스, 한국, 미국, 영국에 IDQ 사무소를 전진 배치한 바 있다. 양자정보통신 분야는 아무리 복잡한 연산도 단시간내에 풀어내는 양자컴퓨터와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양자암호통신으로 크게 나뉜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라는 얘기다.
IDQ는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OPEN QKD' 프로젝트에 양자키분배기(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1구간에 약 100Km)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한다. 'OPEN QKD'는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노키아, 애드바 등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사는 물론 정부, 대학의 연구기관까지 총 38개의 파트너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EU는 지난해 '제2의 양자혁명 선도'를 선언하며 '양자 플래그십' 조직을 신설했다.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의 예산을 기업, 연구기관 등에 지원함으로써 통신, 컴퓨터, 센싱, 시뮬레이션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U는 모든 양자 응용분야의 근간이 되는 양자암호 시험망을 약 200억원(15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부터 3년간 유럽 주요국에 일차적으로 구축하며, IDQ는 바로 이 'OPEN QKD'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IDQ는 또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업, 대학과 손잡고 블록체인,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병원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 실제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양자암호통신의 생태계를 넓혀 사업 기회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우선 스위스 블록체인 기업 '몽 벨레항'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의 디지털 자산 해킹을 막는 '양자 금고' 솔루션을 개발한다. 전력·네트워크 사업자 SIG와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SIG의 데이터센터와 전력발전소에 양자암호통신을 실제 적용해 안전한 전력 공급망을 구축한다. 제네바 대학과는 병원이 장기간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돕는 암호화 솔루션을 연구할 계획이다.
IDQ는 작년에는 미국의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최근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을 뉴욕과 뉴저지 사이에 구축했다. 통신망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정보를 지키는 데 활용된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내년에는 양자통신망을 워싱턴D.C.에서 보스턴까지 800㎞ 구간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IDQ는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고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키 전송 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적용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세상에는 모든 사물이 데이터화 되며 그만큼 보안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이 대한민국의 국보급 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