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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 기자의 재계 인사이트]'허니버터칩 신화'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 리더십에 적신호 켜진 까닭은
기사입력| 2019-02-14 08:48:26
2014년 초히트상품인 감자스낵 허니버터칩을 선보이면서 재벌가 사위 중 크게 주목을 받았던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가 최근 실적부진으로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허니버터칩의 돌풍으로 6만원을 찍었던 해태제과 주가가 실적 악화로 1만원대로 추락하면서 신 대표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허니버터칩 이후 눈에 띄는 후속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신 대표가 한계에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외동딸인 윤자원씨와 결혼한 신 대표는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으로 해태제과 CEO에 올랐다. 해태제과 지분율은 1.37%에 불과해 전문경영인에 가깝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공인회계사인 신정훈 대표는 2004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법인명 해태제과식품)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외국계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 이사로 재직했다. 그 당시 해태제과의 몸값은 5500억~6000억원으로 추정됐으나 크라운제과가 이보다 낮은 5000억원에 인수하는데 신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후 2005년 1월 윤 회장은 신 대표를 해태제과 관리재경본부장(상무)으로 영입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자신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도록 했다.
신 대표는 부도-법정관리-해외펀드 체제를 거치며 흐트러진 해태제과를 안정시키는가하면 성장엔진까지 장착했다. 해태가루비와 글리코해태를 각각 2011년, 2013년에 설립한 것. 일본 제과회사 가루비와 합작한 해태가루비는 허니버터칩을 개발하는데 원동력이 된 곳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들여온 일부 과자에서 독성 물질 멜라닌이 검출돼 휘청거릴 때 적절한 대응으로 위기를 수습하기도 했다.
해태제과를 궤도에 올려놓자 윤 회장은 2013년 공동 대표이사를 사임, 신 대표에게 단독으로 CEO를 맡겼다. 그 뒤 신 대표의 경영능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2014년 8월 짠맛이 지배하던 감자스낵 시장에 단맛의 허니버터칩을 개발해 출시한 것. 감자칩은 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넣은 허니버터칩은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고, 일부 매장에서는 아예 판매갯수를 제한하기까지 했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내놓으면서 감자스낵 시장에서 점유율을 단숨에 2위로 끌어올렸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맛동산·초코파이 등 장수품목이 지배하는 제과시장에서 1990년 이후 출시된 제품 중 매출 10위안에 드는 것은 허니버터칩이 유일하다"며 초히트상품을 강조했다.
이를 등에 업는 신 대표는 해태제과의 기업공개(IPO)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지난 2001년 증시에서 퇴출된 해태제과가 15년 만인 지난 2016년 5월11일 코스피에 상장된 것.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신 대표는 상장직전에 해태제과 자사주 39만9000주(1.37%)를 공모가격 1만5100원보다 28% 낮은 1만870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상장직후 주가가 6만원을 찍으면서 차액이 2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인수 작업과 허니버티칩 개발, 증시 상장 등을 해낸 그에게 주는 성과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굳건했던 그의 리더십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데다 4년이 넘게 이렇다할만한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태제과의 2017년 순이익은 75억원에 그쳤다. 2015년 169억원, 2016년 255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6만원을 찍었던 주가도 '허니버터칩 돌풍'이 잠잠해지면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하더니 실적 급락까지 겹치며 지난해 4분기에는 1만원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 12일 종가는 1만850원으로 간신히 1만원에 턱걸이하고 있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하자 시장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팍스넷 등의 해태제과 주주 게시판에는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만~3만원대에 매입했다가 반토막 이상 손해보고 있다는 글이 상당수다.
문제는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태제과는 음식료업종 종목 중에서도 시장에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편"이라며 "허니버터칩 돌풍과 같은 특별한 모멘텀이 있지 않는 한 계속 소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태제과의 외국인지분율은 0.8%에 불과하고 기관투자자의 입질도 거의 없다. 반면 아이스크림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빙그레는 외국인지분율이 31%를 넘고, 포카칩·꼬북칩·초코파이 등을 생산하는 오리온은 38%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는 "(주가하락은)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난해 각 분기별 순이익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점차 개선 추세에 있어 시장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해태제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26억원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2017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55억원에 달했음에도 4분기에 무려 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으로는 75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체로 상장사들이 4분기에는 그동안 장부에 잡지 않았던 부실 등을 털어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해태제과가 지난해 4분기에도 2017년 4분기처럼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실적이 2017년 수준에 그친다면 신 대표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허니버터칩 돌풍과 성공적인 IPO 때만 하더라도 윤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 자리까지 위협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나 이제 그런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심지어 해태제과 CEO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 대표의 해태제과 보유 지분이 1%대로 미미하고, 부인인 윤자원씨는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라푸드 지분을 3.82% 갖고 있지만 이는 오너 일가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오너 일가이지만 신 대표는 전문경영인에 가깝고 윤 회장도 신 대표에게 전문경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관계자는 "신정훈 대표는 오너 일가이기에 다소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다른 전문경영인과는 다르게 취급 받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적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고 결국 윤영달 회장도 변화를 택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도 "지분율이 미미한 사위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실적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CEO 자리가 위태로워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와관련, 해태제과 관계자는 "윤영달 회장이 신정훈 대표에게 보내는 신뢰와 믿음은 굳건하다"며 신 대표의 거취 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도 "제과시장에서 몇 년 만에 연속해서 허니버터칩 같은 히트상품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단순히 실적이 저조하다고 10년 넘게 해태제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신정훈 대표를 물러나게 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jwj@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