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자체 금고 유치전 '출혈 경쟁'…금융당국 규제방안 추진
기사입력| 2019-04-29 10:50:55
최근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은행 공개 입찰에서 협력사업비와 예금·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제안하면서, '출연금 경쟁'은 물론 소송전까지 벌어지는 등 출혈 경쟁이 일어나고 있어 비판 여론이 높다. 이에 금융당국이 제도적인 규제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 금고지정 제도는 지자체가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 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것으로, 금고를 맡는 은행은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투자수익의 일부를 협력사업비로 출연한다. 이는 은행에 금고를 맡긴 대가로 지자체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개념이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2개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입찰 과정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1500억6000만원이다. 2016년 1528억6000만원, 2017년 1510억원 등 매년 1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지난해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지자체 금고의 68%를 차지하는 농협은행으로, 533억4000만원을 출연했다. 농협은 2016년(508억1000만원)과 2017년(558억5000만원)에도 500억원 넘게 협력사업비를 썼다. 최근 3년 사이 협력사업비를 부쩍 늘린 곳은 기업은행과 경남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협력사업비로 2016년 47억4000만원을 썼고, 지난해에는 2년 사이 13.8% 증가한 54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경남은행은 같은 기간 협력사업비가 20억5000만원에서 45억400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신한은행을 1금고, 우리은행을 2금고로 선정하면서 총 4100억원의 협력사업비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서울시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이 사업기간 중에 냈던 14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이처럼 과열된 지자체 금고 유치전은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광주 광산구는 KB국민은행을 1금고 운영기관으로 선정해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광산구 금고가 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농협은행보다 3배 많은 64억4000만원을 지역사회기부금과 협력사업비로 제시했다. 게다가 선정 과정에서 심의위원 명단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농협은행이 광산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올해 1월에는 신한은행 전 지점장 A씨가 인천시 금고로 선정되기 위한 로비자금을 조성하려고 억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와 신한은행 본점 전 팀장 B씨는 신한은행이 인천시 금고로 선정되게 하려고 회사 자금을 몰래 빼돌려 현금을 만든 뒤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은행들 사이에 과도한 출혈경쟁이 이어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새로운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협력사업비를 미끼로 한 경쟁을 제한하고자 100점 만점 평가 기준에서 협력사업비의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줄이는 등 변화를 줬다. 또 입찰에 참여한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까지 모두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했으며, 금고 선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은행법상에서 협력사업비를 고객에 대한 부당한 현금성 지원으로 보고 리베이트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협력사업비 지출이 불건전 영업행위가 되므로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