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채용비리' IBK투자증권, '사내 갈등' 엇박자에 '대표 책임론'까지…
기사입력| 2019-04-09 13:51:48
최근 IBK투자증권의 채용 비리 사건의 검찰 공소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사내 갈등이 현 경영진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월 IBK투자증권 인사 담당 임원 박모씨와 인사팀장 등을 기소했고, 이들의 재판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 IBK투자증권 현직 센터장이 채용 비리로 구속기소된 임원을 위해 직원들에게 '영치금 모금' 문자를 돌려 물의를 빚었고, 이를 비판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려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특히 IBK투자증권은 그동안 국민청원게시판을 통해 채용 비리 뿐 아니라, 주말 행사 동원, 노조 탈퇴 종용 등이 수차례 문제 제기된 바 있어 '청원 단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 하숙집 딸·직원 남자친구 점수 조작까지…
지난 2008년 출범한 IBK투자증권은 지난 2016∼2017년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 갖가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법조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11-12월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채용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고, 당시 채용업무를 총괄했던 박 모 상무는 지난 1월 말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김 모 씨와 신 모 씨는 불구속기소됐다. 그런데 기소된 IBK투자증권 임직원들이 각계각층 인사로부터 받은 청탁 내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것.
지난달 25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이 입수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회사 부사장의 지도교수와 전임 사장, 인사팀장의 대학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까지 각자의 제자나 자녀 등을 잘 봐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공개채용 때는 당시 모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 과정이던 김모 부사장이 지도교수로부터 조교 채용 청탁을 받고, 지원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당시 채용 담당 임원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이 지원자는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이력서 제출 등을 안내받는 '특별대우'를 받았을 뿐 아니라 서류전형,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등에서 모두 불합격권이었는데도 합격권으로 점수가 조작돼 결국 최종합격했다.
IBK투자증권 전 사장으로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의 대표로 일하던 조 모 씨도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차관까지 지낸 최 모 씨의 아들을 부탁했다. 최씨의 자녀를 합격시키면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이 청탁 취지였다. 이 지원자 역시 불합격권이던 점수가 조작돼 최종 합격했다.
이밖에도 당시 인사팀장이 '남자친구가 취업이 되지 않아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는 같은 부서 직원을 위해 남자친구의 점수를 조작해주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거 대학 시절 하숙집 주인의 딸도 점수를 올려 최종면접 기회를 준 사실도 알려졌다.
2017년 공개채용에서도 당시 전무급 인사들이 직접 '채용 민원'을 넣거나 이전 증권회사 동료가 자녀 등의 채용을 청탁한 경우가 적발됐다.
이처럼 '충격적 사례'들이 드러나자, IBK투자증권에 대해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검찰 발표에서 여성 지원자의 실무면접 점수를 깎고 남성 지원자의 점수는 올려줘 남녀고용평등법을 어긴 혐의도 드러난 만큼, 이번에 발표된 사례들은 IBK투자증권에 대한 실망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6년 채용에서 남녀 지원자 비율은 6대4 수준이었으나 최종 합격자는 남자 11명에 여성은 2명뿐이었다. 2017년에도 지원자는 남녀 성비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나 최종 합격자 성비는 남자 9명에 여성은 1명에 그쳤다.
이와 관련 IBK투자증권 측은 "잘못된 부분은 시정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영치금 모금' 캠페인 논란…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단골' 불명예
이러한 사실이 화제가 된 지난달 말, IBK투자증권 현직 센터장이 채용비리로 구속 기소된 임원 등을 돕는다면서 동료 직원들을 상대로 '영치금 모금' 캠페인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또다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센터장 손 모 씨는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임원 등을 위해 법률 서비스 비용 마련을 위해 기소된 세 사람과 과거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친분이 있다고 판단한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
당시 직원들 사이에선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았고, 이 같은 모금에 대해 반발하던 직원에 의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적폐잔재들을 깨끗이 청소해달라"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입금 안 하면 앞으로 회사 생활이 재미없을 거라는 식의 협박성 문자를 보내고, 충성심을 테스트한다", "사심없이 그랬는데, 인사 언급하면서 모금액 개별로 조사합니까?"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와 전혀 상관없는 센터장의 개인적인 모금일 뿐"이라며, "일부 직원한테만 보낸 것이고 인사 압력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채용 비리로 재판 중인 임원 등을 위해 모금을 권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러한 IBK투자증권의 내홍은 해묵은 사내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 증권인 출신인 김영규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지기 전후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IBK투자증권의 내부 폭로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직원들에 대한 '부당노동' 등 혹사 주장이 올라온데 이어, '노조 탄압', '낙하산 인사 횡포' 등 수개월 동안 IBK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청원이 올라왔다. 비록 이번 채용비리가 전임 신성호 대표 재임기간 중 일어난 사건이지만, 조직 내부 기강을 바로잡는데 실패한 김영규 대표에 대한 불신이 다양한 형태로 분출된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이러한 조직 문제를 외면한 채 외형 키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청원게시판에도 "국책금융회사임에도 비리와 인사적폐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게 참 개탄스럽다"는 탄식이 올라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이 10년 남짓 된 회사인 만큼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면서, "특히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김영규 대표도 이러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