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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중단에 예금금리도 '뚝'…'돈줄' 막힌 케이뱅크, 고객 이탈?

기사입력| 2019-04-26 08:21:34
"케이뱅크 대출이 막혀서 빨리 다른 은행을 알아봐야할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 연 2.4%였던 케이뱅크 예금금리가 2.1%로 뚝 떨어졌네요". 최근 젊은층이 많은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서 자주 보이는 한탄이다.

지난 3일 출범 2주년을 맞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주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월 결의된 59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이 '올스톱'되면서 영업 위축이 불가피하게 된 것.

실제 지난 11일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한 케이뱅크는 최근 정기예금 금리도 내리는 등 영업력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증자가 장기간 미뤄져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인터넷은행은 물론 금융권의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발목'…대출·예금상품 '삐걱'

케이뱅크는 지난 11일부터 대출상품 6개 중 '직장인K 신용대출',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일시중단한 상태다. 또한 지난 20일 자정부터 연 2.4%로 제1 금융권 최고 금리 예금상품이었던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나 내리고,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도 0.1%포인트 인하는 등 예금금리 인하도 가시화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출상품의 경우 리뉴얼을 위한 일시중단이고, 예금금리는 아직도 최고 수준이며 적금 금리는 그대로다"라고 밝혔지만, 고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범 이후 2년간 약 17여 차례의 대출 상품 판매 중단이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일부 대출이 중단되고, 최고 금리의 상징적 예금상품 금리 대폭 인하에 대한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고객 대거 이탈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2017년 4월 오픈한 케이뱅크는 출범 첫달 26만명이었던 가입자가 지난달 기준 98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고, 여수신금액도 지난달 4조원을 넘어서면서, 1조 5100억원 수준이던 2017년 3분기 대비 2.7배로 껑충 뛰는 등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자본확충 문제에 발목을 잡히며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KT가 제출한 케이뱅크 주식보유 한도 초과보유 승인 신청에 대해, KT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 등을 이유로 심사 중단을 발표했다. 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로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지만,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금융위의 주식보유 한도 초과보유 승인이 미뤄진 것이다.

KT는 지난 2016년 지하철광고 입찰과정에서의 담합(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데다, 황창규 KT 회장이 채용비리 및 정치권 인사에 대한 고액 자문료 로비 혐의 등으로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 공정위, 국세청,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에 의한 조사·검사 등이 진행되고 있고, 그 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이 기간에는 한도초과보유승인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4일 이석채 전 KT회장 비서실장 출신인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도 KT 채용비리 관련 은행장실 압수수색을 받는 등 KT 문제로 케이뱅크가 감당해야 할 직간접적인 리스크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심 행장의 경우 과거 업무 경력 때문에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이라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플랜B' 가동도 안갯속…고객 이탈 가능성?

올해 1월 6000억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세워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케이뱅크지만, 기대했던 KT 지분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제는 고객 이탈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어려운 상황은 결코 아니며, 금리인하 등은 선제적 예방조치"라고 선을 그었지만, 출범 당시 2020년으로 예상했던 흑자 전환 목표일자도 2022년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또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경우 가동돼야 할 '플랜B'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케이뱅크가 'KT가 지분율을 34%로 늘려 최대주주가 된다'는 가정하에 유상증자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 특성상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고, KT가 소송으로 대응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기간은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존 주요 투자자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KT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케이뱅크 증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22개 주주 중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주요 주주는 우리은행(13.79%), KT(10.00%), NH투자증권(10.0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등이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측은 "기존 투자자들이 꾸준히 증자에 참여해왔고 신규 투자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면서, "유상증자 분할 시행, 신규 투자사 영입 등 실행 가능한 모든 방안에 대해 주요 주주사들과 협의에 착수한 상황으로, 대주주 자격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규모 증자를 다시 추진하는 유상증자 분할 시행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5000억원이 채 안되는 케이뱅크의 자본금이 2배 이상으로 불어나야 영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현재 상황으로는 카카오뱅크와의 경쟁은 물론 내년 출범 예정인 2기 인터넷은행과의 대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다른 인터넷은행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거액을 투자할 신규 투자자 확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편의성이 최대 무기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고객의 충성도도 높지 않은 만큼, 케이뱅크의 지배구조 이슈가 빨리 해결돼 영업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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