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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더페이스샵 '갑질' 논란으로 연임 적신호?
기사입력| 2018-11-06 08:27:35
올해 영업이익 사상 첫 1조원 돌파가 유력한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LG생건의 자회사인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이 본사가 일방적인 공급가 10% 인상,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의 갑질을 한다고 주장하며 거리로 나선 것. '13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끌어낸 '기적의 사나이'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이 한때 대표이사로 인연을 맺었던 더페이스샵의 가맹점주들을 '토사구팽'한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생건은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냈고,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는 "변명만 담은 입장문을 내는 LG생건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재차 맞받아쳐 양측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어, 이달 말로 예정된 LG그룹 연말인사에서 차 부회장의 연임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 "본사는 1조 영업이익, 우리는 폐업 위기" vs LG생건 "일부의 무리한 주장"
5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의 자회사 더페이스샵은 최근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 소속 60여 명의 가맹점주는 지난달 25일 오전, 오후 각각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과 국회 앞에서 본사의 갑질을 비판하며 공정위 조사와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협의회 소속 점주들은 "본사가 목표 매입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주는 등 매출 부진의 책임을 가맹점에게 떠넘겼다"며 "경영 위기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급가격을 10%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는 무차별 할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무차별 할인 판매로 거리의 매장은 테스트만 하는 곳으로 변질됐고 존재의 이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더페이스샵에 대한 네이처컬렉션(편집매장)으로 전환을 유도하면서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생건 측은 가맹점협의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지난 4월 전체 가맹점주 470여 명 중 140여 명이 가맹점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는데 협의체 내 가맹점주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일부 가맹점주(18명)가 주도해 이번 집회를 개최한 것"이라며 "해당 점주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LG생건의 주장은 가맹점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 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이 LG생건에 "갑질과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 더페이스샵 가맹점주협의회는 "LG생건은 시위에 나선 가맹점주가 20여명도 안 되는 듯한 오해를 일으킬 만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변명만 담은 입장문을 내는 LG생건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LG생건에 더페이스샵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 과정에서도 자료 제출 요청과 명령에 불응하고 있다"며 "앵무새처럼 '상생과 대화'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더페이스샵과 LG생건의 갑질 행태에 대해 공정위를 비롯한 검찰 등 수사기관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집단 신고와 행동으로 '을'의 권리 보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는 찾아낸 상생 해법, LG생건은 못 찾는 것일까? 안 찾는 것일까?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이나 H&B스토어 등 편집숍에서 화장품을 구입한다. 구매 트렌드가 바뀌면서, 단독 브랜드 로드숍들은 모두 급격한 매출하락을 겪고 있다.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온라인몰 할인 판매 정책에 대한 불만이 특히 높다.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의 엇갈린 행보가 더욱 극명히 대비된다. 더페이스샵과 마찬가지로 온라인몰 할인 정책에 대한 피해를 호소해온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가맹점주들은 지난달 25일 가맹점-본사 간 상생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온라인몰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기로 합의하면서 점주들은 예정됐던 집회를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행보는 LG생건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더욱이 차석용 부회장과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간의 특별한 인연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공 일변도 입장은 업계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 이를 통해 LG생건의 주력사업인 화장품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당시 차 부회장은 고가와 중가 화장품사업만 하던 비즈니스 모델에 저가 화장품군을 보완해 전 가격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더 페이스샵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면서 저가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러한 흐름에 같이 하면서 LG생건의 화장품 비즈니스 또한 급성장했다.
또한 더페이스샵 인수는 해외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같은 것들이 바탕이 돼 LG생건은 올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으로 8285억원을 벌어 창사이래 최초로 연간 영업익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페이스샵 한 가맹점주는 "우리와 함께 LG생건의 화장품 새 역사를 만들더니, 이제는 필요없다며 버리려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을의 눈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요즘 분위기에 비춰볼 때, 이번 이슈는 언제 어디로 확대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더페이스샵 사태가 조기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엔, 지난 2011년 승진해 그룹내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의 연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월 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LG그룹 연말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상생보다는 실적만을 우선시하는 듯한 차 부회장의 경영 방침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 부회장은 비교적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 회장 취임과 함께 세대교체 기류가 있어 인사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이런 가운데 더페이스샵 사태는 현 정부의 키워드인 공정·상생 경제와도 어긋나고 있어 차 부회장의 연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