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신세계, 올해 1월 인수한 까사미아 제품서 라돈 검출로 '휘청'…그룹 이미지 훼손?
기사입력| 2018-08-07 10:48:44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야심작인 까사미아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 2011년 TV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토퍼·베개 세트상품인 '까사온 메모텍스'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 지난 5월 대진침대 사태로 시작된 소비자들의 '라돈 공포'가 이번 까사미아 사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까사미아는 이 제품의 유통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추가 확인에 나서는 등 우왕좌왕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까사미아를 M&A(인수·합병)해 홈퍼니싱 시장 진출을 선언한 신세계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뿐만 아니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까사미아를 키우려던 프로젝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까사미아를 덮친 '라돈 공포'…정확한 유통경로 파악도 못해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사 결과 까사미아가 제공한 13개의 시료 중 토퍼 2개와 베개 1개 등에서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인 1mSv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퍼 2개에선 각각 1. 52 mSv와 1.41 mSv이 검출됐고, 베개에선 2.03 mSv가 검출됐다.
이 상품은 생활방사선제품에 관한 규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던 2011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된 세트상품이다. 까사온은 까사미아가 홈쇼핑이나 온라인 판매 등을 목표로 만든 서브 브랜드로 까사미아에 비해 저가 라인이 많고 하청을 주는 제품 또한 많다.
따라서 이번 라돈 검출 제품 또한 까사미아 자체 제작이 아닌 탓에, 까사미아 측은 라돈 유입 경위나 판매 경로 등을 파악하는데 있어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토퍼의 라돈 검출 사실도 소비자 제보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끝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다. 소비자의 제보를 받은 뒤에야 까사미아는 원안위에 자진신고를 했고, 원안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제품에 라돈이 검출되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을 전혀 몰랐다.
까사미아는 지난 5월 대진침대 사태가 터졌을 때, 현재 판매 중인 상품뿐 아니라 단종된 상품 중 샘플 확보가 가능한 것까지 포함해 관련 조사를 전문 기관에 의뢰한 바 있다. 당시 까사미아 측은 검사 제품 중 리콜 대상이 된 상품 1종을 제외하고는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받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까사온 토퍼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은 벤더(협력사)를 통해 제조사에 일회성으로 생산을 의뢰한 제품"이라며 "시간이 오래 지나서 관련 자료가 상세하게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성분과 소재가 들어갔는지 우리도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다"며 "제조사인 우성우레탄으로부터 받는 상품소개서 등엔 제조에 쓰인 모든 재료가 표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까사미아는 유통경로 파악에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1차 발표 때 까사미아는 "당시 구 CJ오쇼핑(현, CJENM 오쇼핑부문) 방송을 통해서만 1만2395세트(판매가 약 35만원)가 팔렸고, 이후에는 판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뒤늦게 롯데홈쇼핑, 홈앤쇼핑, 삼성화재 임직원몰 등에서 리콜 대상 토퍼 3000여개를 추가 확인했다.
따라서 현재 까사미아가 리콜을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지만, 이번 이슈가 언제 어디서 또 다른 문제로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유해성분 이슈는 '통제되지 않는 공포'와 결부될 경우 해당 브랜드에 메가톤급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정확하고 빠른 정보 제공과 일처리가 그나마 사태 수습을 위한 기본인데, 이번 까사미아의 경우 추가로 유통된 제품이 어디서 나올지 몰라서 향후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홈퍼니싱 시장 진출 첫 발 떼자마자 브랜드 이미지 훼손 걱정해야 하는 신세계
지난 1월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 주도로 까사미아 주식 92.4%를 1837억원에 매입, 홈퍼니싱 분야 진출을 공식화했다.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는 2015년 정 총괄사장의 책임경영이 본격화한 이후 처음 성사된 M&A로, 정 총괄사장은 까사미아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원대한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세계 측은 까사미아를 현재 1200억원대 매출에서 5년 안에 450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2028년에는 매출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두 상권 중심으로 위치한 72개 매장도 5년 내 160여 개까지 2배 이상 늘리며, 단순한 가구 브랜드를 넘어 '토털 홈 인테리어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가정용 가구 중심의 기업·소비자 거래(B2C) 사업 형태에 홈 인테리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브랜드 비즈니스 분야도 추가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이는 까사미아를 신세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워내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게 까사미아 대표 겸직을 맡기는 등 그룹사 차원에서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까사미아에 힘을 실어주던 상황에서 터진 이번 라돈 사태는 자칫 그룹사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신세계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 브랜드 신뢰도 저하와 함께 그 불똥이 신세계그룹으로까지 튀게 될지 몰라 긴장해야 되는 상황이다.
특히 경쟁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가 현대백화점 그룹 인수 이후 큰 네거티브 이슈 없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라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 까사미아 사업을 총괄하는 임훈 총괄 임원은 "믿고 사랑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 사과드리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수거 및 폐기 전 과정에 걸쳐 원안위와 긴밀히 협의하여 신속하고 적법하게 리콜 전과정을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