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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나선 프랜차이즈 사모펀드, '쥐어짜기·문어발식 경영'…가맹점주만 멍든다
기사입력| 2018-11-08 13:53:33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가맹점들 사이에서 본사의 '쥐어짜기식 경영'이나 무분별한 외형 확장에 의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들에 '갑(甲)질'을 하며, 사모펀드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가령 로하틴이라는 사모펀드에 매각된 bhc치킨의 가맹점주들은 해바라기오일 등 재료값을 비싸게 받아 자신들을 죽이고 있는 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모펀드의 행보는 불필요한 경영구조 개선을 통한 긍정적인 체질 개선이 아닌 단순 '먹튀'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돼 가맹점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사모펀드만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2011년부터 인수 본격화…재매각 시기 도래하며 '먹튀' 움직임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이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인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모건스탠리PE가 놀부를 1200억원에 사들이며 이후 버거킹(VIG파트너스), 할리스커피(IMM PE), bhc치킨(로하틴) 등이 각각 100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사모펀드가 외식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배경에는 '돈'이 있다. 싸게 사들여 경영구조만 개선,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오너 중심의 단순한 사업 구조와 매각할 수밖에 없는 좋지 않은 재무상황에 주목했다. 여기에 현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 등도 매력으로 꼽혔다. 체질개선을 통한 브랜드 살리기라는 명분 내세우면 가맹점주들도 부당한 처우에 침묵했고, 본사 구조조정도 수월하게 처리했으니 수익을 올릴만한 투자처로서 이만한 게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은 출구전략(EXIT·엑시트) 마련에 한창이다. 최저임금 인상, 교체주기가 빨라진 외식 트렌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화 등 주변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업 자체가 갑질의 온상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이에 따라 기존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은 회사 외형 확대(현금 흐름 확대)를 통한 재매각가 높이기 작업과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 등을 주요 엑시트 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에서 '문어발식', '쥐어짜기식' 경영 논란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비효율적인 부분의 개선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인해 본사와 가맹점주간 수익이 함께 증가하기는 보다는 본사의 높은 수익과 대비되게 가맹점주의 삶은 팍팍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형 확장 등 '체질개선'에 대해 본사·가맹점주 동상이몽
사모펀드가 인수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부작용의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 5월부터 bhc치킨 가맹점주 모임인 bhc협의회는 "본사가 불합리한 가격으로 가맹점들에 재료를 고가에 납품해 거액의 차익을 챙겨왔다"고 줄기차기 지적해왔다. 이들은 bhc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오일, 닭 등이 경쟁사 대비 비싸다는 점을 문제 삼고 본사에 원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
bhc협의회는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bhc 본사의 부당한 처사로 인해 여러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본사는 그동안 가맹점주들의 어려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데 급급해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간 전례가 없는 업계 최고의 성장을 달성하며 치킨업계 상위 3개사 중 bhc의 영업이익률은 나머지 2개사보다 3배 이상 높지만 가맹점은 극심한 수익성 악화로 소비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되는 식의 비상식적인 영업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착취 구조가 없어져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bhc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bhc협의회는 본사 차원에서 점주들에게 자세한 설명과 동의 없이 광고비를 걷어가 집행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하틴은 이같은 상황에도 bhc를 지난달 31일 박현종 bhc 회장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5000억원 가량에 매각, 당초 투자금 대비 5배 이상의 고수익을 올렸다. 가맹점주간 갈등으로 촉발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가맹점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지만 회사를 팔고 나간 이들은 높은 수익을 올렸다. 박 회장 측은 인수를 통해 상생 경영에 나사겠다고 했지만 구성 컨소시엄에 사모펀드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모펀드가 무리하게 문어발식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는 점도 가맹점주들에게는 피해가 된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전체 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 모건스탠리PE가 지난 2011년 인수한 놀부의 경영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놀부를 인수한 뒤 적극적으로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다. 모건스텐리PE는 놀부 인수 후 떡볶이회사 '공수간', 커피회사 '벨라빈스'를 등을 인수하며 브랜드 점포 수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수년전부터 재매각을 추진했지만 재매각 예상 금액이 시장에서 당초 투자금보다 낮게 책정, 규모를 앞세워 재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브랜드 및 가맹점수 확대를 꾀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수차례 교체되는 등 내부도 불안정해지는 어려움을 겪었고, 브랜드가 다양화되며 보쌈하면 떠올랐던 이미지가 퇴색됐다. 놀부는 지난해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15%가량 하락한 101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확대를 위해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쥐어짜기 등의 문제가 아닌 무리한 외형 확장은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생계를 목표로 가맹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본사 수익률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사모펀드의 폐해인 셈이다. 업계 안팎에선 최근 모 사모펀드에 인수된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공급 육류의 품질이 떨어졌고,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 공급가를 높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며 최근 사모펀드에 브랜드를 넘긴 모 업체의 경우 괜한 이슈몰이에 나설까 쉬쉬하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외식 프랜차이즈 인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당초 내세우는 체질개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익성 확대를 꾀할 경우 돈 앞에 약자인 가맹점주, 넓게는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이 황폐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