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금수저 내려놓고 마이웨이 가겠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 전격 사퇴
기사입력| 2018-11-28 14:55:16
코오롱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이웅열 회장(63)이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웅열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면서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고 퇴임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면서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면서 창업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별은 쿨(Cool)해야 한다'며 별도의 퇴임식도 거부한 이 회장은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내가 가야 하는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 일어나 한 번 더 부딪쳐 보는 거야'라는 가수 윤태규의 '마이 웨이' 가사를 언급하며, "넘어지면 바로 일어서겠다.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저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새로운 도전 의지를 다졌다.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5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이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2년만인 198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1991년 부회장에 오른 뒤 1996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을 시작했다.
한편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퇴임에 따라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통해 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9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겸임한다.
아울러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코오롱 지분율은 49.74%인 반면, 이 전무는 그가 대표를 맡은 계열사 '리베토'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 지분이 사실상 전무하다. 따라서 업계에선 이 전무가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면서 본격 경영수업을 받는 가운데 서서히 ㈜코오롱 지분율을 올려가는 방식으로 향후 승계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