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국 소비자가 '호구'? 토요타, 보강재 빼고도 '美최고안전차' 기만광고로 과징금
기사입력| 2019-01-16 08:38:28
한국 소비자가 '봉'인가.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최고안전차량'으로 선정된 차에서 안전 보강재를 뺀 채 국내 시장에 팔면서 선정 내용을 그대로 광고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받았다.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한국토요타자동차에 광고 중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1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비록 한국토요타 측은 사양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리는 문구를 광고에 넣었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으나, 공정위 측은 그 문구 크기가 너무 작아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렵다면 오인을 불러일으키는 기만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차종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RAV4다.
한국토요타는 2014년 10월부터 국내에서 RAV4를 판매하면서 안전성을 부각, 미국의 비영리 자동차 안전연구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고안전차량으로 선정됐다는 점을 크게 광고 했다.
IIHS에서 최고안전차량에 선정되려면 5개 충돌실험항목에서 4단계 등급 중 최고 등급(GOOD)을 모두 받아야 한다.
그러나 2014년식 미국 판매 RAV4는 이 테스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다른 항목도 아니고 운전석 충돌실험에서 최하 등급(POOR)을 받아 최고안전차량에 선정되지 못했던 것.
이에 토요타 측은 뒤늦게 2015∼2016년 미국 판매 RAV4에 안전 보강재를 추가 장착했고, 이 모델은 5개 항목을 모두 만족시키며 최고안전차량으로 뽑혔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서 판매된 차량은 이 안전 보강재를 장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명백하게 사양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한국토요타는 오히려 카탈로그나 보도자료, 잡지 등에 '미(美) IIHS 최고안전차량'이라는 문구를 쓰며 광고했다. 제품 카탈로그 하단엔 '본 카탈로그에 수록된 사진과 내용은 국내 출시 모델의 실제 사양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상당히 애매한 표현을 동원, 사양이 다른 제품이라는 점을 에둘러 설명하기는 했다.
따라서 공정위 측은 이 같은 홍보 전략으로 인해 문제의 광고를 접한 소비자가 차량 구매 때 가장 중요시하는 안전정보를 오인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관련 문구가 깨알같이 작은 크기로 적혀 있어 소비자가 미국에서 최고 안전차량으로 선전된 모델과 사양이 다르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고, 광고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오인 가능성이 있다고 공정위는 봤다.
더불어 공정위는 토요타가 다른 나라에서는 안전 보강재를 장착하지 않은 RAV4를 이런 식으로 포장해 판매한 적이 없다는 점도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했다.
"이번 제재 결정은 안전사양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해외 평가기관의 안전도 평가결과를 국내에서 무분별하게 광고하는 행위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한 공정위 관계자는 "광고와 실제 판매모델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소비자의 오인에 대한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한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월 취임 후 판매 성장세를 이끌며 화려한 행보를 이어가던 타케무라 노부유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이번 공정위 제재 건으로 오명을 남기게 됐다.
지난해 토요타의 40%대 성장 등을 일궈낸 타케무라 사장은 BMW가 주춤하는 사이 유럽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를 확실히 굳히기에 나서면서 "고객을 향한 마인드가 차이를 만들어 낸다. 당장의 경쟁우위 확보보다 첫 만남부터 평생 동안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닛산, 혼다와 함께 비등한 위치로 형성되던 일본차 3강 구도를 깨트리고 절대 강자 위치에 오를 정도로 고지가 눈 앞인 시점에서, 하필 한국 소비자를 '호구'로 여기는 듯한 기만 광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피할 수 없게 됐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