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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 기자의 재계 인사이트]신동빈 회장, 일본롯데도 '신동빈 스타일'로 탈바꿈?

기사입력| 2019-04-11 08:52:28
형제간 경영권 분쟁 끝에 한·일 롯데를 품에 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롯데의 '성장 DNA'를 일본롯데에 이식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롯데의 생산설비에 앞으로 5년간 1조원이 훌쩍 뛰어넘는 자금을 투입키로 하는가 하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 특히 일본롯데 경영에 참여한 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은 한국롯데의 경영방식을 접목시키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뒤 매출이 32조원(2006년)에서 85조원(2018년)으로 12년간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재계는 이같은 신 회장의 행보에 대해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흔적 지우기'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일본롯데가 신 전 부회장이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방식대로 운영돼 왔다면 이제는 '신동빈 스타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는 것.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실형선고를 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은 2017년 매출로 3267억엔(약 3조3650억원)을 기록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끌었던 2014년 매출 3156억엔(약 3조2510억원)과 비교해 약 3% 넘게 성장한 수치다. 여기에다 지난해에만 5%대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2015년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원톱 지위에 오른 지 4년 만에 약 10%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014년까지 20년 넘게 일본롯데를 맡아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신 회장은 더욱 가속페달을 밟아 5년내 일본 롯데그룹의 매출을 5000억엔(약 5조1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2015년 이후 일본 롯데그룹을 재정비한 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신 회장은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사업 구조조정 및 투자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며 한국롯데의 '성공 DNA'를 일본에도 심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선 신 회장은 일본롯데의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일본롯데는 지난해 4월 제과기업 롯데(제과), 판매 주력인 롯데상사, 아이스크림 판매를 담당한 롯데아이스를 '롯데'로 모두 합병했다. 중복된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신 회장은 합병법인 '롯데'에 대한 IPO(기업공개) 계획도 갖고 있다. 신 회장이 한국에서 지난 2006년 강력한 의지로 롯데쇼핑에 대한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공모된 자금을 글로벌 사업에 집중 투자한 전례를 볼 때, 일본롯데도 상장과 함께 글로벌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투자에 인색했던 일본롯데는 생산설비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 신 회장이 그 중심에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올해초 일본롯데는 향후 5년간 약 1300억엔(약 1조3400억원)을 설비투자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주력상품인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으로 이는 2018년까지 직전 5년간 설비투자 규모와 비교해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방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요 급증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제과시장은 2017년까지 5년 연속 성장했는데, 이는 중국인 등 방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선물 수요 증가가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을 찾는 방일 관광객의 약 80%가 선물용으로 일본 내에서 생산된 과자를 산다는 추계도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현 시점을 투자의 적기로 판단,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일본롯데는 설비증설을 통해 초콜릿 및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우라와공장과 규슈공장, 껌과 캔디를 생산하는 사야마공장 등의 생산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찰떡아이스 등 아이스크림은 북미 수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히 가장 오래된 공장인 우라와공장에 대한 추가 증설을 두고 현지에서는 일본 롯데그룹의 본격적인 날갯짓이 시작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동안 오래된 정체에서 탈피, 한국에서의 성장을 일본에서도 이어가려는 신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롯데는 이번 투자를 통해 2023년까지 연 매출 300억엔(약 3100억원) 이상의 브랜드 5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으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구조조정 및 투자도 적기에 이루어지고 있다"며 "신 회장을 통해 일본롯데에도 한국롯데의 성장동력이 공유돼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는 것 같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최근 행보는 '글로벌 롯데'가 키워드"라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신규로도 진출하는 등 글로벌 보폭을 빠르게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롯데의 투자 확대 등을 '글로벌 롯데'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계는 최근 일본에서의 신 회장 행보를 놓고, 신동주 전 부회장의 흔적 지우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신 회장은 형인 신 전 부회장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초 신 전 부회장이 화해의 시그널을 보내며 일본롯데의 경영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신 전 부회장이 수년간 지속된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화해를 통해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각자 맡자는 편지를 신 회장에게 수차례 보낸 것.

그러나 최근 신 회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 재취임했다. 지난 3월20일 일본롯데홀딩스는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수감되면서 도의적 차원에서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가 다시 대표이사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 경영권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됐고, 신동빈 회장의 힌·일 롯데 원톱체제는 굳건해 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우 2014년까지 20년 넘게 일본롯데에서 근무했지만 별다른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위반에 임직원 이메일 사찰까지 드러나 경영에서 배제됐고, 일본 법원에서도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까지 받았다"면서 "이런 이유로 (신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경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의 경영권 복귀 의욕을 보이자 신동빈 회장 측에서 대표이사 복귀를 추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들어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의 변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신 전 부회장과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일본롯데 내에서 신 전 부회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동빈 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항소심 당시 새로운 증거나 혐의가 밝혀진 바 없어 대법원 선고에서도 2심 결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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