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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퇴진' 이웅열 회장의 검찰 조사 놓고 설왕설래하는 까닭은?

기사입력| 2018-12-06 08:12:08
지난달 28일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해 '쿨한 이별', '아름다운 퇴진'으로 박수를 받았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62)이 최근 '상속세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것으로 드러나 진정한 퇴진 의도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웅열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마곡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며 퇴임을 공식화하고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해 '신선한 퇴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다음날인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향후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전무(34)에 대한 그룹 경영권을 승계 계획과 관련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상속세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작스런 '총수 사퇴' 타이밍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에 선처를 바라는 제스처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이 회장의 '포장된 퇴진'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코오롱그룹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 검찰의 '탈세 수사'로 빛바랜 '깜짝 퇴진 선언'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웅열 회장의 깜짝 '경영 퇴진 선언'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정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특히 코오롱이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8월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코오롱베니트의 이 회장 지분을 정리하고 이 회장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에 공을 들였던 만큼, 세간의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게다가 이 회장이 그룹 총수로는 '한창 나이'이고 아들 이규호 전무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경영수업 중인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런 퇴진에 물음표가 달렸던 것. 특히 이 전무의 주요 계열사 지분이 '0'이라는 점은 의혹을 더 키웠다.

그러나 이 회장의 퇴진 발표 일주일도 안 돼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장의 퇴진 배경에 대한 해석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과거 국세청이 코오롱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회장의 상속세 탈루 혐의를 포착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 조사에 착수한 것.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4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과 핵심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한 세무조사를 장기간 진행해 이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에서 세무·회계 자료를 확보하고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국세청 고발 내용은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별세 후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속세 탈루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고강도 특수섬유 '아라미드' 관련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의 특허소송 관련 비용 처리 문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계열사 지분 재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처분손실의 회계 처리 문제 등이 골자다.

이 중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 회장의 상속세 탈루 의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이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코오롱 주식 101만3360주(지분율 8.4%) 가운데 40만550주(3.3%)는 외동아들인 이 회장에게, 딸인 경숙·상희·혜숙·은주·경주씨 5명에게도 각각 12만2562주(1.02%) 상속됐다. 당시 이 주식의 가치는 시가 기준 약 240억원으로, 이중 이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만 약 95억원 상당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이 상속세를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조만간 코오롱 관계자들과 이 회장을 소환해 상속세 탈루 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검찰 수사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이 회장이 공언한 '제2의 창업'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의 갑작스런 퇴진 발표와 관련, "오비이락"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이웅열 회장이 검찰 수사를 미리 알고,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퇴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퇴진선언을 통해 검찰 수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특히 퇴진선언이 검찰 수사와 연관이 있다면 더 큰 후폭풍에 휩싸이고, 코오롱그룹까지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코오롱 관계자는 "이웅열 회장의 퇴진은 오래 전부터 예정된 것으로 이번 발표와 검찰 수사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 입사 6년만에 전무 '고속 승진' 아들, 주요사 지분은 '0'

이웅열 회장 퇴임 후 코오롱은 지주회사인 ㈜코오롱 중심으로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라는 이름의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를 신설하고, 위원회를 통해 그룹 현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계 구도와 관련 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전무도 스포트라이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1984년생으로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 전무는 지난달 인사에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전무는 아버지인 이 회장이 고등학생 때부터 코오롱 지분을 보유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 주요 계열사의 지분이 전무한 상태다. 코오롱글로벌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에서 만든 쉐어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이 분할돼 설립된 리베토의 대표로, 이 회사 지분 15%를 보유한 것이 전부다.

이 회장은 지주사 코오롱의 지분 49.74%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경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비록 이 회장이 "능력이 검증돼야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긴 했지만, 창업주 이원만 회장 이후 4대째 내려오는 코오롱의 후계승계 모양새를 놓고 볼 때,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이 전무가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면서 경영수업을 계속해, ㈜코오롱 지분율을 올려가는 방식으로 승계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웅열 회장이 '금수저의 부담과 책임이 버겁다'면서도 아들의 승계 관련 문제는 '시간을 버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 같다"면서, "이 전무가 이 회장의 퇴진 시기에 맞춰 입사 6년만에 전무로 승진한 것도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회장 퇴진에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코오롱과 코오롱상사 사장을 지내 '대표적 MB라인'으로 꼽히는 이웅열 회장에 대한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의 퇴진 발표와 검찰 수사와의 개연성은 결국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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