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국지엠, 법인분리 방침에 노조 '반대'…노사 갈등 재점화로 정상화 험로
기사입력| 2018-09-17 09:00:01
법정관리 위기까지 갔던 한국지엠이 또다시 노사 갈등을 겪으며 정상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신설 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한국지엠노조가 반발하면서 노사 양측간 갈등이 재점화 되고 있는 것.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 업무를 집중적으로 전담할 신설 법인 설립을 연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단일 법인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법인 2개로 인적분할하고 연구개발 부문에 신규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기존에 경·소형차 위주로 기능했던 디자인센터의 지위를 격상시켜 GM 본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품의 차세대 디자인 및 차량개발 업무를 가져오려면 법인분리가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법인을 분리해야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 효율화가 가능하고 신규 개발 물량을 확보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개발에 착수할 GM의 물량 배정을 앞두고 연내 법인 설립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계획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인 신설 계획이 구조조정의 발판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지엠을 GM의 생산하청기지로 전락시켜 신설 법인만 남겨놓고 공장은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 구조가 유지돼도 연구개발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 오히려 분리했을 때 불필요한 인적조직을 확대하느라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한다. 이미 산업은행 투자를 확약받고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유럽 오펠이나 중국 상하이GM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법인을 별도로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으므로 한국만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며 "역으로 호주의 경우 GM 홀덴이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부문을 단일 법인으로 두고 있었음에도 철수했던 것처럼 법인분리는 공장 폐쇄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노조 반발이 거세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지엠이 충분한 설명 없이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등의 절차를 신속하게 밟으려 하자 일방적인 법인 설립이 기본 협약에 위배된다며 주총 개최 금지를 목적으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다음 주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한국지엠의 연내 신설 법인 설립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한국지엠이 계획한 연내 신설 법인 설립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한국지엠은 계획대로 이사회 및 주총을 열어 일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신설 법인 설립과 관련해 비토권(거부권) 행사가 가능한지에 대한 내부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은 산업은행과 실무진 간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카허 카젬 사장이 직접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설득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국지엠은 신설 법인 추진 논란 외에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진행중인만큼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창원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774명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부평공장 17개 협력업체 근로자 888명 역시 불법 파견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한국GM은 경영난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직접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비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