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왼쪽)와 BMW 5시리즈
고속 질주하던 수입차 시장이 여러 악재로 주춤하면서 '연간 25만대 판매' 기록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BMW의 연이은 차량엔진 화재 및 대규모 리콜 사태와 함께 배기가스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의 판매 부진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총 19만7055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7만3561대에 비하면 13.5% 늘어난 판매량이다.
그러나 올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판매량은 하반기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수입차 월간 판매는 1월 2만1075대, 2월 1만9928대, 3월 2만6402대, 4월 2만5923대, 5월 2만3470대, 6월 2만3311대, 7월 2만518대로 2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8월에 1만9206대로 줄더니 9월에는 1만7222대를 기록, 올들어 월간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에따라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1월 수입차 점유율은 18.25%로 월별 기준 점유율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월에는 18.53%로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고 3월에는 18.44%를 기록했다가 4월에는 18.88%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5월들어 17.31%로 떨어지더니 7월에는 15.41%까지 줄었고 8월에는 14.89%, 9월에는 15.78%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수입차 판매가 주춤한 원인으로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 저조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BMW의 경우 8월부터 엔진화재로 실시된 대규모 리콜사태가 주원인이고 벤츠는 인증 지연으로 인한 공급 감소가 이유로 꼽힌다. BMW의 8월 판매량(2383대)은 전월보다 39.8%,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9% 감소했다. 9월 판매량(2052대) 역시 전월 대비 13.9%, 작년 동기 대비 61.3% 급감했다.
현재 판매 중인 신형 모델은 이번 리콜과 관련이 없지만, 정부의 운행정지 명령과 함께 소비자 불신이 가중됨에 따라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BMW 화재 이슈와 대규모 리콜사태는 수입차 주력인 디젤차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높여 시장 전반에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벤츠의 8월 판매량(3019대)은 전월보다 36%, 작년 같은 기간 보다 42.7% 각각 줄었고, 9월 판매량(1943대)도 전월 대비 35.6%,작년 동기 대비 65.3% 각각 감소했다. 벤츠의 판매량 감소는 오는 1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을 대기하는 과정에서 공급이 정체 현상을 빚기 때문이다.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점유율 역시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9월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점유율은 26.3%로 최근 8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 누적 판매량(8만6841대)은 가솔린차(9만2667대) 보다 적다.
수입차 업계는 "올해 9월부터 도입된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법(WLTP)의 여파로 수입차 시장의 상승세가 더욱 주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일부터 국내 모든 중·소형 디젤차에는 기존의 유럽연비측정방식(NEDC)보다 시험 방식이나 조건이 까다로운 WLTP 규제가 적용됐다. 강화된 절차에 따라 인증 신청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인증 지연으로 수입차 브랜드마다 신차 물량 확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 업체는 제한적으로 판매가 허용된 기존 인증 재고 물량을 소진한 상태에서 새로 신청한 인증이 늦어지자 판매할 차량이 부족해졌고 신차 출시도 미뤄지고 있다. 이에따라 수입차 업계가 기대했던 올해 '역대 최다 판매' 기록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수입차 업계는 올해 연간 판매량을 역대 최다이자 작년 대비 약 9% 많은 25만6000대로 예상한 바 있다.
9월 현재 판매량에서 연말까지 3개월간 총 5만9000대, 월평균 1만9000대를 팔아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는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 절차가 복잡해지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증 지연과 함께 공급 물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신차 공급이 늦어지면서 그동안 대기하던 소비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