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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택시 서비스 '타다', 믿고 타도 될까? 대통령 유럽 순방도 동행했는데 이용자 안전은 뒷전
기사입력| 2019-07-11 09:06:40
프리미엄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의 드라이버가 여성 승객의 몰카를 찍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드라이버가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승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타다'는 그동안 안전 운전과 친절한 운전 서비스로 큰 인기를 얻어 왔는데, 정작 승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 이번 사태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타다' 측이 드라이버들의 면허 자격증이나 음주운전 여부 외 강력 범죄 이력 등에 대해서는 조회하지 않는 불투명한 기사 검증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더욱 심각한 일이 발생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타다' 측은 근본적인 해결책 보다는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아, 사업의 확장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이용자를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라더니 승객 뒤에서는…
차량 공유업체 쏘카의 자회사인 브이씨엔씨(VCNC)가 운영하는 '타다'는 11인승 이하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 호출 서비스다. 쏘카 등 렌터카업체들이 승합자동차를 승객에 대여해주면서 차량을 운전할 운전용역 제공자를 알선해 제공하는 형태다.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표방하며 시작한 '타다'는 검증된 인력이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컨셉트로 단숨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일반 택시와 달리 승차 거부가 없으며, 안전 운행과 친절한 서비스를 보장한다고 공격적으로 홍보해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가입회원 50만명, 운행차량 1000대, 등록된 드라이버 1만6000여명 등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뒤에는 충격적인 행태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새벽 '타다'의 한 드라이버가 오픈 채팅방에 만취 상태의 여성 사진을 몰래 찍어 올렸다. '타다' 차량 내부로 보이는 이 사진 속에서 한 여성 승객은 뒷자석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모습이 고스란히 불특정 다수의 기사에게 그대로 공유된 것.
사진을 올린 드라이버가 '여성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묻자 다른 사람들이 '예쁠 것 같다' '모텔로 갈가요 물어보라' 등 성희롱 발언을 이어갔다.
몰카 사진에 이어 성희롱 발언까지 언론을 통해 폭로되자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사진을 공유한 드라이버는 채팅방에서 나갔고, '타다'는 즉시 입장문을 발표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타다 측은 "해당 드라이버는 즉각 계약해제 조치됐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철저히 검토하겠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차별 없고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 앞으로 드라이버 대행사와 협조 하에 드라이버 전원을 대상으로 성인지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타다'의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검증된 드라이버 등 프리미엄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돈을 더 내고 이용해 왔던 많은 승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던 '타다' 드라이버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실망감이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승객들은 배신감마저 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통령 유럽 순방까지 동행했던 박재욱 대표, 이용자 안전은 뒷전?
이번 사태의 더 큰 문제는 드라이버의 일탈 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타다' 측은 후속 교육 등을 통해 재발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되었던 일이라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타다'는 현재 운전 기사를 파견 및 프리랜서 형식으로 채용하고 있다. '타다' 서비스 운영사인 VCNC는 인력 중개만 하고 채용이나 고용절차는 드라이버 업체에서 주관하는 것.
서비스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된 지점은 '타다' 드라이버의 인력검증 시스템이다. 현행법상 '타다'에 고용되는 기사들은 면허 자격증이나 음주운전 여부 외 강력 범죄 이력 등에 대해선 조회하지 않는다. 택시의 경우 면허 취득시 최근 5년간의 음주운전과 강력 범죄 이력 조회, 면허 취득 뒤에도 수시로 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결국 '타다'는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대중교통 임에도 최소한의 안전담보 조차 마련되지 못했다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특히 '타다'의 경우 탑승하자마자 이용자의 탑승 정보가 기록으로 남겨져 이용자의 신상이 공유되는 상황인만큼 안전장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재욱 VCNC 대표의 보다 책임있는 경영이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타다' 출시 간담회에서 '드라이버 관리와 검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범죄이력은 철저하게 조사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자부했던 인력 검증의 허점을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길에 함께 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박대표가 '타다'의 외형 확장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느라고 가장 중요한 이용자의 안전은 뒷전에 두고 있는거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끝으로 이번 성희롱 파문은 최근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사회적 논쟁 속에 '모빌리티 혁신'을 강조하며 고군분투를 이어오던 '타다'에게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안겨 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세를 확장해 오던 타다가 여러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내몰려 있다"며 "현 상황에서 드라이버의 추가적인 일탈행위 등이 벌어진다며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