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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증가속도 세계 3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 역대 최고 수준

기사입력| 2018-10-04 07:55:30
지난해부터 계속된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조치에도 한국의 가계빚 증가속도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로 인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급증하면서, 가계빚 부담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은 다른 국가와 견줘서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로,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 경제규모와 거의 맞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 세계 7위다. 스위스(128.3%), 호주(122.2%), 덴마크(117.3%), 네덜란드(104.3%), 노르웨이(101.6%), 캐나다(99.4%) 다음이다. 지난 2014년 1분기 81.9%(12위)에서 4년만에 13.3%포인트 늘면서, 순위로는 5계단 상승했다.

특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3%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러한 상승폭은 BIS가 집계한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3.7%포인트), 홍콩(3.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4.6%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작아졌지만 순위는 3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본격 추진했지만 증가세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주요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9월 말 이후로도 6개월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포인트 올라갔다. 특히 1분기만 놓고 보면 올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002년(3%포인트) 이래 16년 만에 가장 크다.

정부는 지난해 6·19 대책, 8·2 대책 등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2018년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11월에는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를 피해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전세대출 등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 가계빚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는 소득에 비해서도 빠르게 늘어나, 1분기 가계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 1분기 한국 가계 부문 DSR(Debt service ratios·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12.2%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특정 기간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가처분소득과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인 DSR은 가계부채의 위험 지표로 해석된다. DSR이 높을수록 소득과 비교해 미래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가계 부문의 DSR는 1999년∼2000년엔 8∼9%대였다가 서서히 상승, 2010년 말 12%대에 진입했다. 2013년 11%대로 다시 내려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6년 1분기 11.2%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올해 1분기 DSR는 2011년 2∼4분기 기록한 사상 최고치(12.2%)와 같은 수준이다.

국가별로 기준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최근 2년간 DSR 상승 폭을 보면 한국이 1%포인트로 BIS 통계가 있는 17개국 중 가장 컸다. 2위인 노르웨이(0.7%포인트)를 포함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8개국만 DSR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7개국은 DSR이 떨어졌고 2개국은 그대로였다.

이처럼 한국 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가계부채의 규모가 커지고 금리가 오르며 원리금은 커지지만 소득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해서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각종 대출 규제에 힘입어 가계신용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두 자릿수에서 떨어져 올해 1분기 8.0%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15년 3분기 이후 0∼1%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1년 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가계 소득, 경제 성장세에 비해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를 짓눌러 내수와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BIS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제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빚부담이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워진 가계들이 늘면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부실해져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실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부동산발 금리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정부 이후 지속한 저금리에 전혀 변화가 있지 않은 것이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이낙연 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리 인상 여부 문제와 관련,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미국 금리 인상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금리 결정에는 거시변수가 제일 중요하고 저금리가 오래갔을 때 금융 불균형이 어느 정도 쌓일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최적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오는 18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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