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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닭 불공정 거래에 공정위 과징금 7억9800만원 철퇴
기사입력| 2018-09-20 15:01:03
닭고기 업계 1위 하림이 계약과는 다른 방식으로 닭 가격을 정해 사육 농가에 팔다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하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하림은 2015∼2017년 550여개 농가와 생닭을 거래하면서 전체 거래의 32.3%인 2914건을 계약서와 달리 농가에 불리하게 닭 가격을 산정했다.
하림은 병아리와 사료를 농가에 외상으로 팔고, 병아리가 닭으로 자라면 이를 전량 매입하면서 닭 가격에 외상값을 뺀 나머지를 농가에 지급한다. 닭 가격은 일정 기간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림이 사후 산정하는 구조다. 약품비와 사료 원가, 병아리 원가, 사육 수수료 등을 더해서 산정한다.
주목할 점은 닭을 다 키우고 출하 직전 정전이나 폭염과 같은 사고나 재해로 폐사할 경우 농가가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림의 계산식대로라면 사고나 재해로 닭이 폐사할 경우 출하하는 닭의 마릿수가 줄어들어 닭 한 마리에게 필요한 사료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전체적인 닭 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며 매입자인 하림에게는 불리해진다.
하림은 이를 막기 위해 닭이 폐사한 농가 93곳의 데이터를 계산할 때 제외했다. 닭 가격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농가가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즉,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성은 농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셈이지만 하림은 이같은 내용을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하림의 '병아리 갑질'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농가는 살처분에 따른 마리당 보상금을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하림은 이 보상금과 관련해 병아리 외상값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러한 행위가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위원회는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계약서에 닭이 살처분됐을 때 닭 가격 산정방법이 없었던 점,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액이 하림 측이 인상한 병아리 가격보다 더 높아 농가에게 불이익이 아니었다는 점 등이 무혐의 근거였다.
공정위 측은 "사업자가 거래상 열등한 지위에 있는 농가에 대금을 낮게 지급하는 행위를 최초로 적발해 제재했다"며 "사업자와 농가 사이 불신의 주요 원인인 사육 경비 지급과 관련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하림 측은 "생계매입 대금 산정과정에서 변상농가와 재해농가가 평가 모집단에서 제외된 것은 업계의 관행 및 농가의 합의에 따라 제외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같은 처분이 나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병아리 갑질 논란은 회사를 흠집 내려는 일부 세력이 잘못된 자료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발생한 일로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약 농가의 소득 향상과 농촌 지역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욱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