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아파트 급매물 속속 등장·상승률 주춤…9·13대책 약발?
기사입력| 2018-10-01 08:40:16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2주만에 주택시장이 서서히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수천만원에서 1억원 가량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다만 호가가 여전히 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어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급매물 시장에 속속 등장…상승률도 한풀 꺾여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에는 호가가 5000만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9·13 대책 전 19억2000만원에 팔렸던 것이 지금은 18억5000만~18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용 82㎡는 거래가격이 20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 하락한 2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에 정부가 진위 파악에 나섰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129㎡가 최근 37억2000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시세보다 약 1억~2억원 싸게 팔린 것이다.
한때 호가가 16억원까지 올랐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15억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9·13 대책 후 세 부담 등에 부담을 느낀 일부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이 결국 집을 팔기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는 매물이 10개도 안되었는데 현재 약 20건 정도로 물건이 늘었다"며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수준은 아니지만 급매물을 중심으로 시장에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조사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상승률은 지난 7월 17일 0.10% 이후 최저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 3일(집계일 기준 주간 상승률) 0.47%를 기점으로 9·13 대책을 앞둔 지난 10일 0.45%로 소폭 둔화한 데 이어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상승률이 각각 0.08%, 0.03%에 머물렀다. 지난달 27일 강남구와 서초구 모두 상승률은 0.59%에 달했다.
송파구는 0.09%, 강동구는 0.08%로 모두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매도자 우위 기세도 한풀 꺾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집값이 치솟으면서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배액 배상을 하면서까지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변했다.
한 중개업소는 "집값의 추가 하락을 염려한 일부 매수자가 계약 해지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매도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매도·매수자 간 분쟁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집주인과 매수자간 '눈치전' 치열…관망세 지속될 듯
이같은 급매물의 증가와 호가 상승의 둔화가 당장 집값 하락세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다수 매물이 여전히 실거래 최고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가가 16억원에서 15억원 안팎으로 떨어진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지난 8월 실거래가격은 14억원이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2차 아파트는 9·13 대책 이후 대형면적을 중심으로 실거래가보다 3억원 가까이 낮은 물건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자취를 감췄다.
집주인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저울질하다가 매도를 보류한 것이다.
이에따라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는 여전히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전'이 치열하다.
매수 희망자들은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데다가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일단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또한 매도자들은 일단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끝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중개업소는 "최근엔 매도와 매수 문의 전화가 뜸하다"면서 "팔겠다는 사람이나 사려고 하는 사람들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의 관망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전문가는 "고가주택일수록 매도시 세금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당분간 매물을 보유하려는 집주인과 매수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거래시장 관망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9·13 대책이 급등하던 집값을 일단 안정세로 만든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대규모 공급대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은 추후 언제든지 다시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