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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마련하겠다더니"…애플, 공정위에 반발 '이중성' 논란

기사입력| 2019-07-09 09:19:51
"특유의 맛은 잃었지만, 오만함은 여전했다."

혁신을 강조한 '아이폰'을 바탕으로 글로벌 IT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애플에 대한 국내 IT업계의 평가다. 이통사에 광고 떠넘기기 등 갑질 논란에 대처하는 이중적 태도가 발단이 됐다. 부당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도 오히려 생색내기식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울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던저줄테니 그만하라는 투다. 기업의 목표가 이윤추구라지만 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애플코리아가 이통3사에 광고비 떠넘기기, 스마트폰 물량구매 강요 등의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거래질서를 개선하고 소비자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할 경우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코리아가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날은 지난 6월 4일이다. 공정위가 한달 가량 여유를 두고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신청을 발표한 만큼 애플코리아는 내부적으로 보상 및 시정 방안 등도 제출했다.

공정위의 발표에 업계 안팎에선 애플이 공정위에 동의의결 신청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 등을 진행하는 대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달라'며 백기투항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공정위도 비슷한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와 이통3사에 대한 갑질 논란 심의를 위해 지난해 12월, 올해 1월과 3월에 걸쳐 3번의 심의를 진행했다. 애플코리아는 3번의 심의 과정 내내 공정위와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애플코리아는 광고 떠넘기기 등이 갑질에 해당한다는 공정위의 의견에 맞서 '사실과 다르다', '갑질로 인해 이익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라는 공정위 주장에 국내 점유율이 적어 이통 3사보다 협상력이 강하지 않다고 맞서 왔고, 광고기금을 조성하면 애플코리아와 이통3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만큼 광고 활동 관여행위가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와 애플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것은 잘못된 내용을 받아들이고 시정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공정위와 대립했던 만큼 심의에서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애플이 공정위의 동의의결 신청 공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애플코리아 측은 "공정위의 접근방식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떤 법률위반도 하지 않은 만큼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은 맞지만 공정거래법을 위반을 인정한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애플코리아측은 소모적 법률 분쟁을 지속하기보다 소비자 이익 실현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임을 강조했다. 동의의결 신청한 것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IT업계는 애플코리아가 동의신청을 한 것은 공정위의 심의에서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는 만큼 회사 손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의의결 신청이 인용되면 애플코리아는 광고기금 조성 등 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 판정을 피할 수 있다. 공정위의 심의 결과 광고비 떠넘기기, 스마트폰 물량구매 강요가 갑질로 인정될 경우 과징금을 부과받는 동시에 다른 국가 경쟁당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높다는 것이다. 일례로 애플은 프랑스에서 비슷한 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후 다른 국가에서 비슷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국내만 놓고 보더라도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의 영업 관행을 '불공정 거래'로 결론내리면 매출액의 최대 2%까지 과징금 부과 할 수 있다. 예상 과징금 부과 규모는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 정도로 추산된다. 애플 입장에선 동의의결 신청은 소비자가 아닌, 향후 예상되는 회사 차원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였던 셈이다. 게다가 부과 받게 될 과징금을 보상금으로 활용하며 선심성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애플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전원회의 심의를 열고 애플코리아가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애플의 잠정 시정방안이 경쟁질서나 거래질서를 회복시키거나 다른사업자 등을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되고,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될때 동의의결이 수용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서에는 해당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해당 행위의 중지와 원상회복 등을 위한 시정방안을 담아야 한다"며 "애플이 위법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나선 만큼 제시할 필요가 없던 시정방안에 소비자를 위한 내용이 얼마나 담겨있을지 진성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혁신을 강점으로 내세우던 애플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충성고객층을 바탕으로 높은 콧대 만을 앞세우고 있다는 인상이 확산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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